
11회 - 게시판담당 : 최경옥, 정환복,설인실 - 11회 모임터 가기
아침에 설거지를 하는데 라디오에서 들리는 노래가 감성을 자극한다.
Try to remember the kind of september----follow,follow ~~
얼마만에 들러보는 노래인가 !!
아마 중학교 3학년 때쯤 팝송을 알아가기 시작할 때
잉글버틑 험퍼딩크의 Please release me let me go~~ 이렇게 시작하는 그런류의 팝쏭을 들으면서
추운 겨울, 밖의 날씨 못지 않게 괜히 마음이 싸아했던 그런 기억들 ---
하지만 참 따뜻했던 시절이었다.
부모님이 살아계셨고,난 어렸고 ,
삶에 대한 걱정과 근심에서 자유로웠었고 인생은 그리 힘들어 보이지 않았었다.
좋아하는 친구와 학교 끝나고 명물당에 가서 우동과 찐빵을 자주 사먹고 행복했었고,
괜히 답동거리를 오락가락 하면서 낄낄 거리던 그런 시절의 노래 ---
아 !!
나는 어디까지 와 있는 걸까.
나이를 먹으면서 많은 죽음을 보아온다.
조부모님,부모님,삼촌, 고모, 사촌 .친구들 ---
인생을 산다는 건 많은 죽음과 맞부딪히는 것이다.
엄마는 너무 일찍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한참을 슬퍼했었고
아버지는 천수를 다하신 것 같아서,더구나 3년가량 잡숫지를 못해서 고통을 받으셨기에
난 마음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었던 것 같았었다.
4월16일 내가 사랑하던 강아지 샌디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었다.
한달전쯤 샌디가 안 좋은 것 같아서 병원에 갔더니 심장이 안 좋은 것 같다면서
많이 걸리지 말고 집에서만 지내는 것이 좋겠단다.
그런게 한달전인데 다시 안 좋은 것 같아서 병원에 갔더니 심장마비가 왔었댄다.
말못하는 짐승이라 표현을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산소를 주고 병원에서 치료중에 그렇게 샌디가 죽었다.
마음이 참 슬프고 보고싶다.
식구로 10년을 같이 살았는데 ---
좋은일, 슬픈일 어떤일이 있어도 샌디는 내곁에 있었고 잠시도 내게서 눈을 못떼고 나를 사랑하며
충성을 다했다.
문제는 나뿐이 아니고 우리 애들 --
다른 강아지 베일리 ---
우린 지금 샌디의 부재를 식구 모두가 가슴아파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다.
베일리는 8개월 된 애기강아지다.
4주 된 강아지를 쉘터 (강아지 보호소,이곳에서 선택받지 못한 개들은 죽어 나간다) 에서 큰아들이 데리고 왔었다.
강아지를 그런식으로 한마리 데리고 오고 싶었다고 해서 난 아주 많이 짜증을 부렸고
애기라 사고도 많이 부렸었다.
어쨌거나 베일리는 샌디를 많이 의지하며 그렇게 우리집에서 서서히 식구로 자리잡고 살고 있었다.
우리는 샌디를 뒷마당에 묻어주었다.
내가 부엌일 하며 음악을 들을 때, 가끔 눈을 들어 보면 샌디가 묻혀서 잠든 곳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
베일리를 데리고 동네를 한바퀴 걷고 오면
얼마전까지 그랬듯이 베일리는 곧바로 샌디를 찾느라 집안을 뒤집고 다닌다.
얼마전 부터 샌디는 산책을 못했었기에,우리가 오는 소리를 들으면 항상 현관에서 우리를 기다린
그런 기억이 있으므로 ---
오늘 아침,오래전 팝쏭을 들으며 이런저런 상념에 눈을 들어 샌디가 누워 있는 곳을 쳐다보며
아주 예뻤던 우리 샌디를 많이 그리워한다.
오늘 주일,교회를 갔었는데 목사님 설교중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이제 한국은 세월호 이전의 시간과 세월호 이후의 시간으로 나뉘어 진다고 ---
너무 들뜨고 허망한 것에 마음두던 시간을 뒤로하고
좀 더 중요한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시간으로 만들어지는 고국의 모습이 되어지길
바라신다고 하시더라.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네가 선생님이니 학생들을 보는 시선도 다르겠구나.
자라나는 학생들 너무 상처받지 않고 다시금 일어서도록 도와주는 일도
중요한 과제로 남겠네.
잘하리라 믿어 .
이곳에 있는 우리의 마음도 보태주길 바래.
이 가수들도 한창 젊었을 때 불렀던 노래일텐데 나이든 모습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건
우리도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겠지...
깊은 정을 주면서 기른 식구 하나가 갔으니 그 빈 자리가 얼마나 클까.
의지하고 살던 어린 강아지가 찾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니 더 애틋하네.
?
이번에 가보니 하와이에 있는 큰 애네 집에도 치와와 한 마리가 와있던데 아주 똑똑하더라.
아들이 퇴근해 차문 잠그는 소리만 들어도 어디선가 튀어나와 계단 맨 위에 딱 앉아서 기다리고...
함께 찍은 사진을 보니 제가 앞에 나서서 식구들을 지키기라도 할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더라.
이곳의 우리 시댁식구들은 아기 키우는 집에 강아지 있다고 질색을 하시는데
오히려 면역력을 키울 수 있을 거라는 아들 말을 믿기로 했어.
정 주고 살다가 무슨 일 생기면 상처가 클 것도 같지만 그것도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일 중 하나려니 해야겠지.
허한 마음 얼른 추스리길 바래~~
지인아
수인이 언니가 올려주신 나나무스꾸리의 노래가 더 좋은 것 같아서
퍼 브라더스의 동영상은 지웠어.
하나님이 개는 인간의 반려동물로 만들어 주신 것 맞는 것 같애.
전엔 나도 개를 싫어해서 애기때 온 샌디를 구박했었어.
겨울에 조그만 방에다 가둬놓고 나오지도 못하게 했었거든 ---
정이 든다는 말이 있잖아.
정말 정이 들더라.
샌디가 가고나니 정말 샌디가 보고싶다.
우습지만 '애너벨 리' 라는 시의 첫머리가 생각나더라.
'옛날 옛적 바닷가 한마을에 에너벨 리 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사랑받는 것 이외엔 아무 다른 생각없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첫머리의 싯귀가 강아지에게 어울리겠냐마는
샌디는 나를 정말 좋아했단다.
그래야지,근데 사람은 다 잊고 살게 마련이란다.
허할만큼 충분히 허하고 나면 괜찮아 질거야.
release me..이 노래??한참 들었던 시절이 떠오르네 ?가사는 별로 안좋아했지만?어떤 상황이라도 이별은 가슴 아프다..
찬영아
동시대를 산다는 말이 있잖아.
같은 음악을 좋아하고 같은 음식점에 다녔고 같은 길을 걸어 다니며
같은 선생님들께 수업을 들은 우리들은 참 공동의 이야기거리가 많을 수 있지 않니?
Try to remember the kind of september
이노래의 가사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달 9월을 묘사한 곡이네.
아직 추위가 오기전, 황량함이 몰려 오기전의 달콤한 시기.
인생이 어찌 다 구월같은 날만 계속되겠니?
12월에도 1월에도
우리 마음은 황량해지지 말기로 하자.
오랫만에 만나서 반갑다.
경수도 사랑하는 강아지를 떠나보냈구나
나도 삼년 전 13년을 함께한 우리 대니
그 귀염이를 보냈다네
몸무게 2키로의 작은 요크셔
너무 약하고 얌전했던 우리 강아지
의사 말로는 사랑으로 오래 살았다고 하더라
문턱도 두려워 하던 강아지 떠나 보내고
인천으로 이사오니 집에 문턱이 없더라
우리 대니가 얼마나 좋아했을까 생각하머 가슴이 아팠네
부모가 돌아가셔도 이리 아플까 ~~
강아지 보내고는 다른 강아지 보기가 어려워 고개 돌리고 다녔는데
다 세월이 흐르니 괜찮아 지더군
마음 아픈만큼 충분히 슬퍼해라
아픈 마음 공감하는 사람 많다네
그래! 그 노래가 유행하던 때 너 말대로 어렸고 부모님이 살아 계셨고
꿈도 많았고 지금처럼 살고 있을 줄 몰랐고 60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었지.
그 많은 세월 보내고 지금은 강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나이가 되었네.
우리집 강아지 <이쁜이>는 내 딸 시집 보내고 딸 보듯이 하던 강아지인데,
산책을 하다가 이웃과 잠깐, 정말 잠깐 얘기하던 사이에 없어진 거야.
환장하겠더라고. 강아지도 이런데 하물며 자식을 바닷속에 수장한 부모 마음이야 오죽하겠어.
아무리 찾아도 안 나타나 방을 붙였지.
알려준 사람에게 50만원 주겠다고.....
그걸 붙이는데 젊은 이웃이 그러는거야.
"저 이 강아지 봤어요. 진도개가 물고 저쪽으로 갔어요."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그쪽으로 가서 이쁜이를 찾았지.
이쁜이는 고구마 밭에서 죽어서 나왔어.
진도개가 물어 죽이고 거기다 숨겨 놨더군.
우리 이쁜이 사진이야.
그러니까
내말이 ---
너무 정 주지 말자.
그런데 그게 맘대로 되든?
명희도 한참을 힘들었겠네.
옷을 입고 있는 이쁜이가 되게 귀엽구나.
우리아들이 식탁에서 식사기도를 하는데 녀석이 이러더라.
'하나님 샌디를 dog heaven 에서 잘 돌보아주세요.'
말 되니?
하나님 마음을 잘은 모르겠지만 나도 아들이랑 같은 심정이었어.
나중에 만나면 이곳에서보다 더 재미있게 지내고 싶던걸.
우리 아버지가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거든
세상에서 제일 슬펐던 건
어릴적 고향 평산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랑
우리 엄마가 돌아 가셨을 때
이 두 사건이라고 ---
명희야
여행은 오는 걸로 결정했니?
경수야, 오랫만의 글 반가우면서도 마음이 짠하네.
우리 집 강아지도 이제 연로하셔서 언젠가는 눈을 감을텐데, 그 생각도 하게 되고.
네 말처럼
산다는 것...
수많은 죽음을 경험하는 것 맞다.
세월호의 참혹한 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는 요즘.
다들 가라앉은 분위기 지만
어쩌니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학교에선 수학 여행, 현장체험학습(소풍)
대규모 체육행사 등 줄줄이 취소 되었지.
속상한 아이들을 위한 대안을 짜느라
오늘도 우리 학교 선생들은 머리를 맞대고 여태 궁리 중이야.
월드컵 때 처음으로 온 나라가 함께 환호하고 기뻐했던 기간이었다면,
지금은 온 나라가 같은 마음으로 함께 애통해하고 슬퍼하고 있는 거라 할 수 있겠지.
슬픔이 때로는 마음을 순화시키기도 하나 봐.
이웃의 중학교 남학생들이
우리 학교 담장 근처에서 늘 말썽을 일으키고 하니까 짜증스러웠었는데,
며칠 전에 문득 그 아이들을 보면서
살아있다는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교복을 입고 왔다갔다 하고 있는 그 모습 자체 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답고 귀하고 사랑스럽게 보이는지
나 자신에게 놀랐단다.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좀더 아이들을, 생명 자체를 소중히 여기며
잘 키워야지...다짐해 보는 시간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