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회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박화림
4월23일, 싸아하면서 찹찹한날
드디어 엊저녁부터 방전된 체력이 조금씩 돌아온다.
아침에 일어나니 파도소리가 음악소리같다.
이제 본격적인 제주 순례에 나선다.
하늘은 맑고 바다는 파랗다.
오늘은 워밍업으로 산둘레 바다가 너무 아름답고
억겁의 세월따라 파도에 쓸려간 절벽의 바위들이
칼질된 나무 등걸같이 날카로움의 극치인 위용을 뽐내고
있는 송악산 올렛길을 걸으려 한다.
일찍 출발해 차 댈곳도 널널하다.
작년에 바람이 몹시 불어 분화구로 몸이 떨어질것 같아 송악산
정상까진 못올랐다.
올해는 친구들을 등에 업고 으쌰하며 오른다..
혼자 오르긴 무섭다.
흙이 부스러져 미끄러질것 같고 조금만 삐끗하면 분화구속으로 구를것같아
다리가 후덜덜하는것을 안무서운척,
친구들을 격려하며 올랐다.
높진 않지만 한쪽아래는 분화구요.
다른쪽은 낭떠러지 아래로 바다가 넘실댄다.
혼자 올렛길을 걷는 청년이 슬슬 뒤따라 오니 맘이 놓인다.
그가 사진도 찍어주고 가파르고 미끄러운 내려가는 길을 뒤에서 보호하며
따라내려오다가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며 인사한다.
참 아름다운 청년이다.
슬슬 아래로 내려와 영숙이와 순희는 주차장쪽으로 가고
나 혼자 데크로 된 올렛길을 걷는다.
멀리 작은 섬들이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본다.
걷다가 걷다가 데크위에 주저 앉는다.
힘들어서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여건이 주어진것에 너무도 감사했다.
아무도 없는 이길에 어떤 미사여구로도 모자랄
바다를 내려다 보며 건강하게 걷고 있다는것,
지금 이순간이 참 행복하고 감사했다.
등뒤에 자자한 햇볕을 받으며 데크에 앉아 한참 기도한다.
여행이란~!
이런것이다.
나를 돌아보며 처해진것에 순응하고 앞으로의 삶을
겸허히 받아 들일수 있는 나만의 묵상이 아닌가 싶다.
그득한 맘을 가슴에 안고 훌훌 내려와 용머리 해안 주차장으로 간다.
그곳에 가는 이유는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감귤 하드가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만든 진짜배기 감귤 아이스크림이다.
다른관광지에서도 팔지만 수량이 적어 사먹기가 힘들다.
용머리 주차장 이집은 한귀퉁이 감춰놓고 달래는사람에게만 판다.
ㅋㅋㅋ 난 세개나 먹었다.
역쉬 뱃구레가 크긴크다.
모슬포항 매운탕집으로 간다.
아침에 갓잡아 끓여낸 매운탕은 언제 먹어도 시원하고 맛있다.
애월읍 납읍리 <BOM NAL> 커피숍을 찾아간다.
제주도의 후배가 그곳으로 초대한것이다.
후배 2명과 그녀의 딸과 모래가 다 보이는 비취색 바다를 내려다 보며
커피를 마신다.
그들과 헤어지며 점점 녹색으로 물들어 가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충만한 기분으로 우리의 숙소로 돌아왔다.
참말로~~~!
세상은 공평치도 못하다.
영숙이와 순희는 오자마자 우유에 씨리얼에 불루베리에 삶은계란에
비벼먹으며 난 아직 맛도 못본 내가 담근 깍두기를 아닥아닥 씹어대고 있다.
근데 쟈들은 와 그리 날씬한거여? U~C~!
4월24일, 바다가 유난히 파란날
어제 송악산을 걸어 오늘은 집앞 올렛길 8코스를 걷는다.
훈풍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낄낄대며 걷는다.
길가의 잡초들이 참 예쁘다.
바다 저쪽에 갯깍 주상절리가 나타난다.
커다란 몽돌들이 환상적이다.
작년에 와봤을때와 또 다르다.
바닷색이 달라서 일게다.
주상절리를 쳐다보는데 웬 동굴이 보인다.
어머나 ~!
동굴속에서 용이라도 튀어 나올것 같아 멈칫멈칫 들어서니
어머나 ~!
저쪽에 구멍이 뚫려있다.
둘은 겁도 없이 돌굴속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난 동굴위의 칼로 토막낸 것 같은 돌들이 내머리 위로 떨어질것 같아
밖에만 서있다가 용감하게 들어가 보았다.
절벽의 돌모양과 동굴안의 돌모양은 또 다르다.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힌 듯 자연의 신비함에 다시 한번 놀란다.
돌에 넘어질까봐 쩔쩔매며 사진찍고 얼른 도망나왔다.
점심 먹으러 모슬포항의 유명하면서 초라한 식당에서
슴슴한 칼칫국을 먹고 반경희를 마중갈 시간이 좀남아
단체로 한의원으로 들어가 내일 한라산 영실코스 등반을 위해
셋이 나란히 누워 팔,다리,어깨,무릎에 각자 침을 맞았다.
얼마나 재미있고 웃기는지 메누리도 모를꺼이다.ㅎㅎㅎ
그곳에서 현지 가이더 한분이 침맞으러 왔다가 오늘 <제주항공 우주 박물관>을
개장하는날이라 무료 입장이니 꼭 가보라고 권한다
15000원 짜리가 꽁짜 라는데 안가볼수 있는감?
제주순호네 집에서 쪽,치자, 감물 염색을 배우고 돌아오는
반경희를 중문입구에서 만나 박물관으로 향한다.
온갖 뱅기는 다 모아 놓은것 같다.
손주가 오면 신나 하겠다.
젊은 부모와 아이들 천국이다.
난 사람이 많아 귀찮아서 뭘 봤는지 먹었는지 모르것다.
아 ~치즈케익하고 커피하고 오메기 떡 먹은 생각만 난다.
돌아오는데 집 앞바다가 제법 파도가 쎄 흰포말이 그림같이 피어 오른다.
옥인후배~
아름다운 영상과 가곡~ 너무 어울린다.
역시 자연의 아름다움은 어떤 인위적인 아름다움도 따를수 없네.
건성으로 들었는가~ 사랑의 가사가 이렇게 멋질수가~ ㅎ
순호의 열정이 그곳까지?
베를린 특파원 ~ 또 놀러와.
옥인~!
반가워.
잘지내지?
옥인 말대로 건강히 잘 지내다가 돌아갈께.
난 이곳에 있는 동안은 신선 놀음하며 지낸다오.
지금은 친구들이 있어 나혼자만의 시간은 없지만
파도소리에 나의 낭만이 살아 나는 듯 하여 즐겁기 그지없다오.
5월초쯤 내새깽이들이 온다니 그네들이 이곳에 와 즐거워 할 생각을 하며
손꼽아 기다린다오.
이것이꿈인가~?
꿈이면 깨지 말아 하며 지낸다오,ㅎㅎㅎ
옥인의 아름다운 음악과 글을 기다리며......
우리의 호프 화림 방장님~!
너무 우리방이 한산하여 이곳에 올렸는데
친구들이 표현은 안해도 많이 보고 있으리라 미루어 짐작한다네.
친구들이 들어와 격려해주면 좋고....ㅎㅎ
여행 하는것이 뭔 자랑 이랴만
그냥 사라져 보내기에 너무 아까워 그때그때 느낌을
일기 처럼 적어 보는것이니 흉보지 말아주라.
난 이곳에서 5월 21일에 나갈거야
한달을 꼬박 채우는것이지.
칼을 들었으면 무우쪽이라도 짤라야 하지 않겠니?ㅎㅎ
울딸 왈~!
또가냐?
니가 돈보태주냐?
내가 인터넷으루 몽땅 예약해서,
내돈 갖구,
내차에,
내가 운전 해갖구,
내가 간다는데 왜 난리여?
나 잘했지?ㅋㅋ
너무 너무 잘했구먼~ ㅎ
자식들 다~ 줄때만 좋다구 해.
내리 사랑인데 어쩌랴~
알면서도 사랑하게 되는거지~
나는 못가지만 너무 좋아보이고 부럽다네.
니 말대로 열심히 살았으니 충분히 즐기고 와.
가끔 방장 생각도 해주고~
여행이란~!
이런것이다.
나를 돌아보며 처해진것에 순응하고 앞으로의 삶을
겸허히 받아 들일수 있는 나만의 묵상이 아닌가 싶다....
라고 쓰신 순호선배님글에 깊이 동감하면서 선배님의 은근과 끈기가 여기까지 전해옵니다.
제가 한국 살았을때 애창하던 가곡 "사랑"을 올려요.
곡의 가사가 선배님의 열정과 어울리는 것 같아서요.
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마소
타고 다시 타서 재될법은 하거니와
타다가 남은 동강은 쓰을 곳이 없느니다
반타고 꺼질진대 애제 타지 말으시오
차라리 아니타고 생낙으로 있으시오
탈진댄 재 그것조차 마저 탐이 옳으니다
그곳에 계시는 동안 부디 건강하시고
나날이 빛나는 추억을 담아 무사히 귀가하시기를 바래요.
( 1탄에서 깜짝 놀랐어요. 배를 타셨다고 하셔서... )
사랑(이은상 시, 홍난파 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