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선우

 

믿기지 않았다. 사고 소식이 들려온 그 아침만 해도

구조될 줄 알았다. 어디 먼 망망한 대양도 아니고

여기는 코앞의 우리 바다.

어리고 푸른 봄들이 눈앞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동안

생명을 보듬을 진심도 능력도 없는 자들이

사방에서 자동인형처럼 말한다.

가만히 있으라, 시키는 대로 해라, 지시를 기다려라.

 

가만히 기다린 봄이 얼어붙은 시신으로 올라오고 있다.

욕되고 부끄럽다, 이 참담한 땅의 어른이라는 것이.

만족을 모르는 자본과 가식에 찌든 권력.

가슴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무능과 오만이 참혹하다.

미안하다, 반성 없이 미쳐가는 얼음나라.

너희가 못 쉬는 숨을 여기서 쉰다.

너희가 못 먹는 밥을 여기서 먹는다.

 

환멸과 분노 사이에서 울음이 터지다가

길 잃은 울음을 그러모아 다시 생각한다.

기억하겠다, 너희가 못 피운 꽃을.

잊지 않겠다 이욕됨과 슬픔을.

환멸에 기울어 무능한 땅을 냉담하기엔

이땅에서 살아남은 어른들의 죄가 너무 크다.

너희에게 갚아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마지막까지 너희는 이 땅의 어른들을 향해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차갑게 식은 봄을 안고 잿더미가 된 가슴으로 운다.

잠들지 마라, 부디 친구들과 손잡고 있어라.

돌아올 때까지 너희의 이름을 부르겠다.

살아 있어라, 제발 살아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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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을 앞둔 아이들이 얼마나 강아지처럼 즐거워하는지 본 사람들은 알리라.

단 며칠간의 여행을 앞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리며 기대하는지

함께 해 본 사람들은 알리라.

 

말이 안 나오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가슴을 그러쥐고 있을 12기 친구들의 마음을 모아서..........

아직은 인사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