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014교향악축제의 일환인, 원주시향의 연주회에 다녀 왔습니다.

지휘는 박영민님이고 협연에는 안종도군입니다.

 

프로그램은,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17번

브람스 교향곡2번....................입니다.

 

오후 8시인 줄 알고 있었는데 일요일이라고 5시에 연주를 해서

하마터면 늦을 뻔 했습니다.

 

리하르트 바그너의 악극인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들어있는

프렐류드(전주곡)과 리베스토드(사랑과죽음)를 첫 곡으로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음산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첫 시작부터 감돌며, 뭔 가 심상치 않은 기분을 뿜어내며

의미심장하게 곡이 흐릅니다.

<리베스토드>는 악극의 주인공 중 한사람인 이졸데가 부르는 곡으로

묵중한 메조소프라노의 음성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오케스트라 버전으로도 연주가 자주 되는 곡입니다.

금관 악기와 목관, 그리고 퍼쿠션과 하프까지 동원이 되는 곡으로서

음악을 통해 깊은 심연에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 곡이고

어떤 형이상학적 철학을 보는 것 같이 여겨집니다.

원주시향의 이날의 연주는 그런 분위기를 한껏 잘 살려주었고

금관이 잘 한 편입니다.

현은 역시 여타의 악단처럼 비교적 안정된 기량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제가 기대를 한껏 하고 간 연주가 진행이 되었습니다.

원주시향과 안종도군의  피아노 협주가 펼쳐집니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7번 G Major 입니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그토록 기거하기를 소망했던 비엔나에서 만든 곡입니다.

20번 이내의 곡들 중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곡으로,

특히 3악장은 오페라 <마적>의 파파게노의 아리아,<나는야 새잡이>의

노래와 반주가 연상이 되는 곡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1악장과 2악장도 무척 유려하고 정스럽고 장조(G Major)가 암시해 주듯 밝고 아름다운 곡입니다.

 

1악장은 오케스트라의 서주가 긴 편입니다.

오케스트라가 한참 연주를 하고 나서야 피아노가 나오는데

글리산도와 트릴이 많아서 또록또록 정확하게 잘 쳐야 그 음 하나하나를 다 잘 살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마치 맑은 물이 흐르듯.....

그리고 계속해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대화를 이어 갑니다.

2악장 역시 1악장보다는 조금 느리게, 피아노와 교향악이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진행을 합니다만,

피아노가 선명하고 영롱하게 잘 들리게 합니다.

 

모차르트 곡은 다른 작곡가의  피아노곡보다 쉽다고 하지만

맛있게 잘 치려면 그리 만만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피아니스트는 노년에 모차르트 곡을 치기도 합니다.

또한 저 하늘 나라의 천사들이 합창하고 독창을 하는 것 같은 모차르트 특유의 분위기를 살리려면

피아노의 텃치가 가벼우면서도 그 음가를 다 잘 살려야  한다고 합니다.

타건이 좋음과 동시에 신속해야 하므로 결코 쉽지 않겠더군요^^

 

그런데 어제~~~~

멀리 함부르크에서 날아 온 안종도군은 차분하고 절제있는 태도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7번을 명징하고 선명하며 아름답고 섬세하게 잘 완성해 주었습니다.

2악장 정도에서 오케스트라와 약간의 이탈을 보일듯 말듯 아슬아슬 하더니

이내 호흡이 좋아져서 궤도를 잘 타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잘 넘어 갔습니다.

안종도군은~~~

1,2,3악장을 모두 암보로 침착하게 곡을 끝냈습니다.

 

중간 휴식 시간에 로비에서 고등학교 선배님을 만났는데

모차르트가 스물일곱에 이 곡을 완성했다고 하고

마침 안종도군의 나이가 그 정도 되어서

작곡가와 연주자와의 관계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는 곡이라고 그러더군요^^

듣고 보니 저도 그런 관계에 수긍을 하면서 좋은 연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 곡을 들으면서 모차르트에게 또 다시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그렇게 어린 나이부터 어찌 이렇게 아름답고 영롱한 곡을 만들어

저에게, 또는 우리에게 감격의 기쁨을 선사하는지요...

모차르트에게 고마와서 기쁨의 눈물이 날 정도입니다.

기뻐도 나는 눈물...잘 아시지요?

 

특히 이날의 연주에서는 오른 손의 트릴이 천사들의 소리 같았습니다.

아니...천사의 소리입니다.

그래서 모차르트의 곡을 듣고 있으면 세상의 걱정과 시름이 잠시 떠나가게 됩니다.

그러니 고마워서 경의를 표하게 되는군요^^

 

참고로~~~~

안종도군은 지금 함부르크에서 피아노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함부르크국립대학에서 피아노 실기 강의를 겸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2년에 프랑스의 롱티보콩쿨에서 1등 없는 2등을 하여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으며

피아노 회사,  뵈젠도르퍼와 스타인웨이선즈에서 후원을 받는 피아니스트라고 합니다.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 재학 시절에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테움으로 유학을 가서 거기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지금은 함부르크에서 수학하며 활동하는 피아니스트입니다.

향후 몇 년 동안은 대략의 연주 일정이 잡혀 있다고 하며 이 연주가 끝나고도 러시아에서의 연주가 있어서

바로 러시아로 가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안종도군과는 어제 처음 만났는데 몇 해 전부터 이름은 알고 있었고

그것이 궁금하여 어제 연주를 듣게 된 것입니다.

 

(사실~~~어제는 얼마 전부터 손꼽아 놓았던 요한수난곡의 연주회 날이었습니다.^^

갈등을 정말 많이 하다가 원주시향의 연주회장으로 발길을 돌렸지요.)

 

안종도군도 루돌프 부흐빈더나  예프게니 키신처럼 곡을 먼저 크게 그리고

다시 그것을 풀어서 세세하게 연주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성적으로 먼저 분석을 하고 피아노를 친다고 할까요?

저는 그렇게 여겨졌습니다.

 

어제서야...그를 만나 기뻤습니다.

 

앵콜로는~~~~쇼팽의 녹턴(야상곡)입니다.

Op. 55-2.

이곡은 쇼팽의 다른 녹턴보다 비애를 많이 담고 있으며

왼손의 아르페지오의 화음이 화성법과 대위법을 혼용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잔잔하게 치면서 슬픔을 강조하는 곡입니다.

쇼팽이  심신이 지쳐서 힘에 겨울 때, 아일랜드에 갔고

그곳의  한 소녀에게 바친 곡이라고 하네요^^

녹턴은 아일랜드의 존 필드라는 작곡가가 먼저 썼는데

쇼팽에 의해서 더욱 발전한 곡입니다.

쇼팽은 녹턴을 21개를 작곡했다고 하고 작품 번호 55는 두 개를 써서

55-1과 55-2로 나뉘고 있습니다.

이곡 역시 안종도군은 막힘없이 유장하고 미려하게 잘 연주했습니다.

고요함과 애절함이 담겨 있었구요....

 

저는 어제 음악회를 다녀 오고 나서 이 작품 번호 55의 녹턴 두 곡을

예프게니 키신과 블라드미르 호로비츠의 연주로 들었습니다만,

현장에서 들었던 안종도군의 연주보다 감흥이 떨어졌습니다.

실제의 긴박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장에서 듣는 음악을 좋아하므로 원하는 연주회가 있으면

달려가기를 원합니다.

아직까지는 시간과 체력이 뒷받침되고 있고

거기에 가난하고 옹색하지만 약간의 비용을 들일 수 있으므로....

 

그리고~~~~브람스의 교향곡 2번을 연주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교향곡입니다.

함부르크 출신의 브람스의 내면의 깊이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즐겨 듣고 있습니다.

그의 네 곡의 교향곡이 다 좋지만

2번은 악장마다 균형이 잡혀 있고 악장마다 곡의 길이도 비슷합니다.

브라스와 팀파니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교향곡이구요....

원주교향악단도 지난 번에 들었던 경북도립교향악단과 마찬가지로

관 파트가 가끔 음이 깨지면서 들어가곤 하는데

그런대로 2악장과 4악장에서는 안정감있게 들렸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악장에서 잘 맞추어지면서 그만 끝이 났다는....

아까웠습니다.ㅎㅎㅎ

 

앵콜로는~~~~브람스의 항가리안 댄스 1번입니다.

국내의 교향악단들이 앵콜로 하는 단골 레파토리입니다.

원주시향도 이 곡 만큼은 아주 잘 합니다.

많이 했나 봅니다.ㅎㅎㅎ

글쎄~~~~많이 해보면 잘 한다니까요...

그러니 연습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저도 이날~~~~다음 주일이 부활절이라 성가대 연습을 강도높게 하는데

음악회를 간답시고 빼먹고 왔습니다.

그러니....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은 제가 이야기할 게재가 못됩니다.

저는.....너나 잘 하세요..이런 말을 들어도 싸지요^^ㅎㅎ

 

안광희선배님의 조카 안종도군!!!

그간 그 이름을 익히 들어 왔고 그래서 보고 싶었습니다.

동창 사이트 <봄날>의 커뮤니티에서

작음 음악회의 동영상의 얼굴을 봐왔으나 실제로 만나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궁금증도 풀렸구요...ㅎㅎ

 

연주 잘 해서 고마웠습니다.

다른 악기도 마찬가지겠지만 피아노는 특히 갈 길이 머니...

더욱 더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요즘의 피아니스트답게 잘 생기고 늘씬하며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디토앙상블이나 노부스콰르텟처럼~~~~외모도 준수합니다.

피아노도 잘 치는데 미소가 그만이며 잘 생기고 늘씬합니다.

부러워 죽겠습니다...ㅎㅎ(부러우면 진다고 하죠?ㅎㅎ)

 

나중에 우리나라에서 연주회가 있으면 또 불러 주세요^^

 

그리고 어제 같이 연주회를 본 김광숙선배님, 반갑고 고맙습니다.

선배님과 함께 한 <카페 모차르트>에서의 디너도 행복했습니다.

저는 카페 모차르트에서 밥을 먹는 것을 큰 사치(?ㅎㅎ)로 여기는데

여기서 밥을 먹었으니 얼마나 기분좋으며 근사했는지요^^ㅎㅎ

김명희선배님,김옥섭선배님...그리고 다른 선배님들도 반가웠어요^^

안광희선배님.....고맙습니다.

그리고~~~훌륭한 조카를 두신 것...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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