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 다섯 명이 모여서 걸었어.
어쩜 시간을 그렇게 잘 지킨다냐, 10시 20분부터 두두두두 모이기 시작하는데
30분에 15명이 모이더라.
혹 몰라서 10분 더 기다렸는데 혹시 늦게 온 친구는 없겠지?
내 전화번호를 써 놨어야 했는데 그러질 않아서
혹시 연락 못한 친구는 없는지 걱정이 되는구나.
그야말로 경향각지에서^^ 잘도 오더구나.
어떤 친구는 아침 일찍 와서 벌써 경복궁 한 바퀴 돌고
박물관까지 다 보고 오전 수업 마친 친구도 있고.
완벽한 등산복에 스틱까지 구비한 친구가 있는가 하면
옆구리에 성경책만 끼면 거의 완전한 목사님 포스로 검은색 치마를 입은 친구도 있었다.
알고 봤더니 오후 2시에 결혼식이 있다는 거라.
내가 장난으로 ㅇㅎ한테 쟤 오늘 주례 본대 했더니
걷는 내내 아니 주례 볼 아이가 왜 아직 안 간다냐 하면서 계속 걱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또 웃고.
치마 입은 이 친구는 선바위까지 올라갔다!
다른 애들은? 아래 쉼터에서 과자 먹었다.
코스를 정확히 정하질 않았었어.
우선 친구들 컨디션을 봐야 했고, 신발 상태도 봐야 했기에 말이지.
만나자마자 <나 무릎 아파>서부터 <이 파스 좀 봐> 하면서 바지를 걷는 애며,
<넌 왼쪽이구나 난 오른쪽> 하면서 바지를 걷는 애며, <올라가는 거 아니지?>
<난 올라가는 건 괜찮은데 내려가는 건 안돼> 하며 벌써 앉을 자세를 하는 애며.....
혜숙이도 없는데 뭐냐 이 시튜에이션?
그러나 결론적으로 우리는 모두 자~ 알 걸었다.
서로의 웃음에 묻혀서 힘든 줄도 모르고 희희낙락.
그저 만나니 반가워 올라가거나 말거나, 걷거나 말거나 그저 무슨 말만 해도 하하호호.....
이렇게 얼굴을 터뜨리듯 크게 웃는 거 참 오랜만이다.
적선동 시장길로 들어간다
얘 점심은 뭐 먹니? (만나자 마자? 아침 10시 반이거든)
이 집은 잔치국수가 맛있어 파전도
여기서 먹자(국수 먹게 생겼냐? -먹었다!)
여기는 쭈꾸미 볶음이 아주 매운데 맛있어
여기서 먹자(치질 걸려)
여기는 고기가 아주 싸
사가도 되니?(장 보러 왔냐 이 아줌마야?)
아냐 여긴 식당야
얘 얘 왼쪽!(쟤 왜 저렇게 펄펄 날르냐? 응, 초장엔 맨날 그래-끝까지 그랬다!)
깃발 없니?(다음에 네가 준비해!)
어머 너 언제 미팅 주선했어? (엥? 웬 미팅?)
어머머! 뒤에 늙수그레한 남자들이 죽 따라오고;; 있었다.
산에 가는 남자들. 우리들이 앞에 있는지도 모르는 남자들.
에구..... 힘도 좋다 이 아지매야~ 집에 있는 것도 벅차다!
여기가 서울에서 청국장 제일 맛있다는 집이야
나 청국장 싫어(다래에선 잘도 먹두만)
사직 공원으로 걸어 사직단을 지나 단군상 모신 곳을 보고
왼쪽으로 튼다.
보아하니 계단은 안되고, 경사가 심해도 안되고....
될 수 있는대로 평지 비스름한 곳으로 천천히 걷기로 한다.
종로 문화체육센터 쪽으로 해서 수도사랑의 학교 골목으로 접어든다.
거기에는 몇 채 남은 아주 오래된 한옥 골목이 있다.
어머! 우리 다 이런 데서 살았잖아~
그래........
거기서 오른쪽으로 난 산책길로 접어든다.
내가 좋아하는 길
그 길에선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이 다 보이는 곳이 있다.
길은 흙길이 아니지만 소박하고 신선한 느낌이 드는 아주 좋은 산책로다.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얘 저 나무가 뭐니?
이거? 음~ 나무!
음~ 이거 쥐똥나무
저건? 저건 복숭아 나무
복사꽃이 저거야?
응 내가 소사 살았잖니~
그래 쌍둥이 혜경이 경혜 거기 살았는데.
그래 한동안 혜경이 경혜 얘기를 한다.
혜경이가 부르던 카펜터즈 노래가 귀에 아롱인다.
산벚꽃, 철쭉, 라일락, 개나리, 나무 나무 나무....
길이 끝나는 곳에서 일단 왼쪽으로 간다.
하도 천천히 가니까 그리 힘들어 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무리해선 안된다.
쉼터에서 쉴 사람? 나랑 요~기 십5분 거리 선바위 갈 사람?
딱 두 파로 나뉜다.
에베레스트팀은 씩씩하게 걸어 올라
무속 신당인 국사당을 보고 신기한 모습의 기자바위 선바위를 본다.
맘 같으면 위쪽 장군바위도 보여주고 싶고, 혹시 그곳에서 굿을 할지도 모르니
데리고 가고 싶지만 무리하면 안된다!
잠깐 바위에 앉아 애들이 갖고 온 뭐라더라? 짤짤이 짭짜리? 토마토도 먹고(너~무 맛있다)
견과류도 먹고(밑에 있는 애들은 과자나 먹고 있을 거야 ㅎㅎㅎ)
내려오니 아이들 얼굴에 이렇게 씌여 있다.
배 고 파!
인왕산길을 걸어 윤동주 언덕으로 가려던 계획을 급 수정.
오른쪽 수성동 계곡으로 빠진다.
겸재 정선이 인왕산 아래에 살면서 인왕산을 그렸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곳은 그렇게 개발된 곳이 아니었다.
계곡은 황폐한대로 옛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은 손질하여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으나 옛맛은 아니다.
그래도 그 수송동 계곡에서 바라보는 인왕산은 옛모습 그대로이겠지.
거기서부터는 소위 요즘 뜨고 있다는 서촌이다.
거기는 사실 가게마다 들어가서 볼 것이 많다.
하지만 예약도 안되는 식당을 예약해 놨기 때문에 맘이 급하다.
ㅅㅎ는 빛의 속도로 걷는다. 뒤에서 보니 보통 종아리가 아니다.
여행으로 단련이 된 내공이 장난이 아니다.
두 팀이 세 팀으로 나뉘더니 다시 네 팀으로 나뉜다.
옷집으로 들어가는 애들, 빵집으로 들어가는 애들, 빛의 속도로 걷는 애들,
그 와중에 길 잃어버려 딴 길로 간 애들.....
어쨋든 시간차 공격으로 식당에서 만나긴 만난다.
별 거 별 거 다 먹는다.
잔치국수, 들깨국수, 들깨 수제비, 빈대떡, 파전, 두부김치, 막걸리....
앞 테이블 아저씨들이 시킨 들깨국수가 우리한테 배달됐다!
우리는 우리가 시킨 들깨 수제비가 잘못 왔나 보다 하며 정답게 나눠 먹는다ㅎㅎ
그 아저씨들 우리 거의 다 먹을 때까지 음식 안나왔다.^^
우리는 얘기한다. 옴마! 이거 저 아저씨들 건가 봐~ ㅎㅎㅎㅎ
어느 애가 말한다.
저것 봐라. 우리들은 뭐가 오면 다 나눠 먹잖니. 저 남자들은 자기 앞으로 온 거 자기만 먹고 있잖니.
거의 애를 저렇게 키우면 안돼요 수준이다.
어쨋든
오 징 어~~~!!!
학구열이 다시 불타오른 건지 막걸리에 사이다 탄 음료에 불타오른 건지
은혜가 윤동주 문학관 보러 가자고 한다.
그럼 버스 타자
그래
그냥 걷지 뭐(옴마! 저 여자 취했나 봐~)
걷는다.
하루종일 앞서 걷던 ㅅㅎ가 호떡집 앞에서 정신없이 호떡을 보고 있다.
얘, 이거 하나씩 먹어 줘야 해.
와우! 못 먹어! 배 불러!
배부른 우리들이 호떡 하나씩 입에 물고ㅎㅎㅎ
오른쪽!
통의동쪽으로 튼다.
대림미술관을 지나, 미술관을 지나, 미술관을 지나
사진 전문 갤러리 류가헌으로 들어간다.
다시 통인시장으로 걸어가 신진 떡방아에서 시루팥떡 한 덩어리씩 가방에 쟁이고.
부암동 고개 윤동주 문학관으로 간다.
좋은 시간이었다.
나는 그곳에 여러 번 갔고 그 영상을 여러 번 봤지만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눈물도 난다.
친구들과 그런 시간을 함께 하니 참 좋구나 그런 생각.
다시 길을 건너 창의문을 지나 왼쪽으로 걸어 환기미술관으로 간다.
미술관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앞마당 매화나무를 보고 찻집에 들어간다.
온통 유리로 되어 있는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멀리 보이는 인왕산과 어울려
한폭의 그림이다.
이선자가 사는 차를 마시며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우리의 모임을 마무리한다.
여름방학 우리들 2박 3일 여행은 봉화로 가기로 정했다.
하루는 봉화에서 하루는 태백에서 지내면 좋을 것 같다.
봉화 선생님과도 통화했다.
좋다고 오라고 하신다.
태백 휴양림은 내가 예약해야지. 잊지 말고!
오늘 만난 친구들아, 오지 못한 친구들아~
오늘 참 편안하고 좋았어.
30주년 때하고 또 다르더라.
아직은 우리가 할 일이 좀 있고, 그래서 시간 내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지만
가능한대로 이런 시간 많이 만들자.
5월에는 총동창회에서 하는 걷기 모임이 있다니
거기에서 다시 많이 보자꾸나.
혹시 이쪽 동네 걷고 싶은데 잘 몰라서 도움을 받고 싶은 친구들 있으면
연락해요. 시간이 되면 같이 걷고, 시간이 없으면 길 가르쳐 줄게요.
모두들 고마웠어요~~
사진은 유명희가 보내주는 대로 올릴게~~
투비컨티뉴~~
명희가 사진을 보내 주었어요.
요즘 맘이 맘이 아닐 텐데...
조용히 올려 본다.
옥규샘 고생 많았어..
덕분에 촌사람 서울 귀경 잘 했고 .
.사실 인천에 살면서 서울 몇번이나 가 봤을까..?
주말에 휴식 삼아 즐겨보는 1박2일 서울 여행편을 보며
나도 시간내서 한번 가 봐야지 했던 곳곳을 옥규 덕분에 보게 되어 더 없이 즐거웠다 ^^
옥규샘 감사혀 !!!
다음에도 좋은 여행 기대 만땅이다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을 함께 하면서 많이 즐거웠던 것 같구나.
좋은 장소 같이 걸으며 맛난 것 먹고 행복한 수다로 웃음 가득한 시간... 부러워~~~
친구들아 사랑한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나 각오(?)없이도
충분히 걸어다니고 오를 수있는 코스만을 골라 우리를 이끌어준
옥규샘~~~
그냥 올해는
10월중
대전 친구들과 함께할 족계산 맨발산행(맞냐? 춘선아~) 빼고
매달 서울 경복궁을 중심으로한
무궁무진한 옛서울 나들이를 하면 좋을듯....
이번 걷기 모임에 참여한 친구 모두
잘 먹고 잘 걷고 잘보고!!
옥규가 미리 주문해서 싸준 따끈따끈 호박꼬지 찰시루떡을 들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쉬며 선자랑 선희가 쏜 차와 커피~~~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날이었어
다음엔 그냥 회비로 할거니 그렇게 부담(?)주시 마시길..
인옥이,인순이,인숙이(어째 `인`씨스터즈들만 댓글 달았다냐..ㅎㅎ)
우리 5월 24일 또요일 총동창회주최 걷기에서 꼭 봅시다~~??
???어휴 나도 옥규의 글을 따라 가면?서, 하하 호호 웃음 소리 들으며
인왕산 길과 윤동주 문학관과 적선동 시장의 잔치국수 집 등을 다닌것 같네
사실 내가 자주 버스타고 다니는 익숙한 우리 동네이지만
구석 구석 정겨운 곳을 친구들과 함께 다니는 즐거움
이번에는 아쉽게도 시간이 안 맞었어.
많이 바쁜 중에도 모임 계획하고 공지하고 후기까지 자세히 올려준
옥규샘 고마워. 외국에 나오면 인일 홈피 자주 들여다 보게 되
5월 1 일 한국도착인데 뉴져지에 있다는 임규 전화번호를 알면
한국 들어가기 전 한번 통화하고 싶은데.
워싱톤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추웠는데
이제야 꽃이 피고, 재작년 새로 심은 배나무가 신기하게도 연초록 잎이
하루가 다르게 솟아 나오고 꽃봉오리가 생겼어.
신비한 계절의 순환을 많이 많이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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