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다가갈 것”

ㆍ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개관에 내한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

“건축물과 지형을 하나로 결합시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지형이 됐다는 점에서 독창적이라고 생각한다. 지붕에 잔디가 올라가면서 인공적으로 새로운 지형을 만들었고 전시장 자체도 지형에 녹아 있다.”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64)가 서울 중구 DDP의 21일 개관을 앞두고 11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설계한 DDP는 “고유의 역사성을 담고 있으며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해 곡선이 활용됐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도시가 큰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도시의 변화와 성장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l_2014031201001668100133311.jpg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개관을 앞두고 11일 건축가 자하 하디드(오른쪽)와 건축 파트너 패트릭 슈마허가 DDP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DDP는 서울시가 계획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운영하는 디자인 플랫폼으로 하디드가 설계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 주변과 조화를 고려 곡선 이용
건물 자체를 하나의 지형으로
서울의 문화허브 되도록 설계


하디드는 직선이 없는 비정형의 3차원 건축물로 ‘현대 건축의 혁신가’로 평가된다. 여성 처음으로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2004)을 수상했다. 비정형이 특징인 이탈리아 로마 막시뮤지엄(2008), 중국 광저우 오페라하우스(2011), 영국 런던올림픽 수영경기장(2012) 등을 설계했고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을 작업 중에 있다. DDP 역시 건축물 안팎이 모두 곡선으로 만들어진 세계 최대의 비정형 건축물로 공원이 포함돼 있다.

하디드는 “DDP는 서울의 유서 깊은 지역에 문화적 허브로 자리매김하도록 설계됐다”면서 “물 흐르는 듯한 디자인은 건축물과 자연 간 경계를 허물고 곡선으로 이루어진 공원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여년 전부터 부지의 지형과 건축물의 조화에 대한 고민이 컸다.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대규모 부지 위에서 이뤄지다보니 지형을 의식한 둥근 모양의 건축물이 나왔다”면서 “낯선 땅을 밟으면 실제로 곡선이 많다”고 말했다.

DDP는 건축가의 설명과는 별개로 설계 초기부터 주변과의 조화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 공동대표 패트릭 슈마허는 “독창적인 건물이 건설될 때는 끊임없이 의문이 인다는 것을 안다. 색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DDP의 기본 아이디어는 하나의 조형물이 스스로 모습을 계속 바꾸도록 하는 것이었다”면서 “공원도 끊이지 않고 위아래로 흐르도록 했다. 건물 안에 있으면 거대한 우주선 안에 있는 느낌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층을 올라갈 때마다 주변 풍광과 이미지가 새롭게 변하는 것도 특징으로 꼽았다. 슈마허는 건축물이 동대문 시장상권 안에 있고 복잡한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건축물 외관을 하나의 피부처럼 금속으로 이어 차분한 통일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DDP 규모에 대해 스케일이 과하다(크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하디드는 “무엇을 기준으로 과하다고 하는지 되묻고 싶다. 건축물이 특정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규모가 필요하다. 곡선을 많이 썼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 있으나 박스형태였다면 훨씬 더 커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디드는 건축 설계뿐 아니라 디자인 활동도 왕성히 하고 있다. 그는 “결과물로는 같아보일지 몰라도 디자인에 비해 건축이 더 복잡하다. 공간 속에 공간을 연출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으로서 세계적인 건축가로 인정받기까지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너무 험난하고 힘들었다. 여러 사람과 협상에 협상을 거듭하는 일로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 건축가에 비해 더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여성 건축가들이 많이 늘어났고 30년 동안 편견이 많이 줄어들긴 했다”고 말했다.

DDP는 연 방문자수 55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5개 시설에 15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국제회의와 신제품 발표회 등이 열릴 알림터를 비롯해 배움터와 살림터, 디자인장터,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등이 있다.

<김희연 기자 egghee@kyunghyang.com>


입력 : 2014-03-11 21:04:43수정 : 2014-03-12 20:5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