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날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12.김춘선
좀 일찍 퇴근하게 되어 은범이네 들렀다.
가보니 아무도 없고 조용하다.
애를 데리고 밖에 나갔거니 하며 아줌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아줌마가 애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 탄천에 있다고 한다.
그냥 집으로 가려다가 정말 탄천에 있는지...
어디 딴곳에 있는지 싶어 그곳으로 찾아가 보았다.
탄천 큰 다리밑에 시원한 그늘에
동네 애보는 아줌마들과 간병인들이 다 나왔는지
왁자지껄하다.
울 은범이는 그 사람들 많은 속에서 한귀퉁이 유모차에
파묻혀 눈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내가 손을 내미니 반색을 하고 안긴다.
아줌마는 심심하니 산책삼아 시원한데 나왔겠지만
그곳의 광경은 가히 목불인견이다.
90쯤 된 노인들이 간병인 손에 끌리어 걸음마연습하는데
잘한다고 애기보는 아짐들이 손뼉치고 웃고 난리였다.
애기들은 뒷전이고 즈이덜 수다에 정신이 없다.
울은범이는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입을 삐쭉거린다........
아~! 정말 속상했다.
세상에 한참 좋은 것만 보여 줘야할 내새끼를 이 난리통에서
저 아짐한테 맡기고 난 신난다하고 돌아 다니니....
그렇다고 내가 봐주지도 못할거면서 잔소리하면 싫어할까봐
잔소리도 못하고....
울딸 그만땐 안고 다니며 좋다는것 다 보여주고 이집저집 엄마들과
애기들 만나게 해주고 말도 가르치고 노래도 가르치고 했는데......
저 아짐 수준에 맞춰져 자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떨릴 지경이었다.
그래도 어쩌랴~?
좋은 소리로 아짐을 앞세우고 내가 은범이를 안고 걸으며
"저~기 어린애들 축구하는거나 보여주세요...
아줌마 심심해서 나온건 어쩔 수 없지만 기왕이믄 애 좋은것 보여주세요...!"하고
들어 올 수 밖에 없었다.
오늘도 점심 때 쯤 전화 걸어보니 집에 없다.
어딨는지 물어보려다가 그냥 관두었다.
물어보믄 워쩔낀데......
그~시끄러운 속에서 애처로이 유모차안에 파묻혀 있다가
날보고 허우적 안기던 그얼굴이 떠 올라 학원을 작파할 생각도 잠시 했었다.
워쩌랴~!
봐 준다고 허다가 또 손발드는 사태가 생길까봐 말도 못꺼낸다.
수다방에서 찬정이의 댓글을 읽다가 지나간
글을 찾아 보았어요.
그런데 은범이의 일기 11편이 댓글속에 파묻혀 있어
그냥 퍼다가 올렸습니다.
쪼로록 다 있는데 11편만 빠진것 같아 맘이 그래서...
그때 쓰였던 댓글들입니다.
갑자기 옛날 어설피 할미 노릇할때 힘주고 격려해줬던 님들이 그리워집니다.
지나간것 읽으니 또 맘이 쨔안했던 그때가 떠오르네요.
그때 그랬던 그넘이 지금은 할미를 갖고 놉니다.ㅎㅎㅎ
얼마나 가슴 아프셨으면 미처 다음 글 올릴 때가 안되었는데 댓글로라도 이걸 올리셨을까?
내리사랑이 정말로 애닯은거네.
은범이 녀석 나중에 이런 할미 마음을 알까?
수노온니 ~
그래도 은범이는 무럭무럭 잘 크고 있어요.
아가는 기도와 사랑을 먹고 자라는 거니까요.
한 순간도 그 손을 놓지 않는 할미가 있고 에미가 있으니
너무 애타지 마세요. 오케이? ;:)
다들 남 일도 아니고.
엊그제 들은 이야기.
지능은 모계가 우성이라 엄마 머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하더군요.(헉! 원망받겠구나 하는 생각이....)
이어서 화들짝 깨게 하는 얘기가 들렸으니, 사람은 네 살 때까지 거의 인간의 모든 기본적 능력이 생성된다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사람의 지능에 대하여 평생 공부하는 사람이니 틀린 말은 아니겠죠?
-선생님들 다른 사람에게 자기 아이 의식주 맡기고 다른 아이들 가르칠 때 아이들 세상 방향 정해지는 거예요- 하더라구요.
뭘 가르쳐서가 아니라 많이 경험하고, 함께 하고, 얘기 나누고, 노래 듣고, 이것 저것 만들고, 만지고, 같이 웃고 이런 일들이 아이의 지능의 세계를 넓힌다는 거예요.
반대로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그런 세계가 좁아질 밖에 없고 그것은 그것으로 끝이라는 거예요.
자기 아이들 운운 하면서 무서븐 말을 확 내뱉는 그 선생을 보면서 참 여러가지로 착잡했습니다.
당신은 이런 공부하려고 석사하고 박사하고 그럴 때 애기 봤수? 하고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청소도 좀 했수? 기저귀도 갰고?
아항~ 지능은 모계가 우성이라니 혹 아이가 부족해도 엄마 핑계 대시려우? 싶기도 했고, 일하며 살림하는 여자가 부담해야 하는 그 무시무시한 생활의 어려움을 알아주기는 커녕 또 이런 말로 간단히 뒤통수 치는 거야? 싶기도 했고.
육아기때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그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그 시절이 손에 잡힐듯 생각나 허리가 땡기고 억울한 생각이 들고 뭔가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의 경우엔 달동네 8번지 작은 연립에 살았기 때문에 다행히 모든 가구가 어울릴 수 있었고 아줌마에게 전권을 주어서 우리집을 완전히 오픈했지요. 아이들은 모두 우리집에 와서 같이 놀고 어른들도 자기 애들 데리고 와서 밥도 다 같이 먹고, 집앞에 있는 마당에서 밤 늦게까지 놀고.
거기서 이사오면서 아이의 행복이 없어졌다 할 정도로 그곳의 생활은 나의 어린 시절과 비슷했고 참 아이다운 살이였어요.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이 아이의 자연스런 행복한 모습이 없어진 거처럼 느꼈어요.
글쎄요
사람이 사는 게 뭘까요?
여러 모습을 보이며 변화하는 아이를 보니 삶의 기쁨은 보호와 계획과 폐쇄에서보다는 자유와 즐거움과 편안한 자율,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오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냥 생각해봤어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한숨만 쉬고 있기보다는 뭔가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여행하는 할머니가 주는 삶의 의욕과 자극이 은범이한테는 큰 힘이 될 것 같은데요. 조금 나중에 알겠지만서도.....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안치환 *
강물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되지, 음 알게되지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깊을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 안은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 으음
*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 본 사람은
알게되지, 음 알게되지
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 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온기를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리, 우린 참 사랑 *
(* 반 복 *)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온기를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리, 우린 참 사랑
은범이 일기가 9월 부터 어디로 가버렸니?
어쩌면 그렇게 할머니마음을 짠하게 잘썼는지. 자주 좀 써줘.
꼭 책으로 펴 내야해.
2주 전에 할머니 된 미국 에서 너희들 부러워하는 인숙이가.
그 당시 진수씨가 열심히 참여했네.
요즘도 눈팅은 하더만~
어디에 있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
할미의 손주사랑이 짠하게 느껴진다.
잘 커서 반장만 하게 됬으니 순호가 얼마나 기쁠꼬?
난 인제 글도 제대로 못 읽는다
"좀 일찍 퇴근하여 은범이네 들렀다"
한참 잠잠하여 순호대장 어디 취직한줄 알았다
고것이 그리 오래적 야그인 줄 모르고..(2006년 9월)
서글프다 늙음이여...
김순호 선배님!
훗날 이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
은범이와 은초에게 주면
아이들에게 더할 수 없는 사랑의 증표가 되겠지요.
두고두고 읽으며 할머니를 그리워 하기도 하고요.
요즈음 부모들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동화책을 만들어 준다고 들었는데
선배님의 글은 그런 것들을 능가하고도 남습니다.
사랑이 넘치는 선배님!
언젠가는 그런 책이 꼭 출판되기를 기대합니다.
순호언니
언니의 글을 읽을때 손주가 아직 없는 저도
마치 손주가 있는 것처럼 마음이 짠해 지기도 하고
대견하게 느끼기도하고 그럽니다
은범이 은초 !!!
우리 봄날의 영원한 손주지요
건강히 잘 ~자라길 빌며
우리 손주 생기면 저도 언니 같은 할미 되고 싶어요~^^
순호언니~그러게요.
지난 글을 읽어보니 가슴이 저리네요
직장 다니는 엄마를 둔 아가는 많이 측은해요.
저도그랬거든요.
물론 할머니 손에 컸지만.....
애들 대학갈 때까진 집-학교였어요.
그런 때를 넘기고 언니가 봐주면서 은범이 잘 커서 반장도 하잖아요.
언니 홧팅!!!
화림,영분언니,혜숙이,광숙이,금재~!
8년전 일기인데 어제 일인냥 선연합니다.
당시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결국은 제일을 접고
은범이 돌 되면서 윗층으로 오며 돌봐주기 시작했지요.
이제는 옛날 얘기하 듯 넘어가지만 하루하루가 아이들 자라는 재미에
참 소중 했었답니다.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사가며 매일 볼수 없다는 것 빼놓곤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ㅋㅋ
우리집옆동이 어린이집인데 은초 등원하는 시간에 맞춰
은초를 보러갔지요.
멀리서 나를 발견하곤 만면에 미소를 띄며 달려오는데
오금이 저리게 이쁘더라구요. ㅎㅎ
은범이는 반장되어서 무엇으로 니네 반애들을 행복하게 해주니?하니
노는 시간마다 지가 혼자 청소를 하고.
제일 앞에 서서 아주 좋다고 합니다.
애기때 낯선 사람들 틈에서 삐쭉대며 터지기 직전이던 넘이
능글스럽게 나에게 묻습니다.
할머니~!
여행가는게 그렇게 좋아? ㅎㅎㅎ
에미도 이젠 능수능란하게 잘 돌보는것 같고요.
이젠 걱정 안해도 될것 같아요.
모두 예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