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릴없이  방에  누워  애궂은  채널만  돌리고  있다.
내일  간단하지만  수술을  앞두고  괜시리  심란한  마음에  애궂을  채널만  돌리고  있는데   배경음악들이  기가  막히다.
"밀회"  라는  종편에서  하는  드라마인  모양인데  어느  작가가  골랐을까  궁금증까지  자아낸다.
그런데  극중  주인공이  다음엔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을  들려  드리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이  방랑자  환상곡을  봄날의  작은음악회에서  들었다.

그  날  나는  그  곡을  들으며    소름이  쪽  끼쳤다.

최희순  선배님이  이  정도였다니  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고  그만큼  강렬한  인상의  피아노곡이였기에 

이  곳에서  그  곡을  들을  수  있다니  기대가 되었다.
드라마  삽입곡에서는  어떤  느낌이  나올까?

 

 

혼자  듣기가  아까와  먼저  그  날  연주를  했던  2기의  최희순  선배님께  전화를  했다.
선배님,  밀회라는  드라마를  꼭  보셔요.
그  드라마에  방랑자  환상곡이  나온데요.
그런데  좀  야한  내용이거든요.
 20대  남자와  40대  여자가  연탄을  하는데

감동을  한  여자  교수는  "한번 만  더..."  합니다. 

남자아이가  연탄을  하면서  남녀간의  섹스에서  느끼는  절정을  연탄을  하면서  맛보았다고  누군가에게  고백을  합니다.
그리고  요즈음  만연한  입시  부조리
돈이  많은  사람들의  주체할  수  없는  욕망등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제  말을  듣고  있던  최희순  선배님이  그런  드라마가  있었구나.  고마워  내일  꼭  볼께  했지요.


화요일,
9시에  예정된  백내장  수술을  끝내고  회복실에  누워  문자를  확인하니
전날  밤  늦 게  최희순  선배님이  보낸  문자가  들어와  있다.
"슈베르트의  환상곡  1악장  중간  부분이  나오더라 .
가장  로맨틱한  부분이지"  합니다.
역시  전공자는  다르더라고요.
이런  음악을  선정할  만큼  우리  드라마의  수준이  월등  발전한  것은  아닐까?

 

 

수술  3일  후
안과를  가려고  처음으로  안대를  벗고  현관을  나서는데
아파트  화단에  개나리와  목련이  눈에  확  들어온다.
눈이  얼마나  깨끗해졌는지  봄꽃을  처음  본  양  화들짝  놀란다.
욕정에  겨워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는  하얀  목련과  노오란  개나리가 눈물겹도록  정겹다.
아!  벌써  봄이  왔네요.

 

어느  시인인지  이름은  잊었지만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고  했지요 

다  소진되었을  법한  설레임이란  감정도  "밀회"  라는  드라마  한편으로  벼락치듯  뛰기  시작한다.

아!  정말  봄이  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