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이 월요일이라 이번 주는 내내 너무나 힘들고 정신이 없었다.

개학 첫날이 한 수요일 정도에 시작이 되면 일단 3일 정도 하고

좀 쉬었다가 일을 할 수가 있어 좀 나았을 텐데

월요일부터 일주일 꼬박 시달리니 거의 좀비 상태다.

 

학기 초에는 내야 할 것도 많고!!! 새로 시작하는 수업도 그렇고

아이들도 선생들도 많이 지친다.

그래서 다 큰 아이들조차 학기 초에 병나는 일이 많다.

 

어찌나 힘든지 그저께는 집에 와서 팔을 축 늘어뜨리고 허리를 구부리고 다녔다.

 

이번 학기엔 세 학년을 맡아서 수업 준비하기도 바쁘다.

이번에 한 학년은 수준별 수업에서 제일 낮은 반 아이들을 맡았는데

그것 또한 쉽지가 않다.

게다가 내가 가르치지는 않지만 중학교 1학년에 새로 들어온 중복 장애 아이가

거의 하루종일 난리를 치는 바람에 더 정신이 없다.

 

하긴 그 아이도 얼마나 정신이 없으랴.

갑자기 알지도 못하는 사람 투성이에 영어니 수학이니 과학이니 하면서

이리저리 다니며 하려니 난동을 안 부릴 수가 없을 것이다.

어제도 점심 후에 뒷산에 올라가는데 그 아이를 맡은 선생님이

도저히 수업을 할 수가 없는지 아이를 데리고 산에 오르고 있었다. 공익요원을 데리고.

 

원래 정신이 없는데 하도 내라는 것이 많고 일이 몰아치니까

마치 세탁기 속 빨래처럼 탈수가 되는 것 같다.

할 일을 종이에 써 놓고 체크해 가면서 하는데도 잊어버리는 일이 있다.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있으면 글씨가 둥둥 떠다니고.

그러면 한 눈으로 하다가 다시 두 눈으로 하다가 다시 한 눈으로 하다가.....

 

거의 일생을 해 온 일인데도 학기 초에는 이런 상황을 똑같이 겪는다.

 

이런 와중에도 힘을 주는 것은 결국 아이들인데.....

그나마 웃을 수 있는 것도 아이들 때문이다.

 

우리반에 <바람>까지는 아는데 바람이 분다는 모르는 아이가 있다.

<그네>는 아는데 그네를 탄다는 모르는 아이.

 

내가 모니터를 보다가 하도 눈이 피로해서 눈을 누르고 있으니까

울어? 묻더니 주머니에서 무슨 비타민씨 같은 가루봉지를 준다.

먹고 힘내라는 동작을 한다.

원래 몸이 약한 아인데 아마 엄마가 주머니에 넣어 주며 먹으라고 했나 보다.

가슴이 찌르르해서 너 먹어 했더니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너 먹고 힘내라고 한다. 자기는 힘 있다고.

그 아이가 간 후 난 그 봉지를 고이 간직한다.

 

이렇게 일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문득 만나는 보살 같은 그런 아이들을 보며,

뭐가 중요한가를 본성적으로 아는 그런 마음자리를 가진 아이들을 보며

내가 해야 할 일을 다시 생각하는 삼월.

 

 

<작년 여름 학교 뒷산에 올라 수첩에 적힌 시를 외우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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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아~

우리 3월 22일 만나는 거지?

그날 지리산 가는 계획 있지만 난 너희들 만나러 갈란다.

많이들 모여 얼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