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0일(목요일)  오전  8시
신공항버스가 주안 경인상가  앞에서  동문들을  태우고 

송내  남부역에서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을  또  태우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경유해  신안군으로  향한다.
3회에서  14기까지  45명이다.
이번  1박  2일  여행은  함초코리아의  연구소장을로  있으면서 

염생식물인  함초를  연구하고  있는  7기의  유순애  교수의  주선으로  오래전에  계획된  여행이다.
1004의  섬을  여행한다는  설레임으로 다소  들뜬  얼굴들이  반갑다.


 

지난  밤  소치의  연아를  보느라  지쳤을  법도  하건만 

연아에게서  받은  행복감에  취해서인지  차가운   바람이  봄바람처럼  느껴지기  조차  한  아침이다.
45명의  일행중에는 

전초현  선배님이  총무로  있는  합 창단원들도  참석하고  있어  행여  어색할까  우선  자기  소개들을  하면서  버스는  달린다.

정월  대보름이  지난지  며칠  안  되는  오늘
창  밖엔  안개가  잔뜩  끼어  주변  풍경이  아스라히  보이고
특히 행담대교를 건널  땐  바다  위인지  안개속인지  구분이  안되더니
신안이  가까와오니  햇볕이  나기  시작이다.

 

1004개의  섬을  갖고있는  신안군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섬과  섬을  가려면  배를  타고 건넜지만  이제는  다리가  놓여  바다  위를  차들이  쌩쌩  달린다.
바다를  따라  달리다  보면  갯벌이  나오고  염전들이  나오고

(얼마전엔  이곳  염전에서  노숙자를  데려다  노예로  부려  먹어  사회문제가  된  곳도  이곳이다)
흙들이  진한  황토색이라  특히  이곳  양파는  최고로  친단다.
공장이  한  곳도  없는  이곳  신안은  정말  청정지역이다.


장장  4시간  30분이라는  긴  시간을   달려  도착한  함초  코리아  본사.

풀로  장생을  하자는  함초  본사에서는  사장님  이하  여러분들이  나와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한다.
먼저  시장한  우리를  위해  맛깔스러운  점심을  대접한다.
역시  전라도의  음식은  일품이다.
점심  후  본사에  돌아와  함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하우스에  들어가  한  시간  동안  잡초  뽑기를  했다.

새끼  손가락한  함초들이  뽀족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사이로  잡초가  지천이다.
그런데  이  잡초라는  것이  세발나물이라고  나물을  해서  먹으면  좋다해서  다들  한  봉다리씩  뽑아왔다.
느닷없이  나물캐는  아가씨들이  된  하루이기도  했다.
그런  하루를  보내고  저녁을  먹는다고  우리를  데려가  곳이  정말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곳이다.


버스를  내려  찬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자그마한  섬위에  떠있는  음식점에  도착했다.

마침  석양이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며  붉게 붉게 바다  속으로  떨어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망망대해  한가운데  서서  떨어지는  저녁  노을  보며  다들  함성을  질러댔다.
어떻게  우리가  이런  아름다운  풍경  속에  같이  있다는  말인가?
카메라  셔터가  여기저기에서  터진다.
아름다운  바다,  저녁노을  속에서  맑은  바람을  맞고  있는  이  순간  우리는  참으로  행복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죽어도  좋아"
왜  그런  생각이  불쑥  났을까.

그런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이어서일까 

어느  후배는  식사  자리에서  본인의  사랑  이야기를  고백해서  주위를  깜짝  놀래키기도  했다.
이  음식점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성수기에만  매일  열고  평소에는  손님이  없어  열지를  않다가 

함초  사장님의  특별  부탁을  받고  오늘  특별히  문을  열였다는데
음식의  맛이며  음식을  담아내는  도자기  그릇  하나하나  얼마나  깔끔하고  단아한지  우리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내 경우
20여년을  산을 따라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터득한  것이
그  지역의  산세에  따라  사람들의  특징이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경상도의  산세는  높고  거칠어  사람들도  강하고  음식도  투박한  반면  큰  인물이  많이  나오고
전라도의  산세는  낮고  아기자기  해서  그  지역  사람들이  상냥하고  음식  맛도  또한  유난히  맛깔스러운데 

역시  신안군에  와  보니  그  말이   정답이다.
그래서  또한  소리의  고장,  기예의  고장이라고도  하는데
저녁  후  노래방에서  보여  준  섹소폰  연주자의  솜씨며 

함초  사장님  이하  직원들의  노래 실력  또한  기예의  고장에  왔음을  우리들에게  보여  주고  있었다.


그날  밤
우리는  전날  밤과  같이  또  잠을  설쳤다.
소치에서의  연아의  마지막  선수로서의  경기를  보려고  다들  일어나  TV  앞에  몰려  앉았다.
숨  죽인  2분  50초가  지나고  모두들  기가  막혀  말문을  닫았다
그렇게  완벽한  연기를  아름답게  보여주고도  은메달이라니.....분하다.
그런데도  연아는  심판도  경기의  일부라며  애써  태연하다.
얼마나  쿨하고  자랑스러운  우리의  여왕  김연아인가?

 

다들  잠  못  이룬  밤,
6시  30분에  나오니  찬  공기가  한없이  맑다.
뒤에는  달이  아직도  걸려  있는데
앞바다  수평선  너머로는  붉은 해가 서서히  주위를  빨갛게  물들이며  솟아  오르고  있다.
아름다운  신안군의  아침이  열리고  있다.

 

오늘  아침은  엘도라도  콘도에  가서  해수  사우나도  하고  아침  식사도 하고
아무도  찾지않는  겨울  바닷가를  산책한  후 

호텔  커피  솦에서   바닷가를  창문  너머로  하염없이  바라 보며  향  짙은  원두커피를  마신다.
회비  3만원만  내고  1박  2일  여행을  이렇게 고급스럽게  즐기는  이들이  우리말고  또  누가  있을까?
이곳  엘도라도를  다음엔  친구들과  다시  꼭  오리라  했더니  사장님은  오시려거든  병어가  아주  좋은  철  4월에  오란다.
꽃  피는  신안군의  4월은  어떤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보여줄까?
함초  식품을  사러  왔다  우리는  그만  신안군의  아름다움에  빠져버렸다.

 

올라오는  길
목포  톨레이트를  잠깐  지나  압해다리를  건너 

김영희(9기)  남편의 세라믹공장에  들렀더니  올라가면서  먹으라고  파프리카  2상자를  선물로  주셨다.
차  안에서  파프리카도  먹고  노래도  부르니  너무  웃어서  배꼽이  달아나버릴  지경이다.
4기  전초현  선배님께서  사회를  열정적으로  보느라  목이 다  쉬었는데 

느닷없이  10기  이인옥이  만원을  드리며  선배님께  병원을  다녀  오라신다.

이런  끼에  이런  재치를  또  어디서  구경을  할까?

예전  우리에게  무용을  가르쳐  주셨던  고  이종례  선생님의  동생이신  4기 선배님께서는  노래도  얼마나  멋드러지게  부르시던지!

그  제목이 "광야"  이었던가....

물론  다들  가수 뺨치게  잘들  불러

다음번  총동문회에서  동문  음악회를  해도  굉장하겠네  할  정도  였으니  말  해  무엇할까?

 

행복했던 

아름다운 

신안에서의  1박  2일이

꼭  지금도  꿈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