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해가  저문다.
하루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데  벌써  365일이  후딱  지나갔다는  말인가?

오늘  오전  11시경  갑자기  하늘이  컴컴해지며  비같은  눈이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는다.


가만히  되돌아보니
그  날이  그  날이었던  연속의  날들..........
혼기를  넘긴  아이들은  여전히  숙제로  남은  채이다.

 

책은  몇  권이나  읽었을까?
부끄럽게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심지어  노오벨  문학상으로  선정된  작품은  꼬박꼬박  챙겨  본  나이건만   올해의  여류  작가의  작품은  보지도  못했다.
게을렀다.

내가  사는  동네  서점인  주안  시민서점에  가서  찾았으나  무슨  일인지  갖다  놓지를  않았단다.
그냥  나오기가  아쉬어서  무라카미  하루끼의 
"색채가  없는 
다자끼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라는  긴  제목의  장편을  골랐다.
그런데  이  책이  왜  그렇게도  지루했던지  일주일이나  걸려  읽었다.
이제는  책을  읽는  일도  만만치가  않은  나이가  되었나  보다.

 

논어에  열공중인 5기의  임경선  선배님이  꼭  보라며  선물로  준

가야금의  명인인  황병기씨가 쓴  논어이야기는  선배님  덕분에  귀하게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알버트  까뮈의  탄생  100주년이라고    까뮈의  열풍이  또  다시  분  올  해,  까뮈의  작품을  다시  손에  들었다.
그런데  20대에  읽은  "이방인"은  지금  읽어도  좋다.
물론  20대에  느낌과 60대의  느낌이  같을리야  없건만
젊은  시절  푹  빠졌던  내  취향은  그런대로  살아  있는  모양이다.

태어나자  마자  한달만에  아버지를  전쟁터에서  잃고  청각장애자인  어머니의  손에  자라난  불운했던  작가는

1958년에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일찍  노벨상을  받음으로써  주위의  질시를  한몸에  받은 까뮈가
사랑을  못  받는  것은  불운이지만
사랑을  못  하는  것은  불행이라고 역설했다.
나는  불운했을까  불행했을까?

 

그래도  가끔은  감동에  겨워  나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릴  때가  있다.
가수  조용필은  절대로  웃지도  울지도  않는  정신지체아가  자신의  "비련"이라는  노래를  듣고  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3개나  되는  공연  약속을  위약금을  물고  취소를  하고  그  병원으로  달려가  그  소녀를  위해  노래를  불러
모든  이들의  감동을  했다는  이야기
물론  그  소녀는  조용필이  누군지도  모른채  그  노래를  들으며  또  다시  눈물을  쏟고
그  부모님이  조용필에게  은인이라며  사례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몇  천만원의  돈보다  더  귀한  선물을  내가  오늘  받았다며  위로의 말을  전하고  돌아온  가왕이라  불리는  조용필......
사별한  부인이  남긴  거액의  유산도  심장병어린이  재단에  기부하는  등
아시아에서  최고의  기부왕  조용필은  정작  본인은  전세집 에서  살고  있단다.

 

40년  동안  설악산에서  지게꾼  일을  하며  번  돈으로  이웃을  돕는  임기종씨의  이야기도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16세  때부터  설악산에서  짐을  지고  날라  살아온  그가
정신지체  2급에다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여자를  소개받고 
이  여자는  살면서  얼마나  구박을  받았을까라는  애처러운  마음에  돌봐주리라  생각해  결혼을  하고
아들을  얻었으나 

아들은  말을  못하고  심각한  정신장애  증세를 보이는  아이였다.
결국  아이를  못  키우고  장애자  시설에  맡기고  온  뒤로
죄책감에  지게일로  번   한달치  돈  120만원을  몽땅  기부를  하기  시작했단다.
초등학교  5학년이  최종학력인  그가
"정말  보잘  것  없이  살아온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  할  수  있고
칭찬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남을  도우면서  삶의  자신감이  생겼죠"  설악산  지게꾼  40년  임기종씨의  변이다.
수십억  자산가들이  한  푼이라고  더  모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요즈음
힘들게  번  돈을  몽땅  기부하는  그  지게꾼은  진정  성인이  아닐까?

 

하루는  아프고
하루는  힘들고
그래도  견디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이런  감동이  있어서가  아닐까?
보잘  것  없는  나도
욕심을  버리고
사랑을  하고  살면  불운도  사라지고  불행도  사라진다  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