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또 일년이 가고 있고, 습관처럼 서랍을 정리하고 있네.

로그인을 안 하다 보니 오늘 아침 들어오는데 비밀번호도 가물가물하더라.

비교적 홈피에 자주 들어왔던 나도 그러니 잘 들어오지 못하는 친구들은 더하겠지?

토요일 귀한 친구들을 만나고 더 할 수 없이 고맙고 푸근한 마음으로 돌아오면서

우리 기 방에 짧은 글이라도 꾸준히 써야겠다 생각을 했어.

 

시간 되는대로, 마음 여유 되는대로, 우리 아이들과 수업 시간에 나누는 이야기며, 같이 읽는 이야기며

좀 우습더라도 같이 나누어 보련다.

 

이번에 가르쳤던 아이들은 아이들 간에 수준 차가 너무 나서 어디에 기준을 두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아이들이었지만, 그만큼 또 너무나 순수해서 정말 좋은 시간을 많이 가졌어.

얼마 전에 그림 동화를 읽다가 아이들과 같이 읽고 싶어서 몇 개를 쳐 봤어.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은 복사해서 아이들과 읽어도 좋을 거야.

 

앞에서 열심히 일해 준 친구들, 앞으로 또 일해 줄 친구들

정말 마음 깊이 감사한다.

그날 얘기한 것처럼  많이 불러 줘~~

그럼 오늘은......

 

 

선생님을 기억하는 나무      힐러리 로빈슨

 

어느 날, 우리 선생님인 에반스 선생님이 학교에 오지 않으셨어요.

뱅크스 선생님은 우리 모두를 자리에 앉게 하셨죠.

우리는 에반스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세상 모든 것은 밝고 아름답네’를 불렀어요.

 

뱅크스 선생님은 에반스 선생님이 아파서 쉬셔야 하지만

종종 우리를 보러 오실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엄청 큰 ‘얼른 나으세요‘ 카드를 만들었어요.

나는 무릎에 반창고를 붙인 곰을 그렸어요.

내가 아팠을 때 에반스 선생님이 무릎에 붙여 주셨던 게 생각났거든요.

알피는 자기 이름을 계속 틀려서 열여섯 번이나 지웠어요.

종이가 거의 구멍이 날 정도가 되었지만 뱅크스 선생님은

“걱정하지 마렴, 에반스 선생님은 이해해 주실 거야.”라고 말씀하셨어요.

 

에반스 선생님이 ‘우리 카드를 받고 정말 힘이 솟았다‘는 답장을 보내주셨어요.

선생님은 곧 우리가 할 <잭과 콩나무> 연극을 보러 오실 거라고 하셨어요.

연극 준비 기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어요.

알피는 거인 역할을 맡아서인지 말썽을 피우지 않았어요.

 

학교에 오셨을 때 에반스 선생님은 반짝반짝 빛나는 예쁜 스카프를 쓰고 계셨어요.

선생님은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휠체어에 앉아 계셨는데 가끔씩 어지러워 그렇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선생님은 줄곧 미소를 지으셨어요.

에반스 선생님은 운동회 날에도 오시고 싶어 했지만 몸이 좋지 않으셨대요.

선생님이 오셨으면 창피할 뻔 했어요.

왜냐하면 알피네 강아지가 엄청난 일을 저질렀거든요!

 

‘에반스 선생님께

선생님은 운동회 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상상도 못하실 거예요!

알피네 집 강아지 로켓 기억나세요? 동물보호소에서 데려온 다리 아픈 강아지요.

강아지가 알피가 안 보는 사이에 달려가더니 2인 3각 경주에서 우승을 해버렸어요!

뱅크스 선생님은 로켓의 목줄에 메달을 걸어주셨어요!

저는 선생님을 볼 수 없어서 슬펐는데 오지 못하신 에반스 선생님이 더 슬펐을 거라고 뱅크스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우리는 경주가 끝난 후 아이스크림을 먹었지만 햇빛 때문에 좀 녹았어요.

사랑하는 올리비아가 키스를 담아 보내요.‘

 

 에반스 선생님은 흔들리는 글씨체로 답장을 보내주셨어요.

내 편지와 사진을 보고 선생님은 정말 기운이 나셨대요.

 

며칠 후 뱅크스 선생님이 슬픈 소식을 전해 주셨어요.

에반스 선생님이 돌아가셨다고요.

선생님이 오랜 시간 많이 아프셨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프지 않으실 거라고 하셨어요.

나는 울고 싶었어요.

뱅크스 선생님은 울어도 좋다고 하셨어요.

가끔은 우는 것이 우리 마음을 위로해 주기도 한대요.

때로는 이유 없이 화가 날 수도 있는데, 그것도 괜찮은 거라고 하셨어요.

뱅크스 선생님은 우리가 조용히 앉아 있는 동안 ‘세상 모든 것은 밝고 아름답네’를 피아노로 연주하셨어요.

 

뱅크스 선생님은 또 다른 말씀도 해주셨어요.

우리가 슬퍼질 때는 선생님이나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

또는 우리를 사랑하는 누군가와 얘기를 나눠보는 것이 좋다고 하셨어요.

가끔은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하는 것이 우리 마음을 좀 더 낫게 하는 데 도움이 된대요.

어떤 날은 슬프기도 하겠지만 때가 되면 우리는 점차 나아질 것이고 행복해질 거라고 하셨어요.

 

뱅크스 선생님은 우리가 에반스 선생님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하셨어요.

그 후 몇 주 동안 우리 모두는 선생님에 대해 그리고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것들에 대해 생각했어요.

하나는 선생님께서 색연필 같은 물건들을 나눠 쓰는 것에 대해 가르쳐 주셨다고 말했어요.

제이크는 선생님께서 토마토 기른 것을 가르쳐 주셔서 씨앗을 심을 때마다 항상 선생님 생각을 한다고 말했어요.

 

알피는 심한 장난을 쳐서 선생님 책상으로 불려갔을 때마다 선생님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주셨다고 말했어요.

알피는 에반스 선생님께서 사계절에 대해서도 가르쳐 주셨다고 말했어요.

여름과 함께 찾아 온 제비들을 처음 보았을 때 선생님과 함께 운동장에서 펄쩍펄쩍 뛰었다고요.

새를 좋아하는 알피는 정원에 박쥐를 기르고 있어요.

알피는 박쥐에 대해서 많이 알아요.

우리는 자기의 생각을 메모지에 적었어요.

알피는 새를 그렸어요.

 

뱅크스 선생님은 우리의 생각들을 구리로 만든 나뭇잎에 새길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학교를 관리하시는 스탠 아저씨가 현관 앞에 구리선으로 나무를 만들었어요.

 

우리는 에반스 선생님의 가족 분들을 초대했어요.

뱅크스 선생님은 비록 에반스 선생님이 이제는 이곳에 계시지 않지만

우리들이 영원히 간직할 많은 추억가르침을 남겨주셨다고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차례차례 자기 이름을 말하고 구리 잎에 적은 것을 소리 내어 읽었어요.

알피는 새를 그린 잎을 보여주었어요. 그러고 나서 우리는 잎들을 나무에 걸었어요.

 

왜 잎들이 햇살 속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며 딸랑거리고 있는지 아세요?

우리 모두 알고 있어요.

 

그건 바로 에반스 선생님의 모습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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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학교 뒷산에서 꽃 그림 그리는 아이들,

착하고 순했던 이 아이들도 이제 사춘기에 접어들어 뭐라고 물으면 거칠게 대답하곤 한단다.

우습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이런 시절이 정말 인생에서 얼마나 짧은 기간이더냐.

암튼 아이들한테서 배운다.

거칠 건 다 거쳐야 큰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