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마니아들을 위하여  

 

 

                                                                    홍 순정               

 

 

 

백사

한 올,홀연히

시멘트 바닥 코 끝에 풀어 놓는 구만리 장공 숨결.     

 

 

첫 향이다,첫 말이다,첫 나들이다.    

 

 

 

첫 것은 모두- 나 없던 시절에 태어나 태초는 물론,

내 까무잡잡한 비밀 목록까지 수납장에 소중히 간직해 놓고 있다. 

 

 

그 중 몹쓸 병에 걸린 새하얀 하늘-

밤새 떨며 기도하는 사이 첫 새벽,첫 눈 되었다는 기록은

내 눈을 가쁘게 만든다.    

 

 

 

오랜 후,나는 알았다.

첫 눈을 바라보는 내 눈이 왜 자지러지는지

그리고 가장 위태로울 때 가장 순결한 눈빛으로 반짝인다는 걸.     

 

 

 

첫 눈 내리면 몸 속에

굳어진 나이들이 녹고

헛 말들이 녹고 헛 것들이 녹는다.       

 

 

 

천지엔,헛 비늘 떨어져

첩첩산중 숨어 있던 참 것들-

문 열고 나오는 싸그락 싸그르륵 소리 가득타.         

 

 

 

인일의 모든 분들과 이곳에 오시는 모든 분들께 마지막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전하며 모든 분들께 거룩한 계절의 사랑과 평화 가득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