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11월은  시간의  기차를  갈아타는  환승역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차창  밖으로  낙엽이  쌓이고 

가을풍경  속으로  곱게  물든  단풍이  까닭  모를  비애에  휩싸이며  가슴을  설레게  한다.

저  빛나는  은빛  물결  일으키는  억새밭을  헤메며  그리운  사람을  실컷  그리워  하면  돌아오는  찬  겨울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차창  밖으로  가을이  자꾸만  깊어가고  있다.

 

오늘은  11월  9일

총동창회에서  주관하는  가을  기차여행이다.

아주  아주  오랜만에  와  보는  서울역은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깔끔하고  영국  어디쯤  기차역에  서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9시  05분  영동선  열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단풍만큼이나  알록달록  예쁘게  차려  입은  400여명의  동문들이  여행사의  인솔하에  차례대로  기차에  오른다.

와인칸  시네마칸.......

우리는  와인열차다.

반가운  얼굴들이  여기저기에서  웃으며  손짓을  한다.

 

룸싸롱을  방불케  하는  와인열차엔  탁자  위에  안 주가  놓여  있고  와인잔이  예쁘게  놓여있다.

와인이  화이트와인  드라이  와인  스위트  와인  순서대로  나오니  어느덧  알딸딸하게  취한다

이것은  낮술도  아니고  아침술이니  해장술이라  해야  하는가  하는데

기타를  둘러  맨  사회자의  최성수의  "동행"이  아련하다.

우리는  동행할  수  밖에  없는  친구들이라며

기가막힌  노래  솜씨로  우리를  추억에  잠기게  한다.

이어서  "7080"이다.

노래에  맞추어  흥에  못  이긴  13기  후배들이  벌떡  일어나  춤을  추며  장단을  맞춘다.

가을  바람에  세상은  노래가  된다.

 

벌써  62세로

인일여고를  졸업한지  44년이  흘러  여기에  모인  친구들.........

초록에  지쳐  단풍이  들듯  우리의  모습도  그려려니  하니  갑자기  머리  속엔  바람이  분다.

어떻게  살다가  여기까지  왔을까?

오늘은  특히  가슴이  찢어진다.

친한  친구의  폐암  소식에  같은  기차를  타고도  내려야  할  환승역이  다  다르니  동행한  길엔  바람이  또  분다.

추억을  되돌아  보면

제대로  살아보지  못  한  과거가  새록새록  생각이  난다.

먼  훗날

오늘의  기차여행을  반추해  보고  우리는  오늘을  또  얼마나  그리워 할까?

 

드디어  영동역이다

서울에서  영동을  2시간  30분만에  오다니

새삼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에  박수를  보낸다.

제주도까지  하루  생활권에  들어가니  우리나라의  발전이  정말  눈이  부시다.

영동역에서  버스에  나누어  타고  와인  코리아  본사에  도착하니  영동  군수님까지  나와  우리를  반긴다.

뷔페식으로  점심을  먹는  장소도  천장은  온통  포도가  주렁주렁이다.

1 1월인데  포도라니.......

진짜냐  가짜냐를   물었더니  진짜  포도란다.

점심을  먹고  버스로  다시  이동이다.

 

국악의  고장이라는  영동.....

잘  꾸며진  잔디를  밟으며  박연  난계사당에  들러  세계에서  제일  커서  기네스  북에  올라  있다는  법고를  구경하고

마침  겨울을  재촉하는  비를  맞으며  사당에  올라가  참배한  후

국악을  감상하기  위해  공연장엘  들어선다.

해금  아쟁  거문고  가야금  장고  대금  등이  어울려  내는  소리를  들으니  그  소리에  빨려든다.

특히  판소리  명창의  춘향가  중 보고지고,  보고지고 로  시작되는  "쑥대머리"는  눈물까지  자아낸다.

역시  우리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와인  족욕이다.

다들 하루의  피로를  김이  무럭무럭  피어  오르는  포도주에  두  발을  담그고  이야기  꽃을  피운다.

우리와  같이  족욕을  함께 한  4기의  이은성  선배님께   노래를  해달라고  졸라 대었으나

듣지  못  한  것이  아쉽긴  했지만

머리까지  땀이  폭  나며  피곤이  풀려  기분이  좋았다.

 

예정된  출발시간이  가까와지고

우리는  서둘러  버스에  올라  영동역으로  직행을  한다.

버스에서는  여행사  직원이  영동을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군수님의  선물인  포도를  한송이씩  나누어  준다 

포도를  좋아하는  나는  얼른  한개를  떼어  먹으니

정말  달다.

 

다시  영동역.....

기차에  몸을  싣고  서울로  향한다.

창밖엔  추적추적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빗금을  그리며  나리는데

지금껏  타고온  기차에서  내려  갈아  탈  기차를  기다리는  우리는  또  어떤  운명과  맞닥뜨릴까?

쭉  뻗은  철로는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기에  한없이  외롭다.

기적  소리는  지나간  내  청춘만  같아  눈물이  난다.

그래도  손을  잡고  동행할  친구들이  있어  다소  위안이  되고

낭만을  싣고  다녀온  오늘의  기차여행.....

 

동행이  있어  행복한  하루를  가을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