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어제  선배님을  만나  뵈올  때는  날씨가  얼마나  좋았는지요?

높고  파아란  가을  하늘이  금방  파란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는데

하룻밤  사이

초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뿌리더니  추위에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어제는  그  많은  동문 들과의  해후에  지치지는  않으셨는지요.

 

담쟁이에서  난생  처음  만났음에도  선배님을  금방  한  눈에 알아보았지요.

흔히  영화배우나  유명인을  화면  속에서  만나다  보면  괜히  그  사람이  친근해지고  나도  모르게  아는  사람인양  착각이  드는데

홈피에서  자주  보다  보니  그냥  어제  만난  지인인양  스스럼이  없었습니다.

다정하게  포옹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선배님께서  힘겹게  살아  온  이민생활을

한  마디로  "나는  없었던  긴  세월" 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그러나  오늘 

미국인  사위가  한국을  한번도  와  보지  않았기에

목사님과  딸과  사위와  손주  2명을  데리고  고국 땅을  밟은  선배님은  진정으로  성공한  한국인  이십니다.

모교를  찾아  장학금을  건네고

선물을  무엇을  사야  될까를  고민하던  선배님 께서는

돈봉투를  만들어 와  11 명  전체에게  주셨습니다.

오늘  나는  장학금을  받은 기분이라고  할까요?

 

이모티콘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달리

선배님의  첫인상은  진실되고  검소하고  우아합니다.

왜  그렇게  이모티콘를  많이  쓰시냐  물었더니

재미있는  사람이  못 되서 앞으로  노후를  위해  재미있게  사는  방법을  지금부터  연습중이라고요  하셨지요.

150달러를  주고  사셨다는  핸드백은  이것저것  손을  보았더니  명품백도  쫓아 올 수  없는  나만의  명품백이  되었다고  자랑을  하십니다.

무엇이든  당당하고  지혜로운  선배님이  저는  순간  자랑스러웠습니다. 

"진실"  하나로  살았더니  여기까지  왔다고  느릿느릿  우아하게  말하는  선배님.....

 

오늘  선배님께서  친구들을  만나며

"너, 나  기억해?"라는  이야기들을  들으니  불현듯  오래전  일이  생각납니다.

미국에서  내  친구  혜원이가  아주아주  오랜만에  한국을  나왔을  때의  일입니다.

나는  그 날  따라  잔뜩  멋을  내고  나갔습니다.

안경을  벗고  렌즈를  끼고  속눈썹까지  붙이고   나갔습니다.

그랬더니  혜원이가  나를  보더니  "이  분은  누구신가?" 하는  것입니다.

친구들이  "야,  산학이야 .  이  분은  무슨..."  했더니

혜원이가  "뭐라고....야 , 안경은  어디  있어.  빨리  안경  써...."라고  해서  다들  대굴대굴  굴렀습니다.

오늘  선배님들의  만남을  보니  그  날의 장면이  주마등같이  스쳐갑니다.

 

아침부터  와서  모임을  주선한  한선민  선배님

멀리  상일동에서  바삐  오신  김기숙  선배님

그리고  50년간  병으로  누워  계시는  어머님을 

오늘도  인하대병원에서  퇴원을  시키고  오신  김정숙  선배님 .......

 2기의  윤순영  선배님은  인일여고에서  부터  점심까지  깨끗이  처리를  해  주고  가셨고

7기의  유순애는  멀리  대전에서  선배님을  만나러  달려왔으니 

정순자  선배님!

오늘  기분이  어떠하셨는지요?

 

선배님!

토요일 에  가신다고요?

사위와  예쁜  손주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을  많이많이  보여주시고  한국의  정도  듬뿍  담고  가게  해  주십시오.

 

어제  송미선  선배님네  사랑방에서

얼마나  이야기들이 많은지 흐름을  혹시  깰까  봐

인사도  못  드리고  몰래  빠져  나왔습니다.

 

부디  가시는  길  편안하시고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