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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에 대한 명상/오인숙

 

한 겹 껍질마저 몽땅 벗겨져

줄줄이 엮여 내걸린 알몸들

붉게 익은 한 생애가

가을 볕과 바람속에

구들구들 말라간다

 

가혹한 형벌 묵묵히 참는

맨살의 쓰라림 위로서리 내리고

떫디떫은 분노의 숨결조차

하얀 분가루가 되어

벌거벗은 수치를 덮었다

 

살점을 칼로 도려내는 고통없이

감히 새로운 부활을 꿈꾸겠습니까

죽음을 각오하면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저 인내의 꺼풀이 아문 몸

잘 견디어낸 상처가

참 달고 말랑말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