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토요일 김포에 위치한 대명항은 보통의 주말처럼 분주하지가 않았다.

며칠전 잠깐 들려본 대명항엔 출어금지 기간이라선지 팔수 있는 몇가지 양식어종만

보일 뿐 한가한 모습이였었다.

21일에 출어금지가 끝나고 조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뿐  함상공원의 놀이터도

동네 꼬마와 몇명의 동네사람들만 삼삼오오 한담을 나누고 있을뿐 조용했다.

할아버지댁을 주말이면 찾는 손주는 대명항 바닷가 함상공원내에 놀이터에서 놀기를 좋아해서

가끔 찾게 되었었는데

유치원 방학기간동안에도 월미도 놀이공원을 찾아 멀리 원정을 가서 놀고 오기를 수차례 했고

우리 부부는 손주와의 하루하루를 잘 보내려고 부단히 시간과 공을 들이는 중이다.

 축복 받은 일이지만 아이에미가 생각지도 않던 세째를 갖게되서

두아이를 감당하기 힘들어 하기에 우선 힘을 덜어주기 위해서

한참 장난꾸러기인 손주를 데리고  하루를 여하히  수월하게  보낼가 고민하게 된다

 요즈음은 또 얼마전서부터  시작한 손주의 킥보드 타기 놀이를 위해  매끈하게 포장된 수평 면적이 넓은

곳을 생각다가 대명항이  아이와 우리 부부에게 적당한 장소가 아닌가싶었다.

그래서 다시 찾은 며칠후의 토요일에 대명항은 한낮 땡볕 더위에

공원내 분수에서 내뿜는 물줄기를 맞으며 노는 아이들 몇과  함께온 식구 몇명뿐이니

보통 주말에 비해 여유롭게  뛰어놀수가  있었다.

아이는 제 세상 만난듯 놀고있고 아이 할아버지와 나는 휴식공간인 정자에 앉아

손주가 분수 물줄기속을 내달리며  맘껒 뛰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앉아있었다. 

한시간여가 지나도 손주는 그곳서 사귄 제 또래 친구와 주거니 받거니 킥보드를 나눠타며

지칠줄을 모르고 놀고있다.

나는 가지고 간 잡지를 뒤적이다  손주 노는 모습을 흐믓해서 지켜보다 슬그머니 일어나

대명항 주차장쪽을 바라보았다  거의 비어있던 주차장이 차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21일부터 출어를 한다더니 배들이 들어 올 물때가 되어오나보다.

"배가 들어오나봐요......한번 건너가 보고 올게요..." 

"어 ...그래...그러시구려"  한 여름 출어금지 기간을 빼곤 종종 해물을 사러 들르던 터라  배들이 출어를 나갔다

선착장에 들어오는 모습이 반갑다

어판장 제일 가상이에 자리잡은 단골 (동@호)엔 멀리서 보아도 아직 한가한 분위기다.

가까이서보니 아직 배가 들어오지않은듯  수조의 숭어몇마리와  빈 그릇들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낯 익은 선주 안주인과 그집 큰딸아이와 둘만 있었다

"아직 배가 안들어 왔나보네...."

"아유~ 나오셨어요....네....전화를 주시고 오시지~

우리배는 네시반이나 되어야 들어오는데요...어쩌나 너무 일찍 나오셨네 "

시간을 보니 두시 반이 지나고 있다

오늘은 실은 손주 놀게 해줄려고 이곳을 찾았다고 설명을 하면서 손주와놀다 시간이 그쯤까지 지체되면

배가 들어와서 풀어놓는 싱싱한 가을꽃게 첫 출물을 사가겠노라 이야기를 건넸다.

우리부부와 이 대명항의 (동@호)와의 인연은 근 이십년이 가깝다  어판장 건물을 새로 짓고 넓은 주차장을 만들고

함상공원까지 마련하기전 그저 아담한 대명포구 시절 이곳 김포에 내려와 살기전서부터

난 (동@호) 선주 안주인의 단골손님이였다.

그런데  삼년전 어느날서부터인가  찾아간 (동@호) 가게엔 안주인이 때때로 안보이기 시작했었다.

시누이인 여인만 보이더니 고모부라 불리던 시누이 남편이 가게를 맡아 주인노릇을 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난  짐작만 했던 (동@호)부부의 불행을 안면이 있던 옆가게 이웃들에게 듣게되었었다.

 (동@호)안주인은 그러고보니 그녀 한창때인 삼십대때 만났었는데 그때 어판장에서 그녀는

어느 여인보다도 상큼한 용모에 똑똑한 말투와 부지런한 손놀림을 갖은 여인이였다.

누가보더라도 선주인 남편의   험한  모습과 분위기와는 걸맞지 않아서 그 남자의 짝으로는 아까울 정도였다.

그때가 지금 이십육세가 된 큰딸아이가  초등생이었으니 삼십 중반이 넘어가는 이 자그마한 여인이

한참 고울때 였지싶다.

그녀가 어언 중년이 되어 곱던 얼굴이 구리빛으로 변하고

 큰 딸아이가 대학을 갈 나이가 되었을때는 재산증식도 하고 행복한 표정도 보이기도 했었는데

그러고보면 사람에게 물질보다 더 귀한것이 사람과의 좋은 관계지싶다.

그런 그녀가 남편과 자식들의 곁을 떠나 종적을 감춘 뒤 나는

항상 믿고 거래를 하면서 꽃게와 생선을 마음놓고 구입하지 못하니 불편하고 섭섭했었다.

 수년간 수시로 보아오면서 한참 성수기 때에도 가끔 물때를 맞추어 나가보면 그 고운 얼굴에

퍼런 멍자국이 있어서 처음엔 어인 변고 인가 했었고 어림짐작했던데로

  선주인 남편의 주사에 그런 변을 당하는것을 알게 되곤 했었다 .

시퍼런 멍자국을  하고 그래도 장사를 하는 그녀를 만나게 될때면

 그 짓을 한 당사자가 앞에 있으면  욕을 한마디 해주어야지 분개했다가도

생각만 그럴뿐 그저 안타깝게 지켜보면서도 한번도 용기를 내어 알은체를 못했었다.

그렇게 이럭저럭 세월이 흐르고 그러다 그런 불행한 사건이 터지고 난뒤

 가끔 생각이나면 그녀에게 위로 한마디 못한체 다시 볼 수 없다는 그 사실이 안타깝고 섭섭했다.

나는 그 이후 수시로 드나들던 그곳을 될 수 있으면 외면하고 지나치고

멀리 떨어진 그래도 안면이 있는 다른곳에서 꽃게니 생선이니를 구입했다.

그녀가 사라진후 나 개인 신상에도 사고가 생겨 병원출입을 하게되니

한 이년여 그 좋아하던 꽃게나 생선들을 덜 찾게되었었다.

몸이 불편하게 된것을 알고있는  친지들도 내 처지를 봐주느라선지 왕래가 뜸해 졌기에

해물이 그닥 많이 필요치가 않아서도 그랬었다.

 

올 봄 오랜만에 타지에서 살던 딸아이도 오고해서 함께 좋아하는 해물 몇가지와 특히 꽃게를

양껒 사려고 작정을 하고 대명항을 찾았다.

가는날이 장날이라던가 하필 그날은 알던집도 문을 닫아

다른곳에서 꽃게를 사는데 영 모든것이 탐탁치가 않은것이였다

그래도 마지못해 사들고 나오면서  (동@호)안주인이 생각난다고 딸아이에게 거간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래요 엄마 ...나도 그 아줌마 생각이 나네요...어쩌다 집에 오면 그 아줌마도 한번쯤은 볼때도 있었는데

어쩌다 그리 되셨을까  ..." 한다.

모녀가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하며 (동@호)가게를 지나치려다 나는 놀라 발을 멈추었다.

"아니...어...어....이게 누구야...~!!!" 어판장을 들어가면 제일 끝 첫번째집이라서 그 앞을 꼭 지나쳐야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아마도 어판장을 들어설때 그동안 휭 지나치던 그 폼새로 지나다 눈여겨 보질 못했나보다

 (동@호)안주인이였던 그녀가 거기 그렇게 그가게 안에 서있는것이였다.

내가 놀라  멈추어 서 있는 모습에 그녀 또한 놀라며 어쩔줄 몰라하며 게면쩍은 표정으로 서있었다.

"여튼 반가워요.......이게 도대체 얼마만이야...양반은 못되네 자기 이야기 하던참이였는데... 잘되였다 ..."

무슨 말이 필요하단 말인가 삼년여 세월동안 많은 고난의 결과가 이렇게 다시 시작된것일게 분명한데 말이다.

그 이후 우리는 가게안주인과 손님으로 다시 만나 언제 비워있던 날들이 있었던가싶게 지냈다.

그리고 봄에 재회를 한후 몇달여 부지런히 나는 다시 대명항을 드나들었고 출어금지기간이 끝난

  팔월 한가한 토요일 오후 찾아간 나에게

 오랜만에 한가한 모습으로 (동@호)의 배시간을 알려준다

나는 모처럼 풍성하게  꽃게랑 생선을 식구들에게 사들고 갈 생각에 즐겁게 돌아서는데

한가한 시간의 여유가 생겨선지 그녀는 벼란간 나의 손을잡더니 건너편 선주가게로 나를 이끈다.

" 어...뭔일이 있어요?"내가 무슨일인가 싶어 얼떨결에 한마디하니

 뜬금없이 "사모님...소주 한잔 하세요 술은 하실 줄 아시죠?..."한다 가게안에 딸아이 눈치를 보는듯

 어리둥절해하는 내게 그녀는 가만가만 작은소리로 속삭이는거다

"으응......뭐 ...마실줄은 알지.."  벌건 대낮에 그것도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어판장에서 술을 한잔 하자고한다

   잠깐 어쩌나 싶은 생각이  순간 스쳤지만 재빨리 대답을 했다
"그래 그러지 뭐...ㅎㅎㅎ" 그녀가 무안하지않게 이끄는데로 건너편 선주네 가게안으로 들어섰다.

그 가게 둥근 탁자위엔 그집 선주 주인부부가  해물을 안주삼아  술을 마시고 있는중인듯 보였다.

 그녀가 "소주 한병만 주세요" 하니 건너편 안주인도 어서오라며 반가운듯 술 한병을 냉큼 건네준다.

술병을 받아든 그녀는 " 자....사모님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한잔 받으세요" 한다.

 콸콸콸 커다란 종이컵에 가득 한잔을 채워주더니 자기잔에도 따르려고 한다

"내가 모르긴 몰라도 주도는 좀 알아요...자....내가 한잔 따라줄게요 이리줘요" 하고 나도 술병을 받아 따라주었다.

새삼스레 수줍은듯 한 표정으로 "자 사모님 건강하세요" 하며

종이컵임에도 불구하고 내잔에  잔을 부딪치며 술한잔을 단번에 쭈욱 들이킨다.

약간 고개를 외로한채 그런중에도 예의를 차리면서

 나이많은 나를 두고 술을 마시는 그녀의 눈에 물기가 어리는게 느껴진다.

술 이라면 "웬수"라 할 그녀가  술 한 잔을 게눈 감추듯 마신다.

마음이 숙연해져서 나도 술 한모금을 목에 넘기며 앞에 앉은 두사람을 그제서야 의식하고 쳐다보았다.

언제부터 술을 마셨는지 두사람은 얼굴이 벌겋게 물이 들어 있는 모습인데 잠깐 머리속이 복잡해지려할때

어색함을 털어주려는지 말을 건넨다

"오랜동안 다니시는거 저희집도 이곳서 28년 장사를 했으니 압니다 앞집 엄마가 돌아와서

반가우시죠"...자 이 안주좀 드셔요..."하며 해물접시를 앞으로 밀어준다.

마침 손님이 찾아와 수조속에 몇마리 있던 숭어 회를 떠주려 건너간  그녀가 소주한잔에 취했으면 어쩌나 싶어

걱정스러워 건너다보니 그 솜씨 역시 여전하다.

주인공이 건너가 어색한 분위기가 되자 그저 인사로 술을 받으신거 안다면서

앞집 여주인은 그녀 대신해서 고맙단 인사를 거듭 한다

"나나 저 엄마는 많이 배우진 못했지만 열심히는 살아왔지요 " 술 기운에 홍조를 띤 얼굴로

실수 할까 조심스러워하며 애를 쓰는양이다.

"네....알고있지요...이웃끼리 잘 지내시니 좋으시네요" 인사치레를 하고

" 밖에 공원에 손주랑 바깥양반이 기다리고 있어서 가봐야 해요...대접 고맙습니다 다음에 뵈요"

하고 나는 그곳을 나왔다.

 

어판장 밖은 그늘막에서 나와 그런가 대낮 내려쬐는 햇볕이 유난히도  눈이 부신다.

 천천히 걸으며 생각을 한다

배웠다는 사람들이 못 배운 사람들보다 사회에서 성공하고 잘 살 확률은 높겠지만

그렇다고  배운 사람들이 못 배운사람들보다  훌륭한 인품을 갖춘 사람들이 더 많으리란

  생각이 안 드는것은 왜 일까?.

이기심 가득찬 내 주위에 어느 곳보다

사람사는 냄새와 생선 비린내가 어우러진 이곳 대명항이 아름다운 토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