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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상 뜨면 풍장시켜다오
섭섭하지 않게
옷은 입은 채로 전자시계는 가는 채로
손목에 달아 놓고
아주 춥지는 않게
가죽 가방에 넣어 전세 택시에 싣고
군산에 가서
검색이 심하면
곰소쯤 가서
통통배에 옮겨 실어 다오
가방 속에서 다리 오그리고
그러나 편안히 누워 있다가
선유도 지나 무인도 지나 통통 소리 지나
배가 육지에 허리 대는 기척에
잠시 정신을 잃고
가방 벗기우고 옷 벗기우고
손목시계 부서질때
남 몰래 시간을 떨어트리고
바람 속에 익은 붉은 열매에서 툭툭 튕기는 씨들을
무연히 안 보이듯 바라보며
살을 말리게 해다오
어금니에 박혀 녹스는 백금 조각도
바람 속에서 빛나게 해 다오
바람 이불처럼 덮고
화장도 해탈도 없이
이불 여미듯 바람을 여미고
마지막으로 몸의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바람과 놀게 해 다오
현숙 회장님
덕분에 주옥같은 시를 잘 읽었어.
한줄기 햇살같이 왔다가 스치는 바람처럼 가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겠지?
나도 그 ' 누구나 ' 중의 한 사람이네.
잘 지내지?
비도 아닌 것이 안개도 아닌 것이 어깨를 축축히 적신다.
장마도 이제 끝나가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