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우리 반 애들은 세 명이야.
원래 네 명이었는데 한 명이 개인적인 문제가 있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게 되었어.
한 명 남자 아이는 수화도 말도 안 되는 아이. 구개파열.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아이.
하지만 내면이 아주 성실하고 단정한 아이지.
어떻게 해도 대화가 되지 않아 어쩌나.... 하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 아이가 아침에 오면 자기 스스로 교실 창문을 다 열어 놓고 대걸레를 빨아다가 교실을 닦는 거야.
난 너무나 신기하고 고마워서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 아이와 같이 청소를 하기 시작했지.
말로도 안 되고, 글로도 안되는 아이와 청소를 함께 하면서 마음을 나누게 된 거야.
청소를 끝내고 그 아이와 씩 웃음을 나누면
교실이 갑자기 더 밝아지는 느낌이 들어.
확실하게 나눌 수 있는 감정.
한 명 여자 아이는 약간의 자폐 성향이 있는데 너무도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아이.
만화에 아주 소질이 있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모습)
한 분은^^ 마흔 일곱인데 교육 기회를 놓쳤다가 용기를 내서 다시 학교에 오신 분이야.
아주 똑똑하고, 대담해. 안정감 있고.
난 이 아이들과 지내면서 올해 굉장히 위로받는 느낌을 많이 받아.
남자 아이는 지금까지 인정받지 못하고 완전히 혼자의 섬에서 지내온 아이야.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니까.
그 아이를 한 번도 가르친 적이 없었지.
어머니는 일본인이고 아버지가 한국인이야.
어느 날 나를 툭 치더니 핸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주는 거야.
보니까 고양이야.
-여우 고양이 아빠 뚱뚱해
아기 고양이 냠냠. 작은 고양이-
이렇게 쓰더라구.
그 이후로 그 아이와는 늘 고양이 이야기를 하지(한다기 보다는 암튼 고양이 사진을 같이 보고 같이 웃고, 다시 보고 다시 웃고 그러는 거지).
만화를 늘 그리는 여자 아이 수진이는 천사 같아.
보여 주고 싶을 정도야.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자폐 아이들 중에 특유의 민감한 감각이 있는 아이들이 있어.
이 아이는 특히 머리 부분을 만지면 너무나 아파 하지.
머리 부분을 만지면 칼로 긋는 것처럼 아프다더라.
처음에 모르고 머리 쓰다듬었다가 막 울어서 깜짝 놀랐거든.
그 아이는 하루 종일 시간만 있으면 만화를 그리는데 스토리를 만들어 공책 한 권에 그리고 있어.
난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아이는 흥분해서 맨날 설명해.
머리 모양, 귀걸이, 목걸이, 보석의 종류.....
난 "그렇구나~ 아유 예쁘다, 어! 머리 모양 바뀌었네, 어머, 치마 예쁘다 "
뭐 이런 얘기 하면서 그림을 보곤 하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 아이를 보면 정말 내가 뭔 복에 이런 천사를 눈 앞에 보나 이런 생각이 들어.
그래서 점심을 먹으러 가거나 강당에 가거나 하면 그 아이 손을 잡고 만화 이야기를 하지.
그 아이는 청력이 좋아서 잘 듣는 편이거든.
며칠 전에 설문지 조사를 했는데, 존경하는 선생님을 쓰는 문항이 있었어.
그랬더니 김명0 선생님 그렇게 쓰더라.
그래서 "왜~~ ?" 했더니
"음~~ 내가 아침에 안녕하세요 인사하면 응 안녕~ 하면서 웃고, <만화 그렸어?> 물어 봐요.
만화도 같이 보고 만나면 같이 웃어요. 아주 좋아요." 하는 거야.
"그랬구나~ "
"네에~"
그 다음에 좋아하는 사람을 쓰는 난이 있었는데 거기에 '엄마' 이렇게 쓰는 거야.
그러더니
"우리 엄마 너무 좋아! 수진아 학교 갔다 왔어? 나 만나면 맨날 웃어요. 수진아 맛있게 먹어~ (웃으며 등을 두드리고 만지는 모양을 한다). 아! 우리 엄마 너무 좋아~" 하는 거야.
"응~ 그렇구나~"
"네에~~"
그 다음에 좋아하는 친구를 쓰는 순서였는데 거기에 임옥규 선생님 이렇게 쓰는 거야.
나는 순간 푹 ! 웃음이 나서
"수진아 우리 친구야?"
했더니
"네~~ 우리 친구."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 아이 손을 잡고
"그래, 수진아. 우리 좋은 친구지? 우리 친하게 지내자~"
했더니
"네, 우리 친하게 지내자요~"
하더라.
정말 예쁘지?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지 않니?
나 이런 천사들한테 둘러싸여 있어.
잘들 지내고 있는 거지?
인생이 오락가락 한다.
오르락 내리락.
누구나 마찬가지 아니겠니?
우야든동 힘 잃지 마시고
잘들 지내요~~
더운 날 안부 전합니다~
우리 아이들 사진 몇 장 더 올릴게.
(위에 있는 아이들 사진은 내가 찍은 거고, 아래 사진은 다른 사람이 찍은 거예요.)
아침엑 걷는 일을 시작했어요.
새벽 다섯 시 반에 출발해요.
집에 오면 일곱 시.
오늘 네 번째 걸었어요.
발목까지 오는 등산화를 신고, 걸어요.
워킹 등산화를 새로 하나 구했는데 좀 익숙해져야 해요.
어제 걷는데 좀 익숙해진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한 칠천 오백 보 정도 걸어요.
그냥 산을 끼고 만들어진 길을 따라 걷는 거예요.
조금 여유가 있으면 산으로도 좀 들어가요.
어제는 인왕산 쪽으로 들어갔는데, 순간 훅~ 하고 향기가 나면서
<산에 안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오늘은 길만 걷고 왔고요.
비가 그리 심하게 오지 않아서 기분 좋게 돌아오는 길이 되었답니다.
지금은 비가 많이 오네요.
오늘 학교에서 이 노래 들으면서 차를 마셔야겠습니다.
감사요 언니~~~
음성 언어와 문자 언어를 뛰어넘어 인간의 가장 밑바탕에 자리잡은 사랑이라는 본능만으로 교감해야 하는 경우, 옥규처럼 평소에 수련을 해놓지 않은 범인들은 벽에 부딪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브라보, 옥규샘!
겨울에는 따듯한 곳에 있는 네가 부러웠는데, 무시무시한 여름이 오고 보니 에구.....정옥이는 더워서 우짜나..... 이런 생각이 드네^^
이제 장마가 정말 시작되려는지 하루종일 하늘이 어둡고 침침하네.
오늘은 시험 마지막 날이라 아이들도 홀가분하게 집에 가서 쉴 터이고, 느긋하게 앉아 이 일 저 일 하는 선생들도 편안하다.
정옥아 난 앞으로의 여행은 바다 쪽보다는 산 쪽으로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으니
너 살고 있는 거기서 만나 볼 가능성은 좀 없을 듯 한데.....
네가 한국에 올 때 꼭 연락을 해서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길을 걷도록 하자.
정옥이랑 같이 걷는다고 하면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많이 와서 함께 걸을 거이다.
모쪼록 추장 마누라답게 살도 더 찌고! 팔뚝도 더 굵어지고! 웃음도 더 커다랗게!^^
잘 지내렴~~~
아침에 네 글과 아이들을 보니
무장 해제 되는 느낌이다.
아이들이 천사같은 것은
네 마음이 천사같기 때문 이리라.
난 올해 힘들다 힘들다 했는데
아이들을 예쁘게 보는
내 마음에 문제가 생긴 것 이구나 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다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고맙다.
방학하면 보자!
참, 방학동안 계획이 많은가 보다.
아침운동 준비운동 느낌이 드네.
그래도 틈내어 보고 싶다^^
올해 네가 맡은 아이들 중에 정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아이가 있었지?
정말 고생이 많다.
가뜩이나 힘든데 학교 일까지 너를 놓아주지 않는구나.
하지만 신영아
내가 그 동안 너를 보아 오면서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게 대하는 너의 모습에서 난 많이 배우곤 했었어.
그 자체로 폭탄인 아이들이 오죽 많았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너만의 독특한 부드러움이랄까, 포용력이랄까 하는 것들로 그 아이들을 조용히 안고
함께 가는 모습에서 느낀 게 많다구요.
그건 너의 가족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거야.
시간이 없으면 운동장에서 막 팔을 휘두르고 걸어 봐.
거짓말처럼 기분이 좋아진다니까. 정말야~~
언제나 너를 생각한단다 신영아~~~~
옥규후배,
그 사이 사진이 올라왔네요 ^^
어쩌면 수진이라는 학생의 모습이 이리도 맑을수 있을까요?
쌍커플이 질랑말랑한 눈가...
그냥 이리 멈추게 할 수는 없을가 ...하고 잠시 생각을 해보았어요.
사진들을 보며 여러상념에 젖어 보았어요.
고마워요.
옥규후배 이제 방학하면 이천사들과 잠시 헤어지겠네요.
스스로 심신에 새힘을 담는 뜻있는 방학이 되기 바래요.
옥규 언니의 선한 마음이 한가득 담긴 사진들이네요**
사랑하는 마음으로 돌보고 있음이 마구 느껴져요^^*
신영언니는 힘들었다니 걱정이 되네요~~
하지만 지금은 괜찮은거죠?
옥규야~~~~~~~~~~~~~~~네가 바로 1004!!!
이렇게나 아름다운 맘씨로
때가 묻지 않은 여린 학생들을 사랑으로 어루만지니 그 아이들이 친구라 하지!!!
난 너의 글을 읽으면서 많이 반성하고 있단다.
지난 날을.........................
사랑없이 가르쳤으니 어찌 씻으리오?????
옥규샘...
모든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추어 사랑을 듬북 주는
네가 진정한 천사...
어쩜 그리도 예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는지..
곁에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이 항상 고맙고 자랑스럽다 ♥♥♥
Robert Schumann (1810-1856)
"Der Nußbaum, Op. 25/3 in "Myrten, Op.25 /The nut tree /Le noyer
text: Julius Mosen, 1803-1867
Margaret Price, soprano
James Lockhart, piano
1982
독일 낭만작곡가 로버르트 슈만의
"호도나무" 에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친구들과 두런 거리고 싶어지는
신록이 우거가는 7월의 초하루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