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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인천여고 교문 건너편에서는 <오두둑>이라고 하는 과자를 팔았다.

<오두둑>은 밀가루반죽을 좀 되직하게 하여 길게 만들어 좀 짧막하게 잘라서

기름에 튀긴 것으로 말하자면 튀김과자였다.

 

오두둑의 이름은 어떻게 해서 생긴 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 과자를 무척 많이 사먹었다.

기름에 튀겼으므로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 과자를 자주 먹었던 것 같다.

심지어 집에까지 사갔던 기억이 있다.

이 과자는 허기를 채우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이 과자는 학교 앞에서만 팔았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다른 곳에도 있었나?

암튼~~~중요한 일은 <오두둑>이 그만 추억의 과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에프소드 2.

 

2,000년대 초반에 나는 독일 로텐부르크에 다녀온 적이 있다.

로텐부르크는 이젠 많이 알다시피 독일 남부에 있는 동화 같은 마을이다.

내가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가 겨울이었으므로

여기에서 <글뤼바인>이라고 하는 따뜻한 포도주를 시음해 보고

<슈니발렌>이라고 하는 튀김과자를 먹어보라고 권하였다.

슈니발렌을 이들은 줄여서 <슈니발>이라고도 했다...

 

슈니발렌은 밀가루 반죽을 길고 납작하게 뽑아서

기름에 넣고 튀긴 다음, 야구공 만큼씩 둥글게 만든 튀김과자다.

슈니발렌 (Schneeballen)이라는 말이 <스노우볼>이라는 뜻이라 하니

그제서야 이 과자가 더 확실하게 짐작이 되었다.

 

일단 과자가 완성이 되면 여기에 여러 가지를 덧입힌다.

슈가파우더를 다 덮기도 하며

초컬릿 시럽을 얹어 만들기도 한다.

그외에도 여러가지를 과자 외피에 바른다.

 

그러나 슈니발렌을 파는 상점은 눈요기가 될 정도로

참 아름답게 슈니발렌이 진열이 되었고

많은 관광객이 하나씩 사먹으며

가게 안을 보면서 즐거워 했다.

 

나는 이 슈니발렌을 두 개 사서 먹었는데

그 때에 인천의 <오두둑>이 바로 떠올랐다.

튀김과자...비슷하지 않은가....

 

그리고 작년에 다시 로텐부르크에 가서는 이 과자를 사먹지 않았다...ㅠ.ㅠ.

 

에피소드 3.

 

작년인 지, 재작년인 지.....

우리나라에도 슈니발렌이 상륙을 했다.

유명 백화점의 식품 코너에서 이걸 팔고 있는데

둥근 통에 담아 주며 이 과자를 깨먹으라고 망치를 주기도 하고 팔기도 한다.

이 과자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신기함으로 슈니발렌에 열광을 하고,

로텐부르크에 다녀온 사람들은 추억을 떠올리며 과자를 사고 있다.

어떤 백화점 코너는 이걸 사느라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한다.

 

깨먹는 과자라는 이미지로 <슈니발렌>을 마케팅을 하니 재미있는 모양이다.

 

우리 집에서도 얼마 전에 이 과자를 아들이 사왔다

초코가 코팅된 것과 녹차초코,

그리고 그야말로 스노우볼처럼 하얀 설탕파우더가 잔뜩 묻은 슈니발렌이

통에 들어 있었다.

 

망치를 사지 않았으므로 가위로 깨면서 먹었는데 토핑 때문인지 너무 달아서

나는 그닥 그냥 그랬다.

 

**********************

 

미국 드라마인 <섹스앤더시티>의 네 골드미스들이 즐겨 찾았다는 매그넘의 컵케익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컵케익이 한 때 공전의 히트를 했고,

작년에는 파리의 명물인, <라뒤레>의 마카롱을 수입하여 백화점에 입점이 되어서

현재 꽤나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꿈속의 동화 마을인 로텐부르크의 슈니발렌이 각 백화점마다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러나 이들은 분명 유행을 탈 것이다.

우리나라의 소비 특성 상....

그래서 언제 슬그머니 사라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슈니발렌을 보면서 오두둑의 추억이 너무 그리웠다.

오도독이 좀 더 나중까지 남아서 상품화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느껴진다.

 

요즈음 군산의 <이성당>빵집이나, 대전의 <성심당>빵집이

오래오래 잘 버티더니 전통이 내세워져

전국에서 이곳을 찾아가고 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이에 발빠른 파리 바게트에서는 상미당(근데 이 빵집이 유명했나?ㅠ.ㅠ.)이라고 하는

옛날의 빵집을 보여주면서

향수와 전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이미지(광고를 통해)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인천의 <오두둑>이 지금 그대로 남아 있다면

누군가에 의해 멋진 이미지 상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추억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전통과 멋스런 이미지를 지니고

아직까지 건재하면서 세계로 수출까지 하는 로텐부르크의 슈니발렌을

부럽다고만 보고 있기에는 우리의  마켓팅이 아쉬울 뿐이다.

생계형이었던 오두둑...그래서 마케팅이 부재했을 거다.

 

오두둑!!!!

오늘은 네가 그립고나.

 

먹는 것을 통해 추억을 이야기하려고 하다가 그만 삼천포에 빠졌다.

내가 너무 큰 비약을 했나?

 

그러나 이 글을 쓰고 나서

나는 커피와 함께 세 개 중 마지막으로 남은, 

슈가파우더가 잔뜩 묻어있는 슈니발을 먹어야 한다.ㅎㅎㅎ

오두둑을 다시금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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