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일이 이치대로만 되는 것이 아닌가 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마음도 이치대로만 되는 것이 분명 아닌가 보다.

 

2 01 3년 5월 25일(토요일) 10시 30분

걷기대회는
문화부장의 사회로 국민의례와 애국가를 함께 부르며 식이 거행되었다.

이미자 총동창회장님은 인사말을 통해
계절의 여왕인 5월에 함께 할 수 있음을 감사하고
걷기로써 체력을 단련함은 물론 건강한 정신도 유지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커다란 보람이 되기를 바란다며 인사를 대신한다.

그리고 걷기에 앞서 간단한 몸풀기 체조를 위해 스피커에서 음악이 흐른다.
그런데 뒤쪽에서 오랜만에 만나 회포들을 푸느라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나오지 않는 동문들을 향해 

 "나오십시오 나오십시오"를 연거퍼 애원을 해도 움직이지 들을 않으니 할 수 없이 그냥 진행을 한다.
마지막으로 " 발해 물에... "로 시작되는 교가를 우렁차게 부르고
기수별로 기념촬영을 한 후에
각 기수별로 40분가량 오르는 산을 오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이해 못 할 일이
어디를 가나 현모양처라는 칭송을 듣는  우리들이 왜 여고 동창들을 만나니 순식간에 말을 안 듣던 여고시절로 돌아가 버린 것일까?
몇십년 간을 나를 위해서 보다는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참고 살아온 자아가
여고시절의 분위기가 되니 자동적으로 말을 살짝살짝 안 듣고 살았던 그 옛날 여학생으로 돌아가 일탈을 꿈 꾼 것은 아니었을까?
오늘 하루만은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 훨훨 날아보자라는 깜찍한 심보들이 발동했으리라.

이런 일탈을 꿈 꿀 만큼
5월의 화창한 날씨가 초록의 물결이 우리를 유혹했으니
우리들만의 죄만은 아니지 싶다.

실상은 이곳 만남의 광장을 찾아 오느라고 이미 한시간 정도는 인천대공원을 뱅글뱅글 돌았으니 이미 몸풀기는 다 된 상태고
수박이랑 참외등 친구들을 먹이기 위해  무거운 물건들을 끌고 올라 오느라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진도 다 빠졌으니 그려려니 할 수 밖에....

 

이렇게 우리가 마음놓고 떠들 수 있는 이만한 공간의 쉼터가  인천에 있다는 것이 정말 고맙다.
온갖 나무는 푸르름을 더하고
이 공원의 장관인 벚꽃이 진 자리에 아까씨 향내가 싱그럽고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귐도
우리들의 높은 웃음소리와 누가  먼저일까 다투며
멀리멀리 파란 하늘 너머로 날아오른다.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 세상" 이라며 어릴 적 소리높여 노래하던 동요가 바로 오늘이다.

 

회장님을 비롯 임원진은 오늘도 8시부터 나와 고생을 했듯이

몇 사람의 수고로 우리는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으니

실상은 조금의 실수가 있다손 무슨 할 말이 있을까?

그리고 선 후배가 한 자리에 모여 얼굴을 볼 수 있다니,

이런 기쁨을 어디에서 찾을까?

나는 오늘 6기 선배님을 만났는데 "산학아..." 하고 이름을 부러주는데 왜 눈물이 났는지 모를 일이다.

가만히 쳐다보는 나를 못 알아 보았다고 생각해는지 " 나, 혜은이야?"

이렇듯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어 더욱 좋은 하루였음을 누가 부인할까?

 

산 아래 쪽에서는

선생님의 인솔하에 소풍을  나온 유치원 꼬마들이 오고가는 이들의 시선을 잡아 끈다.

아이고!

어쩜 저렇게 깜찍하고 예쁠가?

우리에게도 저렇게 예쁜 시절이 있었을까?

 

바로 지난 토요일의 일이다. 

토요일이면 친정인 송림동에서 형제들이 모이는데

그 날 따라 올케가 오기전에 전화를 해서 하는 말이

5살짜리 지원이가 파마를 해 달라고 조르기에 해 주었더니

마음에 안 드는지 골이 잔뜩 나서 "내가 이 머리를 하고 도대체 송림동엘 어떻게 갈 수가 있어?"라며 뗑깡을 부리니

송림동에 가면  무조건 머리 예쁘다 라고 말해 달라고.

물론 우리 식구들은 약속대로 지원이에게 머리가 정말 예쁘다고 칭찬 폭탄을 해 대니

갸우뚱 대며  "나 정말 예뻐?" 한다.

" 그래 너 어디서 그렇게 예쁘게  했니?  다음엔 고모도 데려가 줘라"

물론 아이의 웃음이 입에서 번진 순간이기도 하다.

5살짜리가 도대체 무얼 안다고

예쁘니 마니 앙탈을 해대며 고 쬐그만 입으로 나불나불대니 기가 막히도록 예쁘기만 하다.

 

오늘 소풍나온 저 꼬마들을

멈추어 서서 노는 양을 한참을 쳐다보니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며 정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이 60이 넘어도 마음만은 유년의 시절이 그리움을 속일 수가 없는 것일까?

 

한쪽에서는

5월의 신부가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수줍은 듯 다소곳이 서 있다.

새신랑이 턱시도를  입고 눈이 부신듯  신부를 쳐다보고 있다.

야외 웨딩찰영을 하는 젊은이들이 행복 바이러스를 모두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오늘

이 공원에 있는 사람은 다들 행복하니

덩달아 우리들도 분명 행복하다.

 행복한 웃음이 지저귀는 새소리와 다투며 높이높이 드높은 하늘로  올라간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

아까씨 향내음이 상큼하고

연둣빛이 진초록으로 살살 번지는 수채화 속에 5월이 한장의 추억이 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