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jpg

 

당신의 이름에선
새색시 웃음 칠한
시골집 안마당의
분꽃 향기가 난다.

 

안으로 주름진 한숨의 세월에도
바다가 넘실대는
남빛 치마폭 사랑

 

남루한 옷을 걸친
나의 오늘이
그 안에 누워 있다.

 

기워 주신 꽃골무 속에
소복이 담겨 있는
유년(幼年)의 추억

 

당신의 가리마같이
한 갈래로 난 길을
똑바로 걸어가면

 

나의 연두 갑사 저고리에
끝동을 다는
다사로운 손길

 

까만 씨알 품은
어머니의 향기가
바람에 흩어진다.    (어머니/ 이해인)

 

 

 

삼십대에 한껏 멋을 부리고 아버지와 함께 창경원으로 벚꽃 구경을 가셨던 어머니는 

홀로  칠남매를 키우시며 반세기를 살아오시면서 이제는 다리에 힘이 없으셔 미안해 하신다.  

힘이 없어  자식들을  힘들게 한다고  걱정하신다.  

 

화창한  봄날에  꽃구경을 나왔는데 나 때문에 마음껏  다니며 즐기지 못한다고  걱정하신다. 

곱고  밝던  엄마 얼굴은 활짝 핀 꽃 속에서도  더 이상 피어나지 않고 무덤덤하다. 

 

말로는  "참 곱다, 참 예쁘다  " 하시면서도  얼굴표정은 그저 그렇다.  

어떻게 해야 그 옛날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로 돌아 갈까? 

빛나던  그 눈동자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래도  자식들은 꽃보다 더 고운 우리 엄마라고,  엄마 앞에서 모두들 노래 부른다. 

 

 

 

 

 

 

  02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