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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한 수필의 향기 / 김진규

 
인천의 봄은 바람과 함께 짧게 찾아온다. 
월미도 너머로 서해 바다 물빛이 반짝거리다가 이내 초여름이 되어버리는 고장이다. 
신금재 수필가는 여고시절 국어선생과 제자로 처음 만났다. 
사범대학을 갓 나온 나는 오직 열정만으로 제자를 가르치던 시절이었다. 
백목련이 활짝 피던 교정에서 문학과 인생, 언어의 순수성을 이야기 하던 당시, 
학생 신금재는 착하고 반듯했다. 
특히 글짓기와 국어 실력이 뛰어나 한번은 원고 교정을 맡긴 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깔끔히 정리했는지 놀랄 정도였다.
평소에는 벽에 걸어놓은 악기처럼 말이 없다가 대화가 시작되면 참으로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는 문학소녀였다. 
집 화단의 채송화며, 송도가 멀리 보이는 산마을의 이야기 등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진달래가 활짝피는 봄이면 가끔 생각나게 한다. 
그렇게 인천의 봄처럼 그녀들과의 짧은 만남은 스쳐 지나갔다.
몇 해 전 내가 근무하는 공주에 친구들과 함께 예쁜 수선화를 들고 찾아온 
신금재 수필가는 단아한 문학소녀 그대로였다. 
일행들과 함께 부여 낙화암으로 통하는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캐나다에서 살아가는 일상들을 풀어 놓았는데 음색이 깊고 울림이 
큰 악기를 연주하듯 역경과 보람으로 일구어 온 삶이 감동으로 다가 왔다. 
이번에는 수필집을 출판하게 되었다면서 보내온 열 서너 편의 작품을 보면서 
문득 영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청어이야기가 생각났다.
멀리 북해에서 잡아 런던까지 수송하려면 절반 이상은 죽고 살아있는 것도 신선도가 
매우 떨어지는데 언제나 신선하게 청어를 수송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청어가 들어 있는 물탱크에 커다란 숭어를 몇 마리 넣으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동안 
청어는 런던까지 싱싱한 상태로 올 수 있었다 한다.
신금재 수필가의 작품은 건강한 문학으로 힐링의 향기가 난다.
쌀쌀한 인생살이의 억센 바람들을 헤쳐 나와 신선한 청어처럼
오늘의 맑고 고운 작품들로 삶의 이미지를 꽃 피우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언제나 짙은 향기의 꽃과 싱그런 열매들이 
독자에게 행복의 맛을 주고 있다. 
생의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 '간 맞추기'와 '연시' 에서는 
가난했던 유년시절을 담담하게 밝히며 어머니를 그리워 하고  
'새스캐툰 베리'에서는 겸손과 낮춤으로 자기 성찰의 참의미를 말하고 있다.
천직으로 알고있는 데이케어 교사로서 어린이들에게 눈높이 사랑으로 수액을 공급해주고 있다. 
이민생활의 모진 역경과 보람, 교포사회에서의 봉사, 가정과 가족의 소중한 사랑,
 이 모두는 작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모두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수필가 신금재의 글은 진정성을 바탕한 호소력 앞에 
가슴이 찡하고 코끝이 시려오는 감동이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감추인 보화처럼 화려한 문학적 역량을 활짝 펴서 날아 오를 것이라고 믿는다.
수필가 신금재의 [로키에 봄이 오면] 에서는 단아한 수필의 향기가 물씬 난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추천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