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야!

오늘은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이 국회의사당에서 열리는 날,

아침 7시 주안역에서  신길역으로 5호선으로 갈아 타고  여의나루역에 내렸다.

8시 여의나루역은 벌써 취임식장으로 가는 인파로 북적인다.

일단 역에서 나누어 주는 깔판을 받아들고 나서니 셔틀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의 꼬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여의나루 강바람이 매서운 사이로

오늘이 경축일임을 알리듯 두루마기 한복을 입은 여인들과

지금 막 동안거 결제를 마친 스님들인듯 한 무리가 시선을 확 잡아챈다.

걸으면 20분 거리를 셔틀버스에서 내려 국회의사당까지 걷는다.

 

주민등록증과 초대장을 일일이 확인하고 정문에 들어서니

가방검사와 몸수색을 한다.

감기 기운때문에 가방속에 넣고 온 판피린 물약때문에 검색에 걸리고  그냥 이 자리에서 먹고 들어가라며 병을 따 준다.

한편에서는 기념품 교환권을 기념품으로 바꾸어 준다.

추운 날씨가 걱정되서인지

무릎담요와 손난로가 기념품이다.

 

준비된 뜨거운 차를 한잔 마시고 들어서니

잔디위에 나란히 도열된 6만개의 의자가 장관이다.

여기저기에 3개 방송사가 망루위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양쪽 대형 스크린이 돌아간다.

하늘에서는 헬리곱터가 국회의사당 주변을 계속 맴돈다.

경호는 이상 무.

 

드디어 행사시작 9시 20분이 되자

"좋 다" 라는 힘찬 외침과 함께 사물놀이 패의 흥겨운  가락이 울려 퍼진다.

김영임의 쾌지나칭칭 등 우리 가락이 나오고

"노란셔츠의 사나이" 등 시대 별로   장윤정 인순이 남경주등 낯익은 가수들이 나와 그 시대를 상징하는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싸이의 힘이 대단하다.

실제로 곁에서 보니 모든 가수들을  압도해 버리는  싸이.....

그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싸이는 나오자마자 모든 사람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하더니 말춤을 같이 추자며 흥을 돋운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라는 박근혜 정부의 슬로건을 과시하듯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갑자기 행복의 파도타기가 넘실댄다.

오늘은 참 좋은 날이다.

 

개막식 행사가 끝나고

이명박 대톨령 내외를 비롯한  내빈들이 입장을 하고

드디어 제 18대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한다.

우뢰와 같은 박수가 국회의사당을 꽉 메운다.

 

K야!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선서를 하는데
왜 내가 울컥해서 눈물을 흘렸을까?
하늘나라에서 이 순간을 부모님이  보고 계시다면 " 내 딸아!"하고 얼마나 대견해 하실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아직도 혼자의 몸인 박근혜 대통령이 너무 애틋해 보인다.
21발의 축포에 이어 3군 의장대의 사열을 의젓하게 받는  모습에서도 숙연할 수 밖에 없다.
오늘의 대통령이라는 큰그릇을  만들려고 하늘은 그토록 모진 시련을 긴세월 그녀에게 주셨을까?
연설을 하는 목소리도 예전에 그녀는 아니었다.
옆자리의 대구에서 4시에 출발해 왔다는  중년의 여인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참 대단하지요" 한다.
연단에 앉아계신 전두환 대통령, 김영삼 대통령, 이희호여사, 이명박 대통령은 이 순간 무슨 상념에 젖어 있을까?

취임식을 마치고
카 퍼레이드를 위해 떠나는 박대통령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박근혜"를 연호하며 인파가 출구로 몰려든다.
우연히 앞줄에 있었으나 키 큰 남자들 틈에 끼어 뒷모습만 잠깐 보고 말았으나 괜히 가슴이 뛴다.
앞으로 5년 박근혜 대통령 앞날에  축복이 쏟아지기를 기원한다.

 

K야!
박근혜 대통령을 워낙 좋아해 출판기념회나 김장담그기 행사에 꼭 참석한 네가 집안의 불상사로 불참한 오늘....
시청앞 카 퍼레이드 행사에라도 참석해야지 했던 네 목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듯
왠지 너에게 미안해 그 날의 여러 모습을 길게 써 전한다.
물론 집에서 편히 앉아 보는 것도 좋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비록 고생은 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느낌은 좀 달랐다고 할까?

올 때도 무척 고생을 했단다.
차량통제 때문에 국회의사당에서 여의도까지 걸어 올 수 밖에 없었고
지하철도 한꺼번에 몰려든 인파 때문에 서서 올 수 밖에 없었단다.


그래도 참 좋았던 하루
역사의 현장을 온 몸으로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