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봄이 옴을 제일 먼저 아는 것이 설날을 지나

칡뿌리를 캘 때 알았습니다.

알이 통통하게 오른 암칡을 삽자루에 걸어

당기다 끊어지면 그 아쉬움이란..

 

돌틈 사이로 빼꼼히 머리를 내밀어 바깥세상을 구경하던

빈혈의 야리야리한 은싱아가 손가락 걸며

봄비 부슬부슬 내리는 날

데리려 오라고 전보를 칠 때도요.

 

텃밭의 대파, 머리에 하얀 왕관을 쓰고 거만하게 구니

벌통의 꿀벌학교를 땡땡이친 불량소년 일벌이 날아와

달콤함과 나른함에 빠지자 용대는 검정 고무신을 벗어들어

공부 싫어하는 녀석을 잽싸게 낚아채 공중에 휘휘젓다 냅다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면 일벌은 용대의 발냄새에 중독 되다

순간 뇌진탕으로 벌벌 기며 신발속을 기어나오던

봄날이 그립습니다. 

 

 

 

임이 오시는지/윤 용 혁



갈라진 얼음장 틈새로

하늘보고 재잘거리던 개울물은

곤히 자던 버들강아지의

퉁퉁 부운 얼굴에

실눈을 그리고


겨우내 하얀 솜이불을

덮고 자 푸시시한 겉보리가

두꺼운 이불을 걷어차니


세월을 배 깔고

푸석한 밭이랑을 기어가던

냉이는 겸손을 깨달아

더욱 낮은 곳으로 향할 때


문설주에 기댄 문고리는

실바람이 전해오는 전보를

바르르 떠는 문풍지에 받아 적는다


임이 오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