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종일 하늘이 낮더니

드디어 비가 뿌리기 시작이다.

을씨년스럽다 못해 한없이 우울한 12월.......임진년 달력이 달랑 한장 남았다.
올 해는 검은 용의 해이니 다른 해보다 어지럽고 힘들 것이라는 등 말했던 것이 엊그제 같더니
벌써 맺음달인 12월이라니 참으로 세월이 유수와 같이 빠르다.

 

하기는 큰 일이 펑펑 터진 해라는 말은 맞는 것 같다.
나라 안밖으로 큰 별들이 스캔들이라는 이름으로 줄줄이 낙마를 하였으니
혹자는 이를 두고 "밧세바 신드롬"이라 부르기도 했다.
밧세바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다윗왕의 여자로

남편이  전쟁터에 나간 사이 다윗왕을 유혹해 아이를 낳았으나 첫째는 죽고 두번째로 얻은 아이가  솔로몬왕이다.
성공의 신화뒤에는 꼭 실패의 근본이 숨어있음을 경고할 때 이 밧세바 이야기를 한다.
지혜롭고 현명한 다윗왕도 넘어가고 말았다는 이 이야기는
성공한 신화뒤에는 꼭 실패의 근본이 숨어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미국의 정보부 국장도  자서전을 써 준 여자작가에게 넘어가 빛나는 전쟁영웅이라는 호칭도 순식간에 날아가고 명예에 먹칠을 하였고
아프카니스칸 사령관도 여자때문에 옷을 벗더니
먼 나라 일인 줄만 알았던 그런 추잡한 일들이
연말 우리 검찰에도 일어나 경악을 금치 못 하고 있다.
권력에 맛들인 이들이 설마 나를 너희들이 감히 건드릴 수 있어? 라는 오만함의 극치가 평생 쌓아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렸다.
하늘이 내려준 경고일까?

 

이 일로 친구들과 설왕설래를 한 적이 있다.
남자가 나쁘다느니 여자가 나쁘다더니 끝에
만약에 그런 일이 네게 벌어진다면

질투에 눈멀어 상대를 무너뜨릴 수 있는 극한 행동을 취할 수 있겠느냐는 라는 질문에 다들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나만 아프고 말면 그만이지 라고.
그런데 폭로하는 부류는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고
이번 일로 그래도 내 주변엔 순수하고 바보같이 착한사람들 뿐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세계 강대국의 지도자들이 한꺼번에 바뀐 점도 특이하다.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을 했고
중국의 시진핑은 앞으로 10년 거대 중국을 이끌고 갈 지도자로 선출이 되었다.
이런 와중에 현재 우리는 12월 19일 대선을 앞두고 정치가 요동을 치고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언제나 그러했듯이

한국 대선에 한 발을 걸치고 무슨 득을 챙기겠다고 미사일을 들이대고 있으니 마지막 분단국가의 초상화가  슬프다.
과연 세계속에 대한민국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밖에서는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고  안에서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요즈음이 아슬아슬하다.
신문지상에서는

연일 패륜기사가 빠짐없이 소개되고 어느 사이 자살율 최고라는 우울한 사회속에서도 어느날은 내가 용케도 살아있구나 싶기도 하다.

 
얼마전 우연한 만남에서는
남편을 갑자기 보낸 어느 선배의 이야기를 들었다.
삼우제에서 망연자실 울기만하는 며느리를 달래던 시아버님이

어느날 찾아오셔서는 앞으로 너의 식구는 내가 책임질테니 걱정말라 하시며 손수 쓰신 긴편지를 건네주고 가셨는데
그 약속대로 이것저것 보살펴 주시다가 작년에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이야기....
슬픈 이야기가 그날 왜 그토록 아름답게 들렸을까?
티없이 환한 선배의 얼굴이 사랑받고 산 사람의 밝음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럴듯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사는 사람이 많은데
한 해를 보내며
나는 과연 열심히 살았을까?
세상을 탓하며 남만을 탓하며 그렇게 산 것은 아닐까?

비록 며칠 남지않은 임진년이지만 이 해가 가기 전에 나를 반성해본다.


너무 써서 없어져버린 오른손의 지문들
관절염으로 굽어버린 가운데 손가락
그리고 욕심으로 오르다 아파서 끌고 다니는 내 무릎을 어루만지며
몸주를 잘못 만난 죄로 고생을 하는 그들에게 처음으로 "아껴주지 못해서 미안해" 라고 말한다.

어디 미안한 일이 이뿐이랴!
알게 모르게 나로 인해 상처받았을 모든 이들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이다.
머리속으로는 온 우주를 품고있는 티끌보다도 못 한 인생이 왜 마음이라도 넓고 크게 가지지 못하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