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0100107_4dee1fe1876ea.jpg

 

 

내나이에 살림 잘하는 고수들은 코웃음 치겠지만

난 도통 살림에 취미도 없고 거기에 열등감마저 느끼고 사는 살림치이다.

 

장바온 반찬감들을 냉장고에 처박아두면

종종 잊어버리고 제대루 반찬도 못하고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도 하는데

지난 주말

저녁밥을  준비하며

이날은 용케도 전날 사온  콩나물 생각이 나 반찬도 신통치  않은데 콩나물 밥을 하기로 했다.

 

콩나물을 거의 다 씻는데 5살  손주가  부엌으로와 챙견한다.

 

"할머니 내가 도와줄까?"

 

귀챦치만 교육(?)적 차원에서 고맙다며 도와달라고 해본다.

 

"할머니 미꾸라지 잡는것 같애"

 

"그래 미꾸라지 언제 잡아 보았는데...."

 

"전에 아빠랑 퇴촌 갔을 때 미꾸라지 3마리 잡았어요. 그런데 다시 냇물에 놓아 주었어요"

 

"그래!~~~~ 참 잘했구나 담에도 잡으면 물고기는 다 살려 주어야한다."

 

손에서  빠져나가는 콩나물을  미꾸라지를 대입시킨 손주의  발상이 기발나다.

 

몇주전 아침 일찍 일어난 손주에게 모처럼 자상해진 할아버지 뜨는 해를 가리키며~~~

 

"해는 어느쪽에서 뜨지?"

 

 "동쪽에서 뜨지요"

 

"그러면  어느쪽으로 해가 지지?~~~"

 

".................."

 

"서쪽으로 진단다 저녁때가 되면 해가 바다속으로 들어간단다"

 

"아~하!~~` 해가 더워서 목욕하러 물속으로 들어가는거구나"

 

부엌에서 아침 준비하던 할미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천진스러운 아이들의 표현을 들으며......

 

작년 이맘때 보다 조금 이른  어느 가을날

손주 손잡고 어린이집 가던 길~~~~

4살 꼬마 손주가 코막고

 

"할머니 나쁜냄새가 나요? 무슨 냄새지요?"

 

아파트 마당에 지천인 은행나무 열매에서 요동치는고약한 냄새를 맡고 묻는말~`

 

"이냄새는 은행나무 열매 냄새란다"

 

"으응~~~~~ 은행나무가 방구 뀌는 냄새구나!"

 

4살 꼬마입에서 표현되는 순진무구한 상상을 어찌  세상사에 찌든  우리들이 감히 생각조차 못할진데

윌리암 워즈워즈는

어린이는 어른이 아버지라고 일찌감치 깨달은 시도 썼지만

살아가면서  무뎌지는 삭막한  나의 정서에

손주의 말한마디 몸짓하나가  감탄사를 회복시켜주는 회춘의 묘약인것을.......

 

나는 지금 손주앓이 중이다.

내 헨펀엔 메롱하며 장난기 가득한 5살 손주 재윤이가 대문을 장식하고 있다.emoti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