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위에서 이런 저런 일로 맘고생하는 가까운 이들을 계속 보고 있다.

실제적으로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안타까운 마음만 보태니 미안하기도 하다.

 

절대적인 상황에서 아무리 가까이 있는 사람이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그것이 고난을 함께 하는 가족들에게 제일 힘든 일인 것 같다.

또 가족들이 아무리 힘들다 해도 당사자 본인만 하겠는가?

 

하지만 인간사 생로병사 비껴갈 수 있는 이 누가 있겠는가?

 

2년 전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가 갑자기 갔을 때

나는 최선을 다 해 그 친구의 마지막 길을 도왔고, 일을 잘 마쳤지만

내 마음의 슬픔과 혼란의 형체를 알 수 없어 많이 괴로웠다.

 

걷고 걷고 걸으면서 그 친구를 생각하고 내 마음 속 혼란에 대해 생각했다.

단순한 슬픔만이 아닌 이거 뭐지? 이거 뭐지?

 

어린 시절 거의 같이 자랐고 많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사실 커서는 그렇게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구.

그 아이는 그 아이대로 바빴고,  나도 또 나대로 그랬고.

하지만 언제건 만나도 늘 어린 시절의 그 마음이 있었고 그래서 늘 만나는 것 같은 마음이었다.

 

오로지 그 일만 생각하자 떠난 여행길에서 하루종일 걷다가 길거리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잠시 쉬는 중에

나의 괴로움의 정체를 문득 깨달았다.

그 아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못 했다는 것.

그것이 나를 이렇게 괴롭힌다는 것을.

 

착한 아이였는데, 그래서 언제나 인정이 많고 어린 시절부터 늘 나에게 양보했었고, 착한 눈으로 쳐다 보았고, 만약에 내가 어려운 일이 있었다면 잘 도와주었을 아이.

그 애 엄마가 원피스 두 개를 사서 고르라 했을 때도 항상 나에게 먼저 고르게 했던 친구.

그 아이에게 한 번도 너는 항상 나에게 양보했지. 미안하고 고마워, 그런  너 때문에 너무나 도움이 되었고 내가 이렇게 씩씩해졌어. 너무 고마워, 감사해

 

이렇게 한 번도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나를 그렇게 슬프게 하고 괴롭게 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가듯이 기회도 바람처럼 사라진다.

신선했지만 경박했던 젊은 날의 못미쳤던 어린 생각이 이제 와 회한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있을 때 잘 해까지는 아니지만, 마음이 움직이면 행동 해! 말을 해!

이런 약분된 실행.

나의 앞으로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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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모임 발표 연습이 10월 31일 수요일 오후 5시

혜숙이네 학원에서 있단다.

많이 와서 연습하고 얼굴 또 보자~~~

하고 싶은데 못 배워서 망설이는 친구들 그냥 와.

괜찮아, 폰에 저장해서 외우면 되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와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