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마다 여름이 서서히 지나며 가을이 되면

여름옷과 이부자리를 서둘러 세탁하고 정리를 합니다.

다른 환절기와 달리 짧은 가을이 지나

곧 닥아올 긴긴 겨울을 미리 떠 올리며 조금 성급한 마음을 달래듯이...


올해도 쉬는날 세탁을 한아름 하여 온 집안에 널어놓고

말러가는 순서로 다리미질을 시작했습니다.


세탁기에 살짝 주름 지어졌던 것들이

내 다리미 손길에 따라 반듯해집니다.

내 마음도 점점 반듯해지는 듯합니다.

 

모든 세상사도 이렇게 다림질 되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문득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서 살때,

지금의 내나이 보다 젊었던 친정엄마가

빳빳이 풀먹인 새하얀 이불 호청에

입에 담았던 물을 품어내며 살짝뿌리고

다림질 이상으로 판판해 질때까지

여러번 면을 바꾸어 가며 방망이로 두들기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나자신도 신혼초 어설픗이 해보았었기도..

더불어 그시절 여러 일들도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아득한 옛날이 된 것이 새삼스럽습니다.


FM 라디오에서는 음악이 들려옵니다.


? 사랑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입니다.


노래 중간 중간 절규하듯  반복되어 부르는 소리에...

사랑은 꼭 꼭 꼭 아름다와만합니다... 라고 강조하듯해서 속웃음도 지어 봅니다.


내 모든 상념을 깨우려는지... 전화가 옵니다.

 

저쪽: 뭐해? 날이 너무 좋다... 오늘이 금년의 마지막 따뜻한 날이라는데...

이쪽; ㅎㅎ 그래서? 나 지금 다림질 하는데...

저쪽: 뭐라구? 아니 왜 이렇게 무드가 없니... 이런 날은 햇빛아래 산책을 해야지..


잠깐 창밖을 보니 정말로 하늘이 높고 푸르게 맑습니다.


이쪽: 오 케이.. 어디서 만날까?


이래 저래 의논하여 우리는 여름햇살 같은 햇빛을 즐기러

쉔브룬 궁에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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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enbrunn 4.JPG

 


저녁 해가 지기전 펼쳐지는 햇빛에 나 스스로 녹아드는 듯 합니다.

귓속에서는 저절로

라디오에서 들었던 “a love so beautiful' 음악이 들립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림질 하며 듣던 그 음악 그 느낌이 아닙니다.

 

'''''

그 여름의 태양은 지고
우리의 사랑도 옛날이 되었지만
내 마음 속에는 오래전 저녁노을이
같게만 느껴집니다

.........

이 노래  가사가 정말 제몸을 싸아주듯이   

음미하며 걷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Schoenbrunn 2.JPG

 

 

Schoenbrunn 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