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추석이다.

일년 중 제일 예쁜 달을 구경할 수 있는 날이다.

주위에 건물이 적은 공원에라도 가서 맑은 하늘에 낯 씻고 나온 말간 달을 바라봐야겠다.

 

  추석에는 시댁에 가서 일만 하던 세월이 생각난다.

어느 해 명절에는 상을 몇번 차렸나 세어보니 다과상 포함해서 하루에 20번 이상 차린 적도 있다.

시댁이 시골인지라 도회지에 나가서 살던 친척들이나 이웃 사람들이 어머니께 인사(세배)하러 올 때마다 상을 봐야했다.

그렇고 그런 음식들, 집집마다 똑같은 음식들이지만 의례 누가 오면 상을 차려 내야했다.

온 사람은 밥 먹었다고 배부르다고 한사코 거절해도 먹든 안 먹든 상을 내가야 했다. 그것이 우리네 정서였다.

참으로 불합리하다고 느끼면서도 음식 대접을 안하면 왠지 정이 없는 것 같아서 찝찝했다.

  돌아오는 차에서는 밖에서만 돌고 나를 도와주지 않은 남편과 일 적게 한  동서들에 대한  분노에 가득차서 속을 부글거리면서도  피로에 지쳐서 잠에 곯아 떨어져서 오곤 했다.   몇일 동안 남편에게 제세하면서(공치사?) 몸살을 앓았다.  

만약 내가 시어머니라면 어떻게 했을까? 어쩔 수 없이 우리 어머니와 똑같이 하지 않았을까?

다만 몇 십가지 차리던 메뉴 수를 줄이고, 남아서 처치 곤란하던 음식의 양도 줄이고, 만든 음식도 많이 사다 먹었을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만 희생하지 않게 골고루 일을 분배했을 것 같다.

 

   이제 어머니 돌아가시고 시골 시댁이 없어져서 그런 고생은 안한다.

그렇지만 그립다. 시어머니도 그립고, 들꽃이 피어있는 정겨운 시골집도 생각나고,  조카들과 함께 왁자지껄 시끄럽던 명절 상도 그립고,  마실오셔서 심각하지 않은 사는 얘기를 나누시던  이웃집 할머니들도 그립다.

도시의 명절은 너무 쓸쓸하다.  결혼한 자식이 없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