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 월례회 날

순자가 일본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들을 보러간다며 같이 가잔다.

함께있던 영희가 마침 집이 그 근처라며 자기 집에 초대를 했다.

누를 끼치는게 아닐까 걱정스러워 망설이다가 나선김에 친구들에게 영희의 일본생활도 소개할겸 다녀오기로 했다.

몇분도 안돼 결정하고 그 길로 바로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출발 해서 세사람의  벼락치기 여행이 됐다.

 

공항에서 반갑게 맞이하는 영희를 따라 지바현 고급 주택가에 자리잡은 영희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네델란드 대사 아들이 살던 집을 구입했다는데 동서양의 분위기가 묘하게 어울어진 옛스런 건물이다.

아래층은 사무실로 사용하고 윗층은 게스트하우스로 3개의 침실과 넓은 베란다를 아기자기 하게 꾸며 놓아 편하고 아늑하다.

네델란드와 일본풍의 오밀조밀한 소품들이 영희의 따뜻한 손길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게스트하우스에서 5분거리에 있는 영희네 집은 일본에선 갖기 어려운 현대식으로 지어진 큰 저택이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안은 전업 주부인 우리보다도 더 여성스럽고 살림꾼의 면모가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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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13명의 소바의 명인이 있다는데 그 중 한분이 직접 게스트하우스로 와 우리에게 특별한 모리소바를 만들어 주셨다.

영희의 절친이라 가능했는데 소바의 본고장에서 명인에게 소바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먹을수 있다는게 믿기지않았다.

섬세한 손길로 한가닥 한가닥 혼신을 다하는데 마치 예술작품을보는것처럼 넋을 잃었다.

메밀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며 생생한 국수발의 촉감이 모두의 입맛을 산뜻하게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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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희는 다양한 일본인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여러곳을 안내했다.

시내 번화가에 자리한 렉서스 매장에 들렀다.

2층 휴게실은 호텔로비처럼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꾸며있었다.

우수 고객은 언제나 무료로 이용 가능해서 영희는 고객과의 용무를 이곳에서 볼 때도 있단다.

여직원이  무릎까지 꿇고 상냥하게 주문받아 다양한 메뉴로 준비된 차를 대접한다.

복잡한 시내여서 차를 주차하기가 쉽지않았는데 언제나 주차할수있고 볼일을 다보고 돌아오면 자동차를 깨끗이 세차까지해놓는다.

자동차를 팔고 나면 그만인 우리 문화와는 너무도 큰 차이여서 놀랍고 서비스 문화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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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7km씩 걷는다는 영희는 다부지고 건강해 우리보다 10년 이상 젊게 느껴졌다.

어찌나 빨리 걷는지 우리는 거의 뛰다시피 따라가야한다.

아침 일찍 수산시장에 나가 일본에만 있는 톳으로 만든 건강음료와 오뎅등 다양하게 구입하고 소문난 라면집으로 갔다.

여러 종류의 재료를 넣고 만든 라면은 깊고 담백한 국물과 중국 요리를 먹는듯한 감칠맛과 구수함...

네 종류의 라면을 시켜 놓고 바쁘게 돌아가며 맛을 음미했다,

모두들 라면에 대한 인식이 바꼈다며 라면 먹으로 일본 또 와야 겠다나?

  

아침을 너무 배부르게 먹어 꼼짝도 못하겠다는 우릴 이끌고  집 가까이 있는 동경만으로 나갔다.

어스름한 안개가 깔린 저편엔 희미하게 후지산이 보이고

바닷물에는 팔뚝만한 생선들이 은빛으로 반짝이며 물위로 높이높이 뛰어오른다.

멸치처럼 작은 생선들은 떼로 몰려다니며  튕겨나듯이 점프하고 마치 물고기들의 공연을 보러온듯하다.

먼 바다에서나 가끔씩 볼수있었던 진풍경에 신기해하며 우리는 한동안 바다내음속에 그렇게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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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에 도쿄 한복판에 있는 황궁을 보러나갔다.

한일 감정이 좋지않아 안에는 들어가 볼수가없어 차를타고 황궁 둘레를 돌아봤다.

수로 안쪽에 울창한 나무숲으로 둘러쌓인 황궁은 아주 넓고 웅장해 보였다.

때마침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에 가려 언뜻언뜻 보이는 황궁 지붕만이 화려했던 옛날의 영화를 느끼게한다.

혜숙이는 서너번 동경에 왔어도 황궁을 들어가 볼수없었다며 아쉬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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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쇼핑을 마치고 찾은 디즈니랜드에서 그 곳에 근무하는 영희 딸을 만났다.

얼굴이 동그랗고 귀여워 20대처럼 보이는데 벌써 서른이 넘었고  결혼도 했단다.

예쁘고 상냥하고 애교도 많다

전에는 불름버그통신의 기자였는데  지금은 디즈니랜드에서 세계 유명 뮤지컬 가수들을 스카웃하는 일을 한다고 했다

엄마에게 현금까지 챙겨주며 재미있는 시간이 되도록 세세히 일러주는 모습을 보고

"역시 딸이 있어야 된다"고 혜숙이는 부러움을 감추지못했다.

 

야경에 둘러쌓인 디즈니랜드는 반짝이는 조명과 많은 인파속에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디에 눈길을 두어야 좋을지 모르게 다양하고 풍성한 볼거리가 여기저기에 펼쳐져 있다.

뜻밖에 디즈니랜드에는 아주 비밀스러운 장소가 있었는데 오직 일본에서 330명의 회원만 드나들수 있단다.

마침 영희가 그곳 회원이어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유럽의 궁전같은 클럽안에 들어갈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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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재료로 만들어 이렇게 맛나냐"며 입에 착착 붙는 연어 스테이크로 클럽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디저트까지 먹고나니 조명이 꺼지고 모든 관람객이 고대하던 디즈니랜드의 유명한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인파속에 이리저리 떠밀리지않고 창가에 앉아 반짝이는 퍼레이드와  화려한 불꽃놀이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멀리 보이는 백설공주의 성을 바라보며 우리 모두 황홀한 기분에 마치 공주가 된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일이 끝나고 찾아온 영희 딸은 우리가 부담없이 즐길수있는 놀이기구로 안내했다

보트를 타고 캐러비안해적들의 야단스런 소굴을  지나  소인국을거쳐  마이클 잭슨의 4D 공연 까지...

 

처음엔 어린애처럼  "뭘 놀이기구까지 타냐"던 혜숙이는 신나게 뛰어다니며 어린애들 보다 더 놀이 재미에 빠져들고

순자는 흥겨운 리듬에 맞춰 환호성까지 지르며 들썩거려 다른 관람객까지 배를쥐고 웃게 만든다.

밤 10시가 되도록 한가지라도 더 즐기려고 쫓아다니던 우리는 페장시간이 다 되어 아쉬움을 뒤로한채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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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외국어 학원을 운영하는 영희는 13개국의 언어를 가르치는 수십명의 교사들을 거느리고

통역을 필요로하는 여러 분야에 통역관을 보내고 가르치는 일을 한다.

모두 70여개의 국가를 오고가며 일을 한다니 그 규모와 능력에 놀라지 않을수없었다.

우릴 안내하는 동안도 쉴새없이 전화로 업무를 보며 활기차게 활동하고 있었다.

그 바쁜 시간을 우리에게 뺏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찌나 미안하던지....

행여 우리가 그런 마음 가질세라 세심하게 신경써주고  즐겁게 보내게 해줘 무척이나 고마웠다.

 

우리 친구가 

 낯선 외국에서 힘든 차별 다 견뎌내고

그사람들보다 더 크게 우뚝선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자랑스러워 행복한 마음 가득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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