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회 - 게시판담당 : 윤순영
올 여름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더운 여름이다.
이 무더위를 피해 겨우 이박삼일 소모임 동문들과 다녀온 강원도 태백 여행후
줄곧 신국(약누룩)을 만드느라 우리집 부부는 올여름 마지막 기승를 부리는
더위와 함께 신국의 재료인 약초들과 씨름을 했다
보통 알고있는 술누룩 만드는일도 요즈음은 가정에서는 만들 생각을 안한다.
누룩이란것도 아마도 과거 선조들이 하던 가양주 만들 때 필요한 양조 조건에
필요한 필수품인걸 아는 사람들도 이젠 드물거다.
저작년에 우리집에서 누룩은 만들었었는데 그때 당시도 지인들 모두가
우리집에서 하는 이일이 특이한 일을 하는양 보았었다.
그러다보니 우리집 가장이 경험에 힘을 입어 약초를 가미한 약누룩을 만들 생각을
언제부터인지 한 모양인데 마침맞게 강화 민통선안에 살면서
약초로 효소를 만드는 후배네 바깥분을 알게되어서
이런저런 약초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것을 서로 알게되었었다.
근래에 드문 공부들을 한 사람들이라서 취미도 같고 생각도 같아서
두분은 많이 기뻐들 하는양 싶었었다.
그래서인가 후배의 남편인 김 선생이
약누룩에 필요한 약초를 고맙게도 채취해다 주어 생각만 하던 일을
실행에 옮기게되었다.
일명 청호(개똥쑥), 창이자(도꼬마리), 여뀌잎은 청정지역인 곳에서 채취한것인데
여뀌잎과 개똥쑥만해도 무척 튼실하게 자라 우리집 울안에 있는
쑥과 여뀌잎이랑은 대조가 되어보였다.
처음에 약초를 채취해다 주겠다는 언약을 받은 다음
우선 누룩에 주 재료인 통밀을 강화풍물시장에서 15키로를 구입했다.
쌀 20키로면 우리집 양식으로도 한달을 먹을양인데 거의 맞먹을 정도로
많은 양을 씻고 일러 햇볕에 바짝 말리어 두었다.
그다음날 가져다 준 개똥쑥을 깨끗이 씻어 잎을 따내어 녹즙기로 즙을 내어
통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해 놓고 행인(껍질벗긴살구속씨)을 다듬었는데
한약재파는 판매상들이 손질해 판매한다는 행인이 손질이 덜 되어
독이 있다는 끝부분(싹이틔는부분)이 대부분 제거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조그마한 행인 끝 부분 수천개를 (더 많지 싶은데) 그것을 가위로
짬짬이 오려내는데 사흘이 걸렸다.
그 다음 가져다 준 창이자와 여뀌잎도 이파리를 떼어내어(양이 만만치않게 많아서)
이틀에 걸쳐 새벽 세시경까지 녹즙을 내었다.
그리곤 한수 더떠 이왕지사 힘들이고 공들여 만드는 약누룩인데
옛방식대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가진 우리집 가장은
집에 있는 멧돌은 크기에 힘이 부치니 좀 작은 멧돌을 구입해야겠다고
눈여겨 보았던 그 작은 멧돌을 풍물시장에서 구입을 했다.
내심 믹서로 갈아 쓰는 일이 여엉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다.
드디어 나는 팥 한되를 삶아 곱게 돌절구에 빻는데 그일도 만만치가 않다.
옛날 큰 절구도 있지만 앉아서 조곤조곤 약절구에 빻다보니
한번 빻는양이 양이적어 생각보다 일이 더디다.
내가 팥과 또 씨름을 하는옆에서 우리집 가장은
밀을 타기 시작한다.
내 어린시절 친정어머니께서 큰일때면 힘들여 하시던 부침개를 하려 녹두갈고
여름엔 콩국수 만들때면 콩을 삶아 갈던 그 멧돌질을 과학문명이 눈 깜짝 할새에
변화무쌍하게 발전되어 온갖 도구가 편리하게 발전된 세상에 그것도 남자가 멧돌질을 하겠다고한다.
이런 세상에 우리집은 거슬러 올라가도 한참 올라간 석기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다.
팥삶아 한되쯤이야 어찌어찌 해보겠는데 멧돌질만은 내힘으론 못하겠노라
나는 미리 사양했으니 죽으나 사나 혼자 해야하는데 시작 초반부터
멧돌질을 하는 우리집 산이할아버지 어째 심상치가 않아보인다.
그래 슬쩍 이야기를 부쳐본다.
“내 어릴적 친정할아버지께서 여름이면 이삼일 간격으로 콩국수를 찾으셨는데
그당시 친정어머니께서 조용히 한숨 쉬던 그 콩갈던 멧돌질이 얼마나
번거롭고 힘들게 하신지를 어린 나는 보아온지라 내가 그 멧돌질을 사양한거라우
당신은 내가 못한다했을 때 보란 듯이 내가 하겠노라 큰소리쳤지만
내가 말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듯해서 말리지를 않았다우~
어째 힘들어보이우 대강 좀 하다 여엉 힘에 부치면 방앗간에 가서 빻아옵시다~
그래서 우리집 산이할아버지는 고집스럽게 하려던 힘겹던 그일에서 쉽게 벗어나
방앗간에서 아주 용이하게 나머지 밀을 빻아왔다.
석기시대로의 회귀는 이 시대에 물질문명에 물든 우리들에겐
생각만큼 쉬운일이 아닌 것을 늦게나마 알게된것이라고 하면 산이할아버지
좀은 섭섭할것인지?
나........이 마누라는 아는일을 남자들은 왜 생각이 미치지못하는지(여자들이
하는 일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이 아닐는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통밀가루와 청호(개똥쑥), 창이자(도꼬마리), 여뀌잎의 녹즙
행인가루, 갈은팥을 함께 섞어 버무리기 시작했다.
제일 큰 다라이에 푸슬푸슬 버무리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통밀가루 15키로에 동의보감에 있는 모든 재료에 양이 어쩌면 이리도 알맞은건지
옛조상들의 슬기로움이 돋보여서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버무리는데 그 향이 너무 좋아서 여태까지 힘들던 일들을 잊게된다
산모가 해산뒤 산고의 고통을 잊듯 다신 하지 않겠다고 내심 작심하던일이었는데
근 십여일이 넘도록 이 약누룩 만드는일에 올인하면서말이다
이 약누룩이 잘 발효되어 그 진가를 발휘하게되는때가 온다면 아마 나는
또 모든 어려운일을 잊고 다시 두손 걷어부치게되겠지........
한여름 무더위 한복판에 꼭 만들어야 잘 발효가 된다는 누룩
인내심의 한계를 뛰어넘기도 하고 도를 닦듯 공들인 이런 시간들이
다른 사는일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베란다에서 은은한 향취를 뿜어내는
약누룩에 흐믓한 마음을 보낸다.
??
?
멧돌로 통밀빻기 ........빻는 속도가 무척 더뎌서 삼분의 이는 방앗간으로 직행했다.
푹 삶은 팥의 양도 만만치 않다. 약 돌절구에 곱게 빻았다.
물기가 약간 있어 빻기가 수월하지는 않았어도 푹 삶아진 팥이라 그닥 힘들지는 않았지만 워낙 양이
많아서 진력이났지요.
짜놓은 녹즙들을 부어 버무릴 준비를 하는 단계이지요
부슬부슬하게 버무려 놓은 모습입니다. 녹색으로 변한 통밀가루가 색만 변한것이 아니라 약초에
향으로 온 집안이 가득했지요.
그릇 틀에 소복하게 버무린 것을 넣고 먼저 방망이로 눌러줍니다.
옆은 손으로 힘껒 꼭꼭 눌러주고 방망이로 힘껒 눌러주고 밀어주고 합니다.
깨끗한 양말을 그 자리에서 신고 보자기로 쌓아 담은 것을 가운데에 발뒤금치가 가도록 홈을 파는 형식
으로 꼭꼭 밟아 모양을 만듭니다.
녹색을 띤 누룩이 약쑥위에 얹혀져서 삼일에 한번씩 자리바꿈을 해주면 됩니다.
적당한 온도와 습도가 필요한 지금이 적기입니다. 잘 발효시키기위해 위 아래를 바꾸어 주어야한답니다.
금요일 늦게 만들어졌으니 오늘쯤 자리바꿈을 해주려다 비가 많이와서 내일 해주려하지요.
이제는 삼주동안 잘 챙겨보면서 기다리는 일만 남았읍니다.
- 약누룩(신국) 만들기와 손주들과 놀아주기, 우리집 떡두꺼비 001.jpg (109.5KB)(1)
- 약누룩(신국) 만들기와 손주들과 놀아주기, 우리집 떡두꺼비 005.jpg (132.4KB)(1)
- 약누룩(신국) 만들기와 손주들과 놀아주기, 우리집 떡두꺼비 003.jpg (84.9K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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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누룩(신국) 만들기와 손주들과 놀아주기, 우리집 떡두꺼비 012.jpg (126.1KB)(0)
은희야!!!!!
약누룩 만드느라고 많이 애썼구나.
근데 약누룩은 언제 쓰는거니?
산이 할아버지는 당신 몸을 잘 챙기셔서 좋겠다.
당신이 다 알아서 약도 지으시고 침도 맞으시고..........
너는 옆에서 시중만 들면 되는거잖아?
여하튼 너 사는거보면 완전 이조 시대다.
천연 기념물이야.
약누룩은 말 그대로 약주를 만들수도 있고
찾아보면............
밀가루에 다른 한약재를 섞어서 발효시켜 말린 약제임.
밀가루와 행인, 팥, 청호, 창이자, 여뀌잎이 제료로 들어감.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하다.
비경·위경에 작용한다.
음식을 소화시키고 식욕을 돋구며 비(脾)를 튼튼하게 하는 약제임.
..........................이렇게 쓰여있네. 정확해야겠기에 복사해봤다................
그저 내 주어진 여건에 맞추어 사는거지뭐......
어디 조선시대 여인네처럼 다소곳이야 하겄냐?
은희야
나는 네 체력이 부럽다
우리 나이에도 너처럼 일을 할 수 있는 체력의 원천은 어디서 오는거니?
넌 정말 엄청나다.
그저께 뉴스에 나오더라
남자는 부인이 없으면 수명이 짧단다.
왜냐하면 여자는 혼자서도 자기를 잘 보살피고 잘 먹을 수 있는데 반하여
대부분의 남자들은 체질적으로 부인이 보살펴주지 않으면 건강이 나뻐진단다
결론적으로 너희 남편은 장수하실 것 같다.
은희야!
이 음악 참 좋다.
정희야~
말 그대로 시작한 일이라 중도에 그만 두지도 못하고
낑낑대며 밥 해먹고 집안일 대충해가면서 했네
네 목소리 가끔 듣다가 이일 하면서
전화도 못했구나........................
다리 다치고나서는 나도 한계가 느껴진다네.
이젠 먼곳으로의 출타는 조심하라는 경고도 알게되었고
너나 나나 피장파장이다.
언젠가 한말처럼 울안에서 지내는일도 감사하게 생각할것이고
네가 집안에서 음악듣고 집에서 하는일로도
하루해가 이럭저럭 잘 지나가듯
이 나이에는 체력 안배를 적당하게 하면서
조순하게 순응하면서 사는일도 좋은일인듯싶네.
반듯한 생각을 하고사는 정희도
우리 산이할아버지처럼 건강이 약한듯 하지만 장수할것이네.
가끔은 차분하게 명상음악 비디오도 보기도하고
책 읽으면서 듣기도 하지...................................
좋은 세상이야 아름다운 음악 좋은 그림
아무때나 필요할때 찾아 듣고 볼 수 있는 세상이니 말야
아이고 언니!
아니 형님!
대단하십니다.
자세하게 사진까지 올려주셔서 하신일이 선하게 한눈에 들어옵니다.
작고 아담한 맷돌이 너무 귀엽게만 보였는데,
그 많은 행인의 씨눈을 제거하고 녹즙가시느라 고단하신중에
맷돌을 돌리시려니 눈이며 어깨, 팔 허리까지 많이 아프시죠?
이젠 두 분 허리 쭉 펴시고 며칠 쉬셔야 될 것 같네요.
한주간 내내 비가 내린다는데 발효시키는데엔 지장이 없나요?
오늘 남편 왈!
"나도 형님한테 잘 배워서 언젠가는 신국을 만들어봐야지."
하길래
"제발 부탁입니다.형님댁에서 한잔 얻어먹는걸로 끝내세요." 했죠.
삼일내내 내리는 장대비 덕분에 익모초며 약초들을 집 안에서 씻고 자르다보니
언니 글처럼 옛날 한의원에 있는것 같아요.
언니를 보면서 저의 삶을 다듬어 보는 계기가 되고 있어요.
아주버님께도 고생하셨다고 전해주시고요.
막바지 더위에 두 분 모두 건강하세요.
아이고 형님~! 하니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한참 웃었네....ㅎㅎㅎ
광산김씨 ..........ㅎㅎㅎㅎ 항렬(동렬)이 뭔지~!
그건 그렇고 순희야~
뭔 일이 이리도 줄달아 생기는지 일복 하나는 타고난건 분명하다
어제 홈피열어놓고도 댓글도 쓰려다 못쓰고
저녁나절 바쁜 연락이 와서리....분주했네.
두 김 선생들이 특이한 일들을 하니 우리 아낙들이 바쁘게산다.
그리고 약누룩 궂은 날씨인데도 아주 잘 띄어지고 있어 다행이네.
순희랑 우리 환경에 적응하면서 잘 늙어가자꾸나.
그렇찮아도 산이할아버지한테 순희가 아주버님 고생하셨다는 인사 하데요.
했더니.........씨익 웃더라.....ㅎㅎㅎ
언니니까 그런 큰 일들을 해 내시지 아무나 하남요?
바쁜 연락을???
남편이 듣고 빨리 홈피에 올리라고 하지만
내일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어쩌나? 하다가
마침 산학이글이 자게판에 올라왔기에
난 다른 방법을 이용했어요.
내 가슴이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내일 화면으로 뵐께요.
비가 줄창 오는 바람에 처음으로 누룩을 개봉하고
들여다보니 아주 잘 띄워 져가네요.
노란 진액이 나오면 최상급이라는데
노란 진액이 나오면서 하얀곰팡이가 피고 이제 두주일동안
또 가끔 자리바꿈 해주면서 지켜보아야지요.
청호와 창이자잎을 깨끗하게 손질하여 잎만 간추려 녹즙기로 녹즙을 내는데
잎이 얇은 청호는 수없이 녹즙기를 청소해 가면서 녹즙을 냈다. 창이자는 잎이 두껍고 수분이 많아
그런대로 용이한 편이였지만 그래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여뀌잎도 줄기는 전혀 쓰지않고 잎만 쓰는데 산이 할아버지 어릴때 물고기 잡을때 여뀌를 짓이겨 물에 넣으면
고기들이 기절해서 물위에 뜰 정도로 독성이 있었다고한다. 찾아보니 독성은 있어도 약재에는 필요한 약초인듯하다
충분히 가져다 주어서 일부 조금 남은잎은 말려두었다. 녹즙 색이 연한 녹색이라 무척 아름답다.
행인은 잘 씻어 말린후 씨 끝부분을 잘라냈다.(씨눈이 독성이 있다한다) 우리집 건조기 네판에 가득했던
행인을 모두 손질하였는데 이 일을 하면서 인내심에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손톱 반만한 크기거나 삼분의 일 크기인 행인을 절반으로 갈라서 씨눈을 제거하기위해 끝을 잘라냈다.
행인을 갈라 쪼갠후 저 뾰족하게 나온 끝부분을 제거해야한다. 그런후에 믹서에 곱게 가루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