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게으른 내가 별수 없이 일찍 일어난다.

더워기지 전, 9시가 되기 전에 모든 일을 끝내야되기 때문이다.

일어나자 마자 아무거나 조금 먹는다.

안 먹으면 에너지가 떨어져서 덜덜 떨리기 때문이다. 저장해 놓은 것이 없기 때문에...

이젠 운동하러 나갈 차례다.

공원으로 가서 30분간 호수 한 바퀴 돌고 오면, 오고 가는 시간 합해서 딱 1시간이 걸리는데, 요즘은 시간이 아까워서 집 근처에서 그늘을 골라서 걷는다. 썬 크림 바르고 얼굴 검버섯에 테이프 붙이고 모자 쓰고 팔 토시 끼면 준비 완료다. 

만나는 사람은 대개 운동 하러 나온 노인들이 많다. 아니면 손자 손녀 유모차 끌고 나온 노인들이다.

어떤 아가는 유모차에 앉아서 "안녕하세요?"라면서 큰 소리로 나에게 인사를 건다. 

기분이 한껏 오른다. "난 언제 저런 손자가 생기나" 부러워 하면서  "안녕!" 썬 그라스 벗고 손을 흔든다.

아가는 썬 그라스를 무서워 할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

어떤 아가는 자꾸만 흙으로 가겠다고 조르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안된다고 하고... 서로 싱갱이를 한다.

아기 보는 것이 힘들기도 하겠다. 나는 아기는 못 볼 것 같다. 허리도 아프니...

 

매일 만나는 어떤 내 나이 또래 아주머니는 약간 풍을 맞은 것 같다. 무표정한 얼굴에 지척지척 발을 끌면서 열심히 걷는다.

돌아가신 우리 엄마가 생각나면서 나의 미래의 모습이 저럴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자식과 함께 사니 이리 이른 아침에 저렇게 운동하러 나올 수 있겠지? 나는 요양원에서 살겠지?

 

초등학교 아이가 가방을 흔들면서 근면하게 바쁘게 걸어간다. 아마도 학원 새벽반에 가나보다. 

중,고등학교 아이들도 가방 들고 바쁘게 간다. 나도 저 때는 이런 저런 잡념 없이 곧장 공부하러 갔고 가서 열심히 공부했었지! 

왜 이리 잡념이 많아졌는지? 나이가 드니까 생각할 거리가 많아졌나? 얼른 걸으면서 하는 명상을 한다.

내 발과 무릎과 다리에 마음을 보낸다. 

 

어떤 남자들은 아침부터 술 타령이다. 공원 보도 블록 위에 두세명이 쪼그리고 앉아서 소주를 마신다.

어떤 사람은 큰 소리로 얘기 한다. 다른 사람들은 맞장구를 친다. 정겨운 대화를 하나 보다.

근데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술을 마셔야만 하나?

 

공원에 다다랐다. 벤치에서 잠을 자는 남자가 있다. 아마 열대야 때문에 잠을 설쳤나 보다. 

운동기구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체조라고 단체로 구령 맞추어서 체조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바쁘기 때문에 걸어서 지나친다.

 

돌아 오는 길...

출근하는 젊은 이들도 있고 아줌마 들도 있다.

다들 활기차다. 요즘은 옷도 세련되게 잘 입는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도 있다.

해는 이미 달구어져서 나무 그늘이 아니면 너무 뜨겁다. 숨을 헐떡거리면서 땀을 흘리면서 집으로 들어간다.

샤워하고, 밥하고, 저녁때 먹을 거 까지 반찬 만들고, 가족들 깨워서 밥 먹고 설거지 하면 이젠 뒹구는 일만 남았다.

바람이 잘 통하는 현관 앞 마루에서 베개 베고 안경끼고 신문 보고 책 읽다가 낮잠 잔다.

남편의 말: "오늘은 좀 덜 덥군..."

나의 말: "몇도인데?"

남편의 말: "35도래. 어제는 36도 넘었잖아"

으악! 35도라 36도보다 덜 덥다고 느낄 정도로 우리가 온도에 민감하다니!! 

너무 덥다 보니 피부가 1도의 차이까지 느끼나 보다.

 

점심은 빵이나 인스턴트 메밀 국수로 때우고, 저녁은 아침에 만들어 놓은 반찬이나  비빔밥으로 얼른 해결하고, 또 바람 통하는 내 자리 마루로 가서 베개베고 책 보거나 TV 보다가 잔다. 더워서 몇번 깰 때가 많지만...

또 하루가 간다.   

 

친구들이여!  이 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