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요즘 나를 붙잡고 있는 상념이 " 만남" 이다.

 

부모님의 자녀로 이 세상에 와서

얼마나 많은,

얼마나 진지한,

얼마나 지속된 만남이 있었는가...

 

젊은 시절에는

그냥 만나지는 줄 알았다.

한번 만나면 오랫동안 못 보아도 또 언제인가는 보겠지 ... 라는 생각을 가졌었다.

또한 실제로 만나지 못했어도

만날기회가 오겠지 ... 라고 막연한 기대를 가졌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다시 못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아 버렸다.

 

 

그러한 중에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Friedrich Gulda의 죽음 소식을 들은

2000년 1월 27일에  '아차' 하는 충격을 받었었다.

 

 

같은 오스트리아에서 동시대를 10년넘게 살면서

언제라도 그의 연주를 실제로 볼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미루었었는데..

그가 70세의 나이로 갑짜기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후 그의 연주음악을 여러 매체를 통해 듣고 보면서

항상 후회가 되어왔다.

 

 

어느해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 여름밤에,

비엔나 영상음악회가 열리는 시청 광장에서 그의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보았다

넓은 광장에 우산쓰고 서서 보는사람이 손 꼽을 정도인데도,

국영방송국에서 끝까지 보여주는 영상을 보면서

온몸이 저릿 저릿 시린듯 그의 혼연일체가 전해왔다.

 

 

영상 속의 그는 영원히 세상에 살아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만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을 아쉬워 하며 그 자리를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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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전,

휴가로 찾았던

오스트리아 케른텐 주의 밀스타트(Millstatt)호수마을에서

그의 아들 Paul Gulda가 바로 아버지가 연주했던 그곡을 협연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얼마나 기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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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 연주되는 얼마 안남은 표를 당장 구매하고나서,

연주 당일날 하루 종일 가슴이 두근 거리기 까지 했다.

이 아들도 비엔나 살고 있으나  실제로 연주를 듣지 못하고

언제인가는 보겠지...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휴가온 곳에서 우연히 기회가 온것이다.

 

저녁녘 설레이는 마음으로 일찌기 수도원 성당에 도착하니

어느 새 많은 관객들이 곳곳에 산책하거나

한적한 곳에서 독서를 하는 여유도 보였다.

국영방송국 (ORF) 차가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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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 Villa Verdin을 떠나 설레이는 맘으로 공연장을 향해 오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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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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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차량)

 

 

이 지역에서 10년전부터 여름마다 특별연주 축제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종의 여름 음악축제로서 온가족들이 성장을 하고 한여름밤을

클래식 음악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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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하고 진지한 청중속에

나는 호기심 가득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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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Paul Gulda가 나오는데,

보통 연주자 차림의 정장이 아닌

하얀셔츠에 소매없는 검은색 조끼 비슷한 옷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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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모든 생각은 사라지고

모짜르트의 음악에 융해되었다.

나는 그를 통해서 그의 아버지 Friedrich Gulda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음악을 통해 Friedrich Gulda를 만난것이다.

 

 

'만남'이란

이런한 양상도 되는 것이라는 것을

깊이 깊이 느끼며 감사하다.

 

 

(2012년 7월 27일 새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