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회 - 게시판담당 : 김정자
한 열흘 전 쯤 이었을까요?
빙수기를 닦다가 무심코 손을 넣고는
아악!!
피가 순식 간에 철철 나기 시작했습니다.
얼른 반대편 손으로 꽈악 쥐고 한참을 있었습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피가 나더군요.
'병원에 가야하는가?'
그러나 저녁 일곱시. 응급실?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알콜솜, 휴지, 반창고, 고무줄을 동원하여 친친 동여맸지요.
욱신욱신 쑤셨습니다.
딸 아이의 성화에 할 수 없이 약국에 가니 항생제와 진통제를 처방해주며 내일 붓거나 더 아프면 병원에 가라고 했습니다.
이튿날,
괜찮은 것 같아 마데카솔과 대일밴드로 처치하였습니다.
바빠서 약도 먹지 못했습니다.
머리감기와 설거지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서순하 선배님이 생각났습니다.
어쩌다 물에 젖으면 상처 부위가 퉁퉁 불어 다시 덧날것만 같았습니다.
신경이 아주 많이 쓰이지는 않았지만, 괜스레 아물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아니, 이 상처가 영영 나을것 같지 않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살꺼풀이 약간 뜯겨지면서 딱딱해지더라구요.
거추장스러워 손톱깎기로 잘라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살꺼풀을 살살 드러내보니
아!
새 살이 돋고 있었어요.
너무도 마음이 편해지며 신기해지더군요.
그리고 불현듯 생각이 났어요.
오래 전에 발톱이 스르르 빠져서 깜짝 놀랐다가 밑에서 귀여운 새 발톱이 돋아나있어서 신기해했던 일이.....
며칠동안의 신경씀과 걱정과 귀찮음을 보상 받는 기쁨!!!
그래요.
상처받는 일도 있지만 이렇게 새살이 돋아나는 기쁨이 있으니 살만한 거죠?
우리 모두에게 새 살이 돋는 감격이 찾아오기를!!!!
스마트폰으로 찍었어요. 너무 좋아서....
빙수기는 너무 열심히 닦지 마세요. 물만 뿌려 닦으세요. 일반 그릇으로 착각하지도 마시구요!
좌우지단간.....
유행의 첨단들을 걸으시네요.
손꾸락 다치능거이 유행인가....
아침에 웬시리 기분이 이상야릇허더라구요.
운동 나갈까? 하는데 가슴이 쿵쿵 거리고,
왜이러지?하며 운동을 안나가고
기냥 아침 준비하는데
우쩌자구 고노무 꽁치 김치찌개가 먹고픈지
兒는 울딸이 가졌는디 와 고것이 먹고 싶냐고요.
일전에 사다 놓은 꽁치캔을 따서 냄비에 붓고
빈 캔에 물을 부어놓고 묵은김치를 숭덩숭덩 가위로 썰어
끓일락하는데.....
빈캔에 찌꺼기가 보이잖아요.
찌거기 묻은채로 분리수거하믄 날파리생길까봐
지가 은제부터 고로케 깔끔혔다고 거기다 수세미를
던져놓고 숟가락을 꽂아 닦을락하는디...
화~ㄱ~!!!
오른손 세번째 손꾸락 끝에서 불이 납니다.
으악~!
얼른 던지고 손을 보니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더라구요.
행주로 싸매고 들어와 응급처치를 하려하니
오른손이 다쳐 약하나 제대로 바르지두 몬하것고
붕대도 짜를수가 없더라구요.
잠깐 행주를 들어보면 계속 피는 꿀꿀 나오고...
에고 이거 안되것다.
6시니 은범이가 조금있으면 애비가 안고 올라올 시간이더라구요.
사위한테 전화했지요.
나 응급실가니 은범이 데리고 있어라 ~
가방에 핸펀.지갑 넣고 밖으로 나섰지요
동이 틀려고 희미하더라구요.
뭔 난리라냐?
오른손이니 운전도 안되고
택시를 기다리니 것도 없고
정신이랑 다리는 멀쩡하니 오는 버스를 집어탔지요.
것도 광역버스 뒤에 시내버스가 보이길래
1분차이에 싼거타자 하곤 시내버스타고 갔어요.
차병원 앞을 지나길래 신호등앞에 서있는 기사한테 철판깔고
나불댔지요.
아저씨~!.
저 응급실 가는데요.
요기 횡단보도에 내려주심 안될까요?
유관순처럼 피에 젖은 행주를 휘두르며 말이죠.
아자씨가 고맙게도 파랑불이 켜있는 횡단보도에 내려줬어요.
그래도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내려서 절대로 뛰지 않았지요.
손꾸락 쬐꼼 찢어진 건 일도 아니다.
넘어지면 본전도 못 찾는다.
놀래면 가뜩이나 쿵쿵대던 가슴이 더 쿵쿵댄다.
온김에 심전도나 하고 가자.
이정도는 응급실깜도 아니지만 잘못해서 균들어가면 큰일이잖아요.
파상풍 위험도 있고....
살살걸어 응급실에 가니 아주 샤프하게 생긴 샘이 조근조근 닦아주며
처음엔 겁을 주고 꼬매야 한다고 하고 신경을 다쳤을수도 있다고하더라구요.
난 속으로 픽 웃었지요
심장과 뇌에만 이상없으믄 암시롱도 안혀다.
소독하며 씻는데 보니 1cm 정도 세번째 손꾸락 손톱아래가 찢어졌더라구요.
피는 멎었구요.
파상풍 예방주사도 작년에 맞았는데 항체검사를 한다하더라구요.
안생기는 사람도 있다고...
항체검사에서 안생겼다해서 파상풍 한대맞고
항생제 주사 한대 맞고
심전도 검사하니 아무롱시도 않다고...
항생제 약값까지 무려 85000원 을 두손으로 고이드리고 돌아왔지요.
은범애비 출근시간이 되와서 빨랑 택시타고 왔어요.
샘이 꼬매지 않아도 된다하고,
병원에 안가도 될것 같다하니 것도 감사하지요.
기냥 연고 바르고 반창고 붙이고 물집어넣지 말래요.
조금만 건드리면 아프지만 이만하길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딴사람 안다치고 내가 다쳐서 다행이고....
오늘 뭰가 기분이 이상하더니 이일이 생길라고 그랬나 ~?싶으며 안심도 합니다.
난 아침저녁 옷을 갈아입으며 늘생각합니다.
혹시 응급실이라도 가면 꼬지지한 논네 모습 보이지 말자.
겉옷은 비싼것 못입고 좋은것 못입어도
속옷은 개끗하고 좋은것으로 잘차려 입고 다니자 ~
심전도 검사할때 새벽에 샤워하고 갈아입은
하얗고 깨끗하게 삶아진 내의가 보였습니다.
이러면서 오늘도 다친 손꾸락 감싸가며
이제사 오늘의 빨래를 삶고 있답니다.
에그그그...놀래라!
조심해, 혜진아.
나도 믹서 닦을 때
그럴 뻔 한 적 있긴 했지만...
하여튼 딴 생각하다가
속에 칼날이 있다는 걸 깜빡하고
그럴 수가 있어.
그래도 금방 새살이 돋았으니 다행이지.
고생할 뻔 했다. 휴우, 고마운 새살~^^
고혜진아!
많이 아팠겠다.
그래도 새 살이 돋아 탈나지 않고 다행이다.
누구나 껶을 수 있는 일을 가지고 이리 재미있게..
모두 다 공감가게 쓰다니...
우리 시대 하는 말로 혜진아...욕 봤다
아마 평생 손 조심 할꺼구 빙수기는 더욱 더 조심할 것이구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