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모도에서 나른한 하루를 보내다..

한 낮의 불볕더위를 피해 느지막이 외포리 선착장에 도착했는데 기다리지 않고 저기 떠나 가는 배가 야속하다.

인적 없는 텅 빈 대합실은 적적하고.포구의 갈매기들만이 내 마음을 아는지 반기는 날개짓을 한다.

석포리포구에 다다르자 펜션사장님이 픽업하러 나오셨다.

펜션까지 거리가 짧은것도 아닌데 낯 선 주변풍경을 둘러보던 탓인지 금세 도착했다.

 

단 둘이 이런곳에 와 본지 언제인가?

휴가때마다 항상 식구들과 와글와글 지내는 통에 이런시간을 가져본 적이 아련하다.

.창 밖에는 숲을 건너 아차도,주문도,볼음도의 섬들이 나란히 나란히 줄지어 놓여있어 보는 눈이 시원하다.

 

 

저녁은 모두 이곳에서 재배한 나물과 바닷가 나물들로 차려져 웰빙이 따로 없다.

표고버섯과 상추,곰취나물과 나문재나물,..조기구이와 중하볶음에 청국장이 시원하고 김치고기찜이 입맛을 자극했다

.배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포만감 드는 저녁이었다.

후식으로 보리수열매를 주었는데 빨강열매의 시큼텁텁한 맛이 밥먹은 뒷끝을 깨끗하게 정리해 주었다.

 

이 곳은 침대에 누워 지는 노을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바닷물의 속삭임을 자장가 삼아 꿈을 꾸기에 매우 좋아 보이고,

아무에게도 간섭 받지 않는 나만의 해변에서 산책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철따라 피어 나는 꽃향기가 그윽하고,넓은 공간에 조화롭게 자리잡은 나무들의 속삭임에 취하기 좋은 곳이다.

 

아침에 뻐꾸기의 속삭임에 잠을 깨었다.

사장님 말에 따르면 딱따구리도 뻐꾸기와 함께 아침잠을 깨운다는데 둔해선지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

산책을 하던 바닷가 계단에서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연상케 하는 자그맣고 멋진 문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제롬과 알리사를 안타까워 하던 그 옛날 풋풋한 청춘의 한때와 같은 아가페적인 사랑을 그리며 추억을 되찾아 볼 수 있겠다.

 

낮에는 보문사엘 들렸는데 날이 너무 뜨거워 경내만 들러 보고

산꼭대기에 있는 마애석불좌상은 나중에 다시 오기로 하고 돌아 왔는데 제대로 들러 보지 않아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모처럼 정말 한가하게 편안한 시간을 보낸 석모도의 하루였다.

 

 

석모도의 저녁노을이 그리 좋다는데 날이흐려 못봐서 아쉬웠다. 볼기회가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