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갑자기 창문이 안개가 낀 듯 뽀얗더니
후두둑 후두둑 빗줄기가 창문을 때린다.
오늘 예보대로 정말로 비가 오시나?
밖을 내다보니 거리는 벌써 젖어있다.
언제부터 왔을까?
두달만인가? 

긴 가뭄 끝에 단비가 마냥 고맙다.
우리나라 기상청이 생긴 이래 104년만의 가뭄에 대지가 쩍쩍 갈라지고 목이 타

인터넷에서는 기우제를 지내야 한다, 종일 비에 관한 음악만 틀자등 온갖 아이디어가 올랐는데

이제라도 비가 오시니 절로 기쁨이 솟는다. 

 

비를 유난히 좋아하는 나.
예전엔 오늘처럼 비가 오면 무작정 비옷을 걸쳐입고 거리로 나섰다.
낯익은 다방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비오는 거리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세고 있으면
마음이 통했던지 어김없이 나를 찾아주던 친구들.......
몸 속 2%의 수분이 모자라서일까
화창한 날이면 시들시들하다가
비가 오면 고기가 물을 만난듯 온몸은 초록으로 싱싱해진다.

 

그런 날
한 남자를 만났다.
우산이 없는 나를 위해 우산을 씌워주며 그의 손이 파르르 떨었다.
순간 그의 눈과 내 눈이 허공에서 잠시 엉켰다 황급히 떨어졌다.
그가 내 손을 꽉 잡고 놓지를 않는다.
가슴이 막 뛰었다.
그 날 이후 우리의 운명은 시작되었다.

오랜만의 단비때문일까?

그 날 그 순간의 설레임이 다시 그립다.

그리고 그 사람이  비와 함께 오늘밤  나를 찾아올 것만 같다. 

 

비 오는 날엔

당신이 올 것만 같아

마음 설렙니다.

 

내리는 빗속을

까만 우산을 황급히 받쳐주며

손과 손이 허공에서 잠시 스쳤을 때

 

 

세상이 온통 빗속에 묻혀 고요한데

홍련이 빗속에 파르르 흔들리듯이

당신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습니다.

 

그 날,

그 떨림이 갑작스러워 고개 숙이고 
떨어지는 빗방울만 세고 있었지요.

 

벼락치듯 내리 쏟는 빗방울은

아프게 아프게

내 마음을 때리며 쏟아집니다.

 

그 당시엔 이런 낙서를 노우트에 채우며 긴 밤을 새운 적도 있건만

다시 마음을 추스리며 내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산굽이를 돌아가는 기차의 긴 기적소리는

이제는 결코 오지않을 내 꿈만 같아

소리없이 눈물이 납니다.

 

평행선으로 쭉 뻗은 철길을 바라보면

엇갈린 인연이 생각이 나서

소리없이 눈물이 납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기대는

허상이었나요?

꿈이었나요?

 

?오랜만에 듣는 빗소리때문에 잊혀졌던 옛일들이 생각이 나고

하늘에서 오는 빗소리는 나를 다시 감상에 젖게한다.

비 오는 소리가 너무 좋다.

한 석달 열흘쯤 들어도 좋을 빗소리가

오랜만에 메마른 대지를 촉촉히 적시듯 내 마음도 적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