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cha Maisky plays Bach Cello Suite No.1 in G (full) 

 

1. Prelude - 0:00
2. Allermande - 2:45
3. Courante - 7:09
4. Sarabande - 9:47
5. Menuet I / II - 13:41
6. Gigue - 17:38

Unitel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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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밤이 낮이고

낮이 밤인 때가 있다.

 

이번 출장여행은

짐을 싸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집 떠나기전 집정리를 한다고 하루종일 딴청을 했다.

아마도 해마다  일하러 가는 지역이라 이제는 흥미가 줄어 드는가....

 

이리저리 미루다 떠나기 전날  자정서부터

새벽 5시가 넘어   이것저것 서류도 인쇄하고 짐싸는 것을 마쳤다.

딱 45분 동안 알람을 켜놓고 침대에 누워 온몸을 편히 하고 잠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경보종을 눌르고 내쳐 잤다.

 

갑짜기 눈을 뜨니 7시 28분

어쩌나?

기차시간이 8시 2분 직행을 타야하는데...

세모단장이고 뭐고  심장이 막 뛰기 시작한다.

 

콜택시를 불러 역으로 향했다.

기차표를 사니 8시...

 

플랫홈에 올라서니 이미 기차는 떠나고 없었다.

 

다행히 다음 완행기차가 곧 온다는 역원의 안내에 안도하고  좀기다리다

다음에 당도한 기차안으로 올라갔다.

train1.JPG

 

짐가방이 무거워 짐칸에 올리는데 어려워 쩔쩔 매는데,

역원의 도움으로 예약기차칸을 찾은

한 맹인남자가  나를 도와 주워  짐가방을 올려놓았다.

손으로 난간을 더듬고 벽을 더듬어

공간을 정확히 잡는 모습이 나의 신경을 집중시키게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경이감이 들 정도이다.

 

나는 그의 옆자리에 앉아서 숙연해 졌다.

기차가 떠나 주위의 경치가 움직이며 파노라마를 펼치는데

도저히 사진 찍기가 주저 되었다.

 

앞을 못보는 이이는 어떤 세상을 상상할까 .... 라는 생각에 스스로 몰두 해본다.

식당칸에 가서 음료라도 마실까 하다 그만 둔다..

갑짜기 내가 볼 수있어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것이 그에게 미안한 맘이 드는 것이다.

 

두시간쯤 후에 그가 내리기 까지

나는 그저 눈으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전경을 영상보듯 보았다.

 

 

그:아니 왜 이 노선으로 슬로베니아를 가십니까?

    그라츠 쪽으로 가면 바로 직행인데요....

 

나: 그 기차를 놓쳐서 할 수없이 돌아 갑니다.

     그런데 어느 면으로는 더 좋은데요..

     오스트리아를 더 많이 보면서

     국내전화도 하고, 인터넷도 맘 대로 보고...

 

얘기를 하다보니,

그가 맹인 이라는 생각이 전혀 안들어

보통 사람처럼 대화를 했는데...

아니 이사람은 맹인 인데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와 인근나라 지도에 훤하네?...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가 내린 다음,

 

나름대로 멋을 낸 나이든 여인네가 바로 내 앞자리에 앉았다.

내가 갈아타야할 Villach행선지가 같다.

 

그곳에서 다음 기차로 갈아타는데

6분밖에 시간이 없다니까

걱정하지 말란다. 승강기가 있어서 편하단다.

차타고 가는 동안 그여인은 시종 잡지를 본다.

나보다 눈이 건강한 것 같다.

나는 움직이는 차안에서 글씨 보기가 어려워진 것이 벌써 한참되었다.

 

train2.JPG

 

어젯밤 잠을 못자서 그런지

자꾸 눈이 잠긴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한 젊은 여인이 입구가에 앉아 있다.

배낭에 간편한 차림이 상쾌해 보인다.

 

이제 다음역까지 10여분 남았으나,

다음 기차를 놓칠까봐 조바심이 나기 시작한다.

 

젊은 여인의 도움으로 짐가방을 내려 놓고

기차 복도로 나섰다.

 

젊은 여인이 사진을 찍어줄까요? 묻는다..

카메라를 건네주니

멀리 가 서있으란다.

그대로 따르고나서 카메라를 건네 받고

화면을 보니 그런데로 괜찮다.

 

그런데, 나의 웃고 있는 모습이

꼭 맹인이

지나는 모습이 보인다는 듯이

웃는 모습같다.

 

train3.JPG

 

내가 나도 모르게 머리를 갸우뚱하니,

젊은 여인이 변명하듯 말한다.

" 당신의 회색빛 옷이 기차의 회색빛하고 어울려서 찍고 싶었어요....

 

아~~ 정말 나는 이 순간 맹인이 된 기분이다.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을 못보고

자기주위를 못보는  것 처럼.....

 

 

 

기차는 영원히 달릴 듯이 달리고 있다.

이제 몇분이면 역에 도착해야 하는데도....

 

(2012년 6월 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