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하여 창문을 여니, 

달님이 환하게 웃으며 날 반긴다.

보름인가 보다.

 

달빛에 홀려 서둘러 겉옷 하나 걸치고 무작정 나서는데, 샤워하고 나오던 녀석이 묻는다.
   "엄니, 어디 가셔요?"
   "공원에~."
   "이 밤에요? 같이 나가지요?"
밉지 않은 소리에 피식 웃으며, '금방 오마'하고 혼자 나선다.

 

늘 가던 어두운 성공회 길을 피해 가로등이 환한 홍예문 옆 층계를 오른다.

달빛에 홀려 나왔는데 인조 달님들이 대낮처럼 밝다.

달님은 저 가로등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한참을 걷다 하늘을 보니 달님도 별님 하나 없이 홀로 날 따라온다.

달님도 외로운가 보다.

 

어린이날인데 애들은 재워놓고 어른들만 북적인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가는데 나만 청승을 떠는 거 같아
운동하는 척, 손바닥을 앞으로 뒤로 촌스럽게 치면서 걷는다. ㅋㅋ 왕 소심녀.

 
 답답한 가슴이 달빛 때문인지 시원한 바람 때문인지 좀 시원해진 듯하다.

그만 내려가야겠다.


  "엄니, 한참 찾았네요."
  "피곤한데 넌 왜 또 나왔어?"
  "내일 일요일인데요. 뭘"

 

녀석이 어깨를 살짝 감싸는데 아~ 갑자기 달빛이 더 환하게 느껴진다.
컴컴한 길을 가도 무섭지가 않다.
단지 아들 녀석 하나 곁에 있을 뿐인데... 으쓱으쓱 ㅋㅋㅋ

 

녀석, 이렇게 에미를 감동시키는 녀석이 왜 여자 친구 하나 못 만들고 늙어가는지. ㅉㅉ


녀석의 신사도에 속 없는 에미는 혼잣말을 한다.

  "못난 자식은 내 자식이라고? 그려, 못난 이 에미는 지금 이 순간 네가 내 자식이라 행복하다."

 

 

 여전히 달님은 우리 모자의 별 볼 일 없는 대화를 엿들으며 소리 없이 따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