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부시도록 좋은 날이다.

이렇게 좋은 날을 우리 주인 아줌마가 놓치실리가 없다.

 

아줌마는 삶아 빤 빨래를 탁탁 털어서,  내 팔에 집게로 꼭꼭 찝어 놓으신다.

 '아야 아야'  하면서도 폭폭 삶은 빨래 냄새가 좋아 나는 코를 벌름댄다.

내 팔에 빼곡하게 빨래가 걸리자, 옆 친구 팔에도 정성스레 주름을 펴서 걸어 놓으신다.

 

 친구가 찡그리며 말한다.

  "넌 팔 안 아프니?  아이, 짜증나. 이 아줌마는 왜 무거운 옷은 죄다 나한테만 준다니?"

 낡은 속옷이랑 수건들을 입고 있는 나를 보며 친구는 툴툴댄다.

 

  "힘들겠구나. 그렇지만,  난 네가 입은하늘 닮은 고운 불라우스도 예쁘고,

꽃무늬 치마도 사랑스러운데?  멋쟁이 아저씨 줄무늬 상의도 아주 근사해."

 

 친구가 쑥 나온 입을 얼른 드려 밀고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나 정말 예쁘니?"

   "그렇고말고, 난 네가 아주 부러운걸?"

 

 친구는 내게 걸쳐진 낡은 수건을 보며 말한다.

    "근데 이 아줌마는 걸레로나 쓸 낡은 수건들을 왜 자꾸 수건으로 쓴다니?

 섬유유연제도 안 쓰는 걸 보면 아주 짠돌인가 봐."

    "아냐, 아줌마는 햇빛에 바싹 말린 깔깔한 수건을 아주 좋아하신대."

    "참 생긴대로 촌스런 아줌마구나.  보드라운 게 좋지, 왜 까칠까칠한게 좋다니?

  그래서 이집 아줌마도 아저씨도 피부가 엉망인가봐. 그치? "

 

 나는 아줌마가 들을까봐 가슴이 콩닥거리는데

 아줌마는 종알대는 우리들의 얘기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나부끼는 하얀 수건만 한참 쳐다보다가 말씀하신다.

   "내 마음도 저 빨래줄에 널어 말렸으면..... . 저 찬란한 햇볕에.... ."

 

 그때 살며시 다가온 봄마람이 아줌마 머리 카락을 쓰다듬으며 소곤댄다.

   "아줌마, 어제 고해소에 갔다 오셨는데도 마음이 꿉꿉하세요?"

   "그러게나 말예요. ㅎㅎ"

 

  "착한 바람님, 빨래 떨어지지 않게 살살 흔들어주세요.

글쎄, 어제는 심술쟁이 바람이 어찌나 세게 흔들어 댔는지,

우리 아들 옷을 내동댕이치고 달아나는 바람에 또 빨았지 뭐예요."

  "알았어요 아줌마, 저는요, 빨래가 잘 마르게 살랑살랑 흔들어 주고 갈게요.

근데 아줌마 댁은 매일 빨래가 많네요."

  "글쎄 말예요. 식구 셋에 뭔 빨래가 이렇게 많은지 빨랫줄한테 늘 미안해 죽겠어요.

얼른 말라야 좀 가벼워질 텐데 말예요."

 

아줌마는 바지랑대를 들어 받쳐주며 투덜대던 내 친구의 힘을 덜어주신다.

툴툴대던 내 친구가 미안한지 혀를 쏙 내민다. ㅎㅎ

 

아줌마는 봄볕에 얼굴이 발갛게 되도록 봄바람님과 얘기하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모르신다.

이제 보니 아줌마도 은근히 수다쟁이다. ㅎㅎ

 

아줌마가 좋아하시는 예쁜 꽃치마가 아까보다 더 나풀거리는 걸 보니 이제 다 말랐나보다.

아줌마는 아마 내일 모임에 저 예쁜 치마를 입고 가시겠지?

 

툴툴거리던 옆 친구도 어깨가 가벼워졌는지

아까부터 꾸벅꾸벅 오수를 즐기고 있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