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페이퍼 꼴라쥐...
김혜경 김혜원 자매가 함께 하는 2인 초대전이 흥미롭다.
동생 혜원이가 미대를 나왔음에도 거의 작품활동을 안 하는 것을 늘 안타까와하던 언니.....

그러한  언니의 채근때문이었는지 작년부터 한 두점을 그려 언니에게 보이니 "재미있다"라고 생각한 언니가

동생을 격려하기 위해 합동전시회를 기획을 하고 드디어 오늘 문을 연 것이다.
그리고 이왕지사 5월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생전에 음악을 좋아하신 어머님을 위해 음악을 들려드리면 더 좋아라하지 않으실까 해서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하는 마음으로 작은음악회도 마련하게 되었으니
음악과 미술과 사진 전시회가 그렇게 동시에 열리게 된 셈이다.

 

2012년 4월 29일
지성소아과로 향하며
이 찬란한 봄날을 우리 생전에 몇번이나 더 만날 수 있으려나 생각하니
올 봄이 더욱 더 소중하고 안타깝다.

내가 다니던 창영초등학교!
아직도 가난의 냄새가 배어있는 오랜만에 찾아온 금곡동 골목골목엔

집집마다 그릇이랑 함지랑 내어놓고 그 속에 예쁜 꽃들을 심어서는 어두운 고샅길을 봄으로 치장하고 있다.
우리 어린시절 골목에서 정신없이 놀다보면 어디선가 고등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엄마가 소리쳐 부르는 소리에 할 수 없이 엄마손에 이끌려 들어가던 시절이 고스란이 배어있는 이 골목들을 지나 문화반점에서 점심을 먹고 지성소아과에 들어섰다.

 

우리가 아프면 다니던 무서운 이 병원에서 이런 문화공간이 열린다니 참으로 세월이 무상하다.
어쩌면 오늘의 이런 행사가 있을 것임을 그 옛날부터 원장님은 알고 계시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왜냐하면 카메라가 정말 귀하던 그 시절,

우리가 다니던 창영초등학교에서는 행사 중,  사진이라도 찍을라치면 얼른 지성소아과로 달려가 빌리곤 했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갖고있던 유일한 집이 그곳이므로...
그러던 어느날 이문열의 책을 읽다가 인천 지성소아과가 등장해 깜짝 놀란 기억이 새롭다.

이북에서 피난와 인천에서 병원을 하며 피난민들을 도와주던 원장님의 추억을 담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병원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웃음소리가 1층까지 들린다.

올라가니 아담한 전시장은 꽃으로 둘러쌓여 있고  생소한 이들을 위해 사진과 꼴라쥐에 대한 설명서가 친절하게 기다리고있다.

김혜경 선배님의 사진은 그동안 죽 보아왔기에 생소하지가 않은데

꼴라쥐가 낯설다.

꼴라쥐란 일종의 프린팅기법으로 종이를  여러개 겹쳐 형상을 만드는 것이란다.

 

한번 휘 둘러보고

웃음소리를 따라 4층으로 오른다.

미국에서 온 김춘자 선배님은 우리 7기랑  1시에 만나 점심을 먹고 회포를 풀었는데

벌써 이곳에서도 어느새 좌중을 휘어잡고 있다.

오늘만 해도 창영교회에서 강순옥 선생님의 팔순기념예배에 우리 7기들과 함께 했고

과로에 지친 남편을 송도에 모셔다놓고 다시 문화반점으로 와서 우리를 만났는데

그동안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는지 목소리가 잘나오지를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에너지가 폭발을 하고있다.

웃음을 몰고 다니는 선배님이다.

특히 이번 여행길에 총동창회에 줄 선물을 미주동창회 대표로 들고 오셔서 이미자 총동창회장님께 전달을 했다. 

 

미화로 1000불의 증정식에 이어

총동창회장님의 인사말과 김춘자선배님의 감사말이 이어지고

오늘의 주인공인 3기의 김혜경님께 축하의 꽃다발이 전해졌다.

그리고 오늘의 작은음악회를 준비한 5기의 유명옥님과 12기의 김혜숙의 소개가 있었다. 

더 더군다나 작은 감동은 강순옥 선생님의 팔순을 축하드리며

이미자 총동창회장님을 비롯 김춘자선배님과 예쁜 후배들이 선생님의 만수무강을 빌며 큰 절을 올린 일이다.

"선생님! 만수무강하십시오"

 

드디어 유명옥님의 피아노 독주로 작은 음악회가 시작이다.

다들 편하게 앉아 멘델스죤에 빠져 상념에 젖는다.

김혜숙님이 편곡한 "봄날은 간다"의 피아노 소리에 정말 짧은 봄날이 가고있다.

김혜숙님의 따님인 한유정양이  들려주는 베토벤의 스프링 소나타와 로망스도  먼 추억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12기의 김연옥님과 3기의 고형옥님이 단아하게 불러주던 훌륫 소리는 지금도 귓가에 어른거린다.

드디어 함께 노래 부르기 시간...

2기의 최희순 선배님의 반주에 맞추어

7기의 유순애님이 오늘을 위해 준비해 온 악보에 따라 아름다운 화음이 물결친다.

역시 유정희 선생님께 코오롱붕겐부터 기본을 착실히 익힌 실력들이 여지없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노래를 하자면 언제 끝이 날지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돌린다.

삼삼오오 또다시 뒤풀이 장소로 이동을 하는 얼굴들이 환하게 빛나고 있다.

 

오늘 나는 미국에서 오랜만에 인천에 온 5기의 이수인 선배님과 옛날을 더듬으며

신포동시장에서 민어회에 매운탕으로 개운하게 입맛을 다시고 신포동을 천천히 걸었다. 

길게 줄을 선 닭강정집도 지나고

화덕에서 구워 파는  공갈빵 집앞에 줄을 서기도 하고

중국신발 가게에서 2기의 김은희 선배님은 무조건 맘에 드는지 예쁜신발도 사고

골목에 죽 늘어선 구루마패션을 이것저것 걸쳐보며 깔깔대고.

아직도 적당히 촌스럽고 깔끔하지는 않아도

언제나 찾아도 편안하고 정이 넘치는 우리들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 인천 .

신포동!

그 이름만 들어도 그리운 그 거리를 무작정 헤메고 다녔다.

 

오늘 하루

김혜경 김혜원 2인 초대전 때문에

아름다운 봄날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이 오래도록 우리들 가슴에 남아 인생의 한페이지가 속절없이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