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전에 북한산에 오르고, 일요일엔 오전에 집 근처를 걷기로 했다.

그 동안 웬만큼 걸었는데도 갈 때마다 우연히 좋은 길을 또 알게 되고, 예쁜 동네를 만나기도 한다.

저번 주 일요일에는 다섯 시 반에 잠이 깼는데 다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인왕산에 올랐다.

내려오는 길에 안 오던 샛길로 빠졌는데 와우~ 너무나 예쁜 산동네를 보게 되었다.

우리 어린 시절 동네 같은 좁은 골목길과 낮은 담벼락, 조그만 둔덕, 소박한 돌담장 이런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동네였다.

또 개발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으로 뒤돌아 보며 뒤돌아 보며 내려왔다.

 

부암동 백사실은 이제 너무 많이 알려져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는 곳이 되었지만

몇 군데 손을 본 곳만 빼면 그래도 여전히 제 모습을 갖고 있다.

나무마다 몽오리가 맺혀 있고 잎들은 그 고운 연녹색 손가락을 조금씩 펴고 있다.

다음 주에는 꽃이 필 것 같다.

한동안 백사실 근처를 맴돌 것 같다.

 

오늘은 백사실로 해서 인왕산으로 천천히 걸었다.

부암동에 사는 분이 함께 걸었는데 보아야 할 것들과 걸어야 할 곳들을 아주 차분하게 잘 가르쳐 주었다.

좋은 산책이었다.

 

친구들과 걷고 싶었다.

 

(좀 고칠게)

환기 미술관 아트 프로젝트의 하나인데 박대성이라는 작가의 작품은 담벼락 윗부분에 주황색 흙벽돌처럼 올린 거 있지?

동네의 부분적으로 무너진 담이나 무너진 곳 같은 부분을 저렇게 흙으로 마무리를 했네.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있는 돌 부서진 부분에도 저렇게 만들어 놓았더라.

그리고 저 파이프 작품은 손한샘이란 작가의 작품이래.

관람객이 PVC 파이프 구조에서 발생되는 소리통의 기능을 이용하여 직접 손을 통해 체험하고 자기만의 소리를 만드는 기회를 갖는다네.

밑의 구불거리는 거 모두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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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품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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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사철나무 아래 아직은 민 가지인 담쟁이 덩쿨이 조그만 나무 창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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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다 힘들면 쉬려고 그랬을까 밭 가운데 탁자가 재밌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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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것도 부암동 아트 프로젝트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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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니어쳐 설악산이라고 말하는 인왕산 산책 코스의 출렁다리. 있을 건 다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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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의 그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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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의 그림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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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가헌이라는 사진 전시를 전문으로 하는 집 옆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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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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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전시 작품을 본다. 어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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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사진일까 아님 손주의 사진일까.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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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함께 걸었던 분 중의 한 분이 말했다.

이분은 72세다.

난 이런 사진 좋지 않아요.

엄마가 이런 사진 좋아할 것 같아요?

난 웬지 이분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작가의 마음도 알 것 같았다.

이 사진의 엄마의 마음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뻐근했다.

 

 

오늘 젤로 좋았던 것은 환기미술관 앞에 있는 매화였다.

기막히게 아름다웠으나 사진으로는 이렇게 밖에 옮기지 못하겠다. 괜히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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