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4일 토요일 정오

아침부터 불어오는 강풍에 옷깃을 여미며 집을 나선다.

우수 경칩 다 지났겄만

윤삼월이 끼어서인지 꽃망울도 봄소식을 주지를 않고 봄은 도대체 어디쯤에서 서성대고 있는 것일까?

서울에 도착할 무렵엔 눈발도 내린다.

그래도 오늘은 19살 봄처녀처럼 마냥 설렌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얼굴을 대하게 되는 카다다에서 온 정인선이.....

42년만인가?

 

신도림, 테그노마크 10층 따로샤부샤부 집에 도착을 하니 벌써 다들 도착해 담소를 즐기고 있다.

한눈에 확 들어오는 얼굴들

그 속에 인선이도 있고 카나다에서 먼저 왔다는 임순자도 보인다.

"어머나, 어머나 똑 같다. 똑같애.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

인삿말은 한결같다.

"너는 왜 주름도 없니? 여전히 하얗고..."

부러움인지 시새움인지 아부성 발언들이 오가며 서로를 위로하며 웃는다.

 

인선이가 왔다고

오랜만에 많은 친구들이 모였다.

생전 처음으로 동창회에 나왔다는 박경화는 자기는 손주바보인 국제파출부 노릇을 하고 지낸다며 근황을 소개한다.

카나다에서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왔다는 임순자는 어머니가 이제는 고향에서 살고싶어하셔서 굳이 모시고 온 고국행이라고 하고.

다들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식사랑이 지극한 우리 친구들이다.

저번 모임 때와는 달리 얼굴이 더욱 좋아진 최재화는 최근 새로 복용하고 있는 약의 부작용으로 붓기가 빠지지 않고

얼굴이 살이 찐 것처럼 보인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좋기만 한지 신나게 셔터를 눌러댄다. 

얼마전에 사랑하는 친정 아버님을 잃은 지명제와 김영수도 조금 야윈 모습으로 처음  나와 주었으니 고맙기 그지없고

명제는 엽엽하게 빈가방을 챙겨 와 인선이에게 건넨다.

그만큼의 가방이 필요할 줄을 어찌 알았을까?

왜 그동안 뜸했냐는 핀잔에 유순애는 꼭 이 자리에서 밝히고 싶다며 자기는 급한 일 아니면 꼭 나오는 사람이라고 강조를 한다.

오늘도 10시 30분에 IICC모임에 참석을 하고 서둘러 온 길이라고

역시 커리어우먼은 다르다. 

6월에 아들을 결혼시킨다고 기쁜 소식을 갖고온 남완우는 그동안 인천에서 강남으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바빴다고.

그리고 아쉬운 소리를 하면 만사를 재치고 나와주는 의리의 이승자도 며칠 전에 예쁜 손녀를 보았다고 싱글벙글이다.

윤승숙과 김영자는 언제나 회장단의 부족함을 알아서 처리해주는 우리 인일 7기의 얼굴로,

오늘도 예약부터 간식까지 알뜰히 챙겨준 든든한 살림꾼임을 모르는 친구들이 있을까?

후덕한 총동창회의 부회장인 손금자도 언제나 이 친구들이 있어 안심하고 일을 하고 있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아름다운 친구들이다.

 

실은 요즈음 제일 신이 난 친구는 해남에서 인선이를 보려고 남편과 함께 6시간을 달려온 이정수이다.

선물로 전복까지 갖고 왔다하니 인선이가 미안해 쩔쩔맨다.

정수는 이태리에서 공부중인 따님 양지가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 맞추어 열리는 평화콘서트에 초청을 받아 정상들 앞에 서서 실력을 발휘하게 되었다니 더 이상 기쁜 일이 있을까?

월요일 용산참전기념관에서 열리는 평화콘서트에는 많은 친구들이 5시에 참석하기로 했다. 

조수미를 능가하는 소프라노라니 모두들 기대가 크고

양지의 앞날에 햇살이 가득하기를 기도한다.

 

또 한 친구

인숙이 수녀님

우연히 열흘간의 피정을  전주에서 끝내고 올라오는 길에 연락을 준 인숙이에게

인선이가 왔다며 나오라고 했더니 도저히 시간이 안 될 것 같다 했으나

당일 어느 신자분이 운전을 해 준다며 들뜬 목소리로 잠깐 들르겠노라고 하며 인숙이가 나타났으니

인선이게는 최고의 깜짝선물이 아니었을까?

수녀님이 직접 번역한 책과 말씀집등 선물을 잔뜩 안고 온 수녀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우리와 다르게 해맑은 모습을 보고

순애는 우리도 "수녀님처럼 웃고 살자" 해서 다들 공감을 했지.

 

이 모든 소식과 즐거움이

오늘 인선이와의 만남으로써 이루어졌으니

인선이에게 무슨 말로 고마움을 전할까?

9년만에 나와 몇시간 잠깐 얼굴을 보고 월요일 아침에 서둘러 떠나는 정많은 인선아!

정말로 정만을 남겨두고 홀연히 가버리는구나. 

잘 가고

오늘의 만남을  기억하고  앞으로는 2년에 한번씩 나오지 않을래.

 

우리

앞으로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