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매사추세츠大 연구진 실험, 빛으로 '평면 겔' 휘는 정도 조절… 물에 넣으면 팽창해 입체 구현

가지 끝에 매달린 작은 새순에서 꽃잎이 활짝 피어나는 모습은 언제 봐도 경이롭다. 과학자들은 꽃잎이 모양을 잡는 원리를 모방해 2차원 평면 물질을 3차원 구조로 쉽게 접는 방법을 개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대의 라이언 헤이워드(Hayward) 교수와 김정욱 박사 연구진은 '사이언스' 최신호에 평면 형태의 겔(gel)에 부분적으로 빛을 쪼여 3차원 구조를 손쉽게 만드는 방법을 발표했다. 겔은 묵이나 두부·젤라틴처럼 용액 속에 입자들이 들어가 고체나 반(半)고체 상태로 굳어진 물질이다.

꽃이나 잎이 3차원 구조를 갖는 것은 세포들이 각 부분에 따라 달리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한쪽의 세포는 성장하는데, 다른 쪽은 성장하지 않으면 성장하는 세포 쪽으로 꽃잎이 휘어진다. 연구진이 사용한 겔은 자외선을 받으면 내부 조직이 교차 결합을 해 단단해진다. 겔은 물에 들어가면 부풀어오르지만, 교차 결합이 일어난 부분은 원래 모양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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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구조를 만들기 위해 특정 지역 전체에 빛을 쬐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연구진은 이를 인쇄기법으로 해결했다. 즉, 종이 전체에 잉크를 칠하지 않고 사이사이 빈 공간을 두고 점점이 뿌려도 원하는 그림이나 글씨를 만들 수 있듯, 빛을 군데군데 점 모양으로 쪼였다. 빛을 쬔 점이 크면 나중에 물에 들어가도 휘어지지 않고, 반대로 점이 주변의 점보다 작으면 상대적으로 잘 휘어진다.

연구진은 이 방법으로 연필심 두께 정도의 평면 상태 겔을 구(球)나 원뿔 등 3차원 구조로 만들어냈다. 앞으로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할 때 이 방법을 쓰면 적혈구처럼 3차원 구조를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김정욱 박사는 서울대를 나와 매사추세츠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MIT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다. 공동 저자인 변명환 박사는 항공대를 나와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