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회 | 포토갤러리 | - 게시판담당 : 박화림
내가 젊었을 때, 그 당시 많은 젊은이들이 그랬듯이, 나도 클래식 음악에 빠져있었다.왜 그랬는지 모르나 그냥 듣기만해도 되는데 음악의 작품번호, 음악가들의 태어난 연도, 그들이 활동했던 도시들을 지도로 공부하며 음악 감상실에 앉아 긴 젊은 날의 오후를 보내곤 했었다.
바로 그때 음악을 전공한 한 청년을 소개받았다.
그는 그 당시 학교 음악 선생이였는데, 첫인상이 음악선생이라기 보다는 체육 교사 같은 것이 좀 맘에 걸렸었다.
왜냐하면 그때 나의 결혼 이상형은 성격이 까다로운 깡마른 남자였기 때문이였다.
그렇지만 그 며칠전 선배언니네 놀러갔었는데, 그 남편되시는 분이 고향 우정이라는 유행가를 큰소리로 불러제끼는 것을 보며, 그런 문화가 결핍된 사람과 사는 그 언니가 무척 불행한 사람으로 보였었다.
그래도 같은 종류의 음악을 부부가 들으며 사는 것이 이상적이다 싶어서 음악공부를 하러 떠나는 이 청년과 결혼을 했다.
그러나 결혼을 한 뒤로는 둘이 다 일에 파묻혀 음악은 커녕 피곤해서 헤어나지 못하고 지나면서 크리스마스때나 록펠러 센터 트리를 보러 나갔다가 카네기홀 주위를 쓸쓸한 마음으로 둘러보고 오는 것이 고작이였다.
또 혹 같은 음악을 듣는다해도 감상하는 방법도 서로 달랐다. 가령 베토벤의 Spring Sonata를 들으면 나는 봄볓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한 선율에 감동하며 “ 여보!이곡 좋지?” 물으면 “현하는 놈들이 매일 옆에서 긁어대던 곡이네” 하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무슨 말이냐하면
{현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자주 연주하던 곡이다.}
이런 말이다.
그리고 가끔씩 좀 한가해져서 맘에 드는 찬송가를 골라 혼자 불러보고 있노라면 “여봐요. 아니 여기가 세박자인데 왜 한박자 반만 끌고 관두지” 왜 그렇게 박자 개념이 없어? 작곡자가 세박자를 썼을땐 그 의도가 분명히 있는거라구, 자 다시 한번 불러봐.“
라고 소리를 질러서 노래하고 싶은 마음을 싹 가시게 만들기가 일쑤였다.
그런데 내나이 설흔아홉이 되던 해.
남편이 생일선물로 풀룻을 사줬다. 나는 너무 좋아서 시도때도 없이 풀룻을 불었다.
뜻밖에 옆집 살던 미국 아줌마가 이것을 보더니 “제가 쥴리아드에서 풀룻을 전공했어요. 지금은 애들 키우느라 모든 꿈을 접고 있지만요.”
하며 일주일에 한번씩 렛슨도 해주었다.
(참고로 말하면, 이 미국여자는 꿈을 잠시 접고 있다는 자기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얼마후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발탁되어 이사갔다.)
풀룻소리를 맑게 내기란 쉽지가 않았다. 나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했다. 이 풀룻은 아이들이 다 대학으로 떠나고 난 뒤 텅빈 집안의 공간을 메워 주었으며, 마음이 한없이 가라 앉았을 때, 때론 남편과 다투고 난 뒤 속이 있는대로 뒤집혀 있을 때 나의 호흡을 한곳으로 몰아주며 은은한 친구로 늘 내 옆에 있었다.
나는 또 가끔 남편에게 풀룻곡을 한번 작곡해 봐요 내가 불게 하며 졸랐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좀처럼 오선지를 펼치지 않았다.
남편이 몇 달 전 암수술을 받고난 뒤 이제 다 난 줄 알고 남편은 골프도 나가고 나는 나대로 이런저런 계획으로 바빴는데 방사선 치료후 이렇게 힘든 여정이 뒤에 남아 있었구나를 깨닫기 시작했다.
몸무게가 이십 파운드가 빠지고, 수술한 다리의 통증이 시작되어 모든 행동에 제한이 오기 시작했다. 남편은 이제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가는 일 외에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나는 매일 일갔다가 어린 아이를 혼자 집에 두고온 것처럼 불안해하며 급히 페달을 밟아 집으로 달려온다.
대게는 누워있는 것이 다반사인데, 오늘은 일을 갔다가 집에 와보니 뜻밖에 책상에 앉아있었다.
상기된 얼굴로
“여보, 내가 오늘 편곡 한번 해봤어. 불어봐”
공책을 펼치니 오선지 위에 “은혜의 단비” 이렇게 써 있었다. 집에 있다가 심심했는지 교회 음악을 꺼내 편곡을 시작했던 모양이다.
갑자기 음감이 살아났고, 또 오래 앉아있으면 수술한 다리가 다시 아파올까봐 시간에 쫒기듯 서둘러 세 시간만에 편곡을 다 끝냈다고 한다.
남편은 기분이 좋은지 어떻게 부르라고 악보에 표시를 해주며 설명했다.
“자 하나님의 사랑을 조금씩 알아가던 믿음의 초창기를 기억하면서, 처음에는 천천히 시작하라구, 그리고 점점 주님을 알아가면서 받은 그 은혜에 감동하여 그것을 소리로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그런 터질듯한 기쁨을 크라이막스로 몰고 가다가 하나님의 영광이 절정에 달할 때 끝을 내야 하는거야, 알았지? 그럼 불어봐.”
이렇게 연주 주문을 해놓고는 피곤하다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마른풀 같이 시들은 늪에서 깨어나, 쩍쩍 갈라진 메마른 땅을 흠뻑 적시는 소나기처럼 내리는 단비를 맞는 희열을 표현하라는 말이다.
끝도 없는 평지를 지루하게 달려가고 있었던 듯한 어제의 신앙생활에서
이 굴곡이 심할대로 심한 파도를 타는 요즘. 나도 알수 없는 이상한 은혜의 힘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는 나에게 그것을 표현하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주문이 아니였다.
나는 케이스를 열어 풀룻을 꺼내 곡을 불기 시작했다.
남편이 원하는 대로 천.천.히..
이 눈물의 강을 건너는 나에게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은혜의 단비가 내 영혼을 서서히 적셔오고 있었다.
인숙이 언니!
반가운 이름을 보고 달려왔습니다.
저 산학이예요.
여중생이던 저를 기억하시는지요?
가끔 언니의 근황을 후남언니나 경선이 언니를 통해 바람결처럼 듣고는 있었지만
막상 좋은 일이 생겼다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행복이 새싹이 돋듯 이곳저곳에서 쑥쑥 솟아오르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희 난초클럽도
그동안 사느라고 제대로 만나지도 못하고 살다가 얼마전부터 다시 뭉치기 시작했답니다.
어쩌면 한명 한명이 너무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마음만은 소녀시절 그대로였습니다.
얼마나 신기했는지요?
우리 모두
지금도 언니를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한답니다.
분명 만날 날이 있겠지요?
나는 생각 너무 나는데.. 까만테 안경이 어울렸었지.
그래 나이가 먹는 것이 다 나쁜 것만은 아닌것 같아. 말을 않해도 그냥 서로가 이해되는 것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서..
중국의 봄은 어떤 것일까 ?
이 봄에는 모든 생명이 다시 힘차게 피어오르는 봄이 되기를 기도하자
산학아
요즘 여기서는 Godfather 영화가 나온지 40 년되걸 기념한다고 하루종일 그영화를 보여주기도 해.
그영화를 본지가 정말 사십년이 됬나 깜짝 놀랐지만 계산을 해보니 정말 그러네.
맞아, 나는 산학이의 고등학교 모습만 가지고 있지. 그리고 뭔지는 모르나 기분이 흐뭇해지는 추억과 함께..
우리 수녀님과 함께 꼭 만나자.
인숙아,
힘들지?
따스하면 만나자고 해 기다리고 있던 참에...
조금씩 낳아지시고 있겠거니 했는데, 미안해.
"은혜의 단비" 편곡은 어떻게 펼쳐져 있을까?
피아니시모로 시작해서 감격의 환희로 끝난다니까,
우리가 늘 부르는 곡과는 다를 것 같네.
따스한 봄 기운이 부군께도 함께 해서 조금씩 회복하시길
우리 만나서 부군의 편곡 네 후룻에 맞추어 같이 호흡도 맞추면 부군에게 도움이 될거 같네..
그래 덕실이가 어제 전화해서 악보를 보내준다고 하더라.
제가 올간을 하고 네가 노래하고 훌륫 하고 이렇게 하자고
가곡 악보를 어디서 구했대.
곧 만나서 한번 하자.
친구가 가까이 있어 좋으네 ..
인숙아~
남편과 만났을때를 회상하며 쓴 글 나도 그 옛날 추억에 젖게 되는구나.
그동안 병간호하느라 얼마나 맘을 졸였겠니~
그렇게 퓰륫곡을 편곡하신거 보면 점점 좋아지시는 증거네.
"은혜의 단비"라는 제목도 너무 멋지다.
고통 없이는 부활의 영광이 없듯이 잘 이겨내시면 반드시 건강해지실꺼야.
그제는 외도의 남편을 그리는 비문앞에서
암으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는 남편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조혜영을 보며 눈물이 났는데
오늘은 인숙이 글을 읽으며 가슴이 저며오는구나.
들어볼 기회는 없었지만
은혜의 단비는 영혼이 가득 담긴 감동으로 우리를 울릴것 같다.
요즘 주변에 아픈 가족으로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구나,
힘내고 하루빨리 건강 회복하셔서 더 좋은 음악 많이 들을수 있기를 기원할께.
인숙이 바깥분이 작곡 하셨구나.
난 " 은혜의 단비"를 "은혜의 강가로" 로 잠시 착각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성가곡이거든.
다른지만 한 번 올려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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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옥아~
어제 사진 올리고 어깨가 뻐근해서 일찍 잤더니 깨보니 4시도 안됬어.
이 성가곡 너무 좋다.
새벽부터 눈물 찔끔 했다.
인숙아,,,나 솔직히 니가 누군지 선명하게 생각이 잘 안나,,,너 역시 그럴거야,,
그러나 오늘 나는 니 글을 읽으며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소통의 기쁨을 느낀다,
그리구 지금두 자꾸 눈물이 나,,
니가 느끼는 그 감정이 그대루 내게 전달 되오면서,
눈물의 강을 건너는 너에게 주시는 은혜의 단비처럼 이곳 베이징에도 모처럼 봄비가 내리구 있어,
그리구 내게두 지금 이 삭막한 중국 땅 ,,곳곳에서 은혜의 단비를 간구하는 이들에게 무릎을 꿇고 싶구나,
너 시집 정말 잘 갔다 야,,
우리 남편은 음악점수 수우미양가에 가를 받은 인물인데,,박치에 음치에 팅치(들을줄 모르는 ) 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