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못지않게 우리나라도 애견열풍이 대단하지만 중국도 이에 버금가게 개사랑이 한창이다

주택가나 공원등 어딜 가나 크고 작은 개들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사시사철 추운 겨울만 빼곤 공원엔 사람반 개반일 정도로 산책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말티즈나 시츄 정도의 덩치면 그나마 예쁘게 봐주겟지만 티벳견이라고 불리는

일명 사자견이나 송아지만한 시베리안 허스키를 발견하면  그 위용에 움칫할 정도이다

중국에선 개를 키우려면 반드시 등록을 하여 사람처럼 호구 (주민증)가 있어야 한다

호구가 있는 개는 아파트에서도 얼마든지 키울수가 있다

우리 아파트도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반드시 화물용엘리베이터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개와 주인은 비슷하게 생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심한 날 공원  벤치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하다가 얻은 결론이다

불독같이 험상스러운 인상의 주인은 생김새도 우악스럽고 포메리안 같이 좀 화려한 개의 주인은

역시 좀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가 많다

더 재밌는 것은 푸들을 데리고 다니는 여자들은 통계학적으로 머리가 길고 퍼머넨트한 스타일이 많다

특히 밝은 색으로 염색을 한 주인의 개들 역시 염색을 한 경우가 참 많다

이런 상관관계를 터득한 나는 혼자서 낄낄대고 웃을때가 많다

 

개 이야기로 올라가자면 참 할 이야기가 많다

갓 시집을 가서 첫 임신을 한 후 나름대로 한참 태교란 것을 하고 있을때  동료가 줬다며 남편이

느닷없이  하얀 스피츠 한마리를 데리고 왔다

원래 우리 친정은 개를 키워 본 적도 없을 뿐 더러 나 역시 움직이는 짐승을 질색 하던 터인데

막무가내 남편은 자기가 키울테니 가만 있으라고 욱박지르는 것이었다

 

 할수없이 내버려 두긴 햇으나 이 녀석이 꼭 부엌에 들어와 오줌이나 똥을 싸고 도망을 가 버린다

그 당시 부엌바닥은 꼭 물걸레질을 해야 하는 곳인데  약을 올리는 녀석을 더이상 두고 볼수 가 없었다

태교를 하려면 마음을 선하게 갖고 말도 곱게 해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이눔의 개새끼 하며 발길질을

해대곤 곧바로 태교에 악영향을 끼칠가봐 걱정이 되는 것이다,

결국 특단의 조치로 개를 연탄광에 쳐 넣고 나오지 못하게 입구를 막아 버렸다

 

남편만 보면 꼬리가 안보이게 깨방정을 떨던 녀석이 안보이자 늦게 퇴근한 남편이 강아지를

 찾는데  그 때야 가둬 둔 녀석이 생각난 것이다

하루종일 연탄광에 감금된 녀석은 새까만 스피츠로 변종을 한채 구출이 되었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평생에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겟다는 남편의 중대선언이 있었다

내 인격이나 심성이 개를 키우는데 부적격자라는 것이다

곧바로 남편은 가지고 온 집에다 돌려주고 그 후로 부부싸움 때마다 나의 잔인성에 대해

 두고두고 지탄을 받게 되었다

 

어언 20년의 세월이 지난후  지방으로 발령을 받은 남편과 주말부부가 되어서 살던 중

 어느날 남편이 찡이란 종류의 새끼 한마리를 데리고 와서는 애원을 하는 것이엇다

딸애들도  자기들이 키울테니 꼭 허락을 해달라고 간청을 하는 바람에 할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허락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나이도 들고 세월에 지쳐서 그런지 개에 대해 잔악성을 판정받은  나도 여리고

 작은 생명체에 대해 사랑스런 마음이 들기 시작햇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길길이 뛰며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 자식보다  나은것 같앗다

개를 이뻐하는 내모습에 남편은 아주 흐뭇한 얼굴로 그봐 사람보다 낫다구....

개는 배신을 안한다니까,,,봐봐 애들보다 나을테니 용돈을 달래길 하나 , 늦게 들어오길 하나 ,

 말대꾸를 하나, 어휴 이럴줄 알앗으면 개나 많이 키울껄,,,하며 너스레가 끝이 없다

그 당시 남편은, 다 큰 딸들의 귀가시간으로 속을 끓이고 있었을 때였다

 

그 후  한마리를 허락햇더니 어느날  시츄  한마리를 또 데리고 와서 졸지에 두마리가 됏다

이유인 즉슨 집에 아무도 없을 때 한 마리가 쓸쓸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건 좀 과하다 생각하는 중에 ,시집간 딸이 이쁜 강아지를 기르고 싶어 사놓고는 감당이

 안되는지  우리집에다 은근히 풀어 놓고 가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아빠가 개 좋아하는걸 알고 자기들끼리 이미 약속이 되버린 것이다

졸지에 우리집은 개판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개를 이뻐해도 그렇지 세마리가 겅중겅중 대니 깔끔하셨던 우리 친정어머니로 부터

당분간 너의 집은 더러워서 못간다는  경고까지 받고 말았다

그뿐이랴 개에 관해서는 오지랖 넓은 남편이 우리집 개도 모자라서 전국 방방 곳곳의 유기견이

눈에 띄었다 하면 무조건 데리고 와 목욕시키고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주사까지 맞힌 후

어디어디에 전화해서 데려다 주곤 하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무슨 동물구조대인가 하는 곳이라고 한다

그 정성의 반만이라도  나에게 쏟았더라면 지금 상감마마 모시듯 했을텐데,

 

그러던 어느날 유난히 부산하고 주인 말도 잘 안듣는 버르장머리 없는 찡이가 문갑 위에 놓아 둔

타이레놀을 먹고 죽고 말았다

그 당시 남편은 핏발 선 일본의 고등계형사처럼  누가  타이레놀 뚜껑을 열엇는가의 살벌한  조사에

 유력한 용의자 선상에 올라있는 나는  한동안 숨도 못쉬고 살았다

슬픔과 애도속에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엄숙하게 초상을 치루고  결국은 똑같은 종류의

찡이를 한마리 더 입양한 후 사건은 일단락이 되었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우리부부의 싸움때 마다 살생자 라는 남편의 나를 향한 질타가 하나

 더 늘고 말았다

 

드디어 운명의 날은 다가오고 있었다

큰 딸애의 간곡한 요청에 북경으로 떠날 결심이 서자 남편은 개들 때문이라도 절대 갈수가 없으니

혼자 가라고 큰소리를 치곤 나름대로 숨은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개를 따르나 예펜네를 따르나 ,,,

 

예상치도 않은 남편이 20일만에 와서 하는 말이 한끗차이로 예펜네를 따라 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개들과 나의 비중의 차이가 한끗차이로 내가 승리를 했다는 말이다

참 나아 ,,결국은 개보다 한끗 나은 내 존재라니 ,,,

 

앞으로 우리는 다시 강아지를 키우지 않겟다는데 합의를 보았다  

돌이켜 생각하니 아이들이 다 떠나간 허전한 공간에  강아지들이 준 행복이 참으로 고맙고 그립다,

 

PS : 딸애가 맡겼던 강아지는 너무 덩치가 커지는 바람에 마당이 있는 사돈댁으로 이사갔고

      우리가 떠나온 이듬해 새로 입양된 집에서 찡이는 일년을 송이는 6개월을

       더 살고 죽엇다고 전해 들었다  나이로 치면 모두 장수 했으니 호상이라 생각하고 위로를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