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녁엔 아침부터 입춘지낸 봄비가 온다.
지난 주말 인천에서 타올 대리점하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수건을 택배로 받아놨어.
학교 다니면서 이야기도 한번 안해본터라
숙기없고 쭈삣거리기 잘 하는 내가 전화로 첨 얘기한다는 게 조심스러워
" 혹시 거기 김ㅇㅇ씨 계세요? "
" 예. 누구라고 전해드릴까요? "
" 고등학교 친군데 서로 본 적이 없어서 이름을 들어도 모를거예요. 전화하는것도 처음이고. "
'고등학교 친구라는데 첨으로 전화한대요. ' 하는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들리더니
" 김ㅇㅇ씨예요. 나 박찬정인데 잘 모르겠지? "
" 알지. 여기서 우리 동기들 만나면 네 얘기하는데 왜 몰라. 너 일본에서 살던 애 맞지? "
금새 의기투합해서 이런 저런 얘기하다보니
중학교도 같은 중학교 나왔다는것도 알게되고, 내가 그동안 궁금해하던 친구의 소식도 듣게 되었지.
" 내가 거제도 촌동네에 쬐그만 집을 하나 짓고 이사를 했거든.
우리가 여기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가끔 올라와 보는 동네 사람들도 있고,
뜨문 뜨문이지만 이웃이 있어서 인사를 하려고 타올을 준비해놓을까 하는데 보내줄 수 있니? "
달랑 전화 한통화하고 그담날
돈도 보내기 전에 두툼하고 보드라운 수건이 낱개로 포장된 커다란 박스가 택배로 왔어.
수건에 인쇄하는거 싫다했더니 포장상자에다
' 좋은 이웃이 되겠습니다. 최 ㅇㅇ. 박 ㅇㅇ 드림 ' 이라고 예쁘게 박아서.
" 잘 받았어. 수건 참 좋더라. 월요일에 돈 보내줄께 "
" 응. 돈 아무때나 보내. "
" 얘 좀 봐. 날 뭘 믿고. 동창이 좋긴 좋네. "
지금 나가서 송금하고 방앗간에 들러 찰떡 맞춰서
내일은 수건하고 떡 한접시들고 동네 몇집 돌아야겠다.
친구들아
남도에 오거든 지나는 길에 들러
먼거리 여행으로 피로해진 다리를 잠시 쉬어가렴.
찬정아~나도 중학교 동창인지도 몰랐단다.항상 동창회에 관심가져줘서 고마워~ 그대가 날 믿어주니까 나도 선뜻 친근하게 다가설수있었어~도시인은 웬지 고즈넉한 고향의 내음새를 늘그리워하지~ 이런 소식을 들으니까 그곳 거제의 향기가 나는것같아 인천에 산다지만 오히려 너에게 소식을 더 듣는것같구나 ~^^*♥♥♥ 기회가 되면 인천에도 한번 올라오렴~ 고마워 글구 행복해라~
좋은 이웃이 되겠습니다.~~~
너무 좋은 말이다~~
우리 좋은 친구가 되자~~!!
새집으로 이사하는 기분이 어떨까?
축하해~~!!
좋은 꿈 많이 꾸세요~~!!
인옥아~ 미안해 그때 답을 못해줘서 아직은 생각이 없은가벼~ 내 맘대로 안되네....
그리고 찬정이의 고운 마음이 이웃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따뜻한 정이 있다면 이웃간에도 웃음꽃이 피어 날거라 믿어.
인생 반생 살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요즘 80~90세 건강하게 사시는 분들도 주위에 \많이 계시더라.
새집을 짓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출발하는 찬정이에게 좋은일 만 가득하길 바랄게...
어제 오후 동네 할머니 네분이 제각각 두루말이 휴지야, 세제야 들고 우리집엘 올라오신거야.
내가 얼마전 동네노인정에 식사 한번 하시라고 얼마 내놨더니 마음에 빚스러우셨던가.
난 어느집에 사시는 누군지 모르는 그냥 동네 노인들이.
차 한잔씩 드리고는 따듯한 방에서 이야기하며 천천히 놀다 가시라고 하고 난 남편하고 밖에서 일했어.
가실때 케이스에 든 수건 하나씩 드리니까 좋아하시더라.
혜숙아 덕담 고마워. 네 말대로 부부화합, 만사여의, 복덕길상 되도록 해볼께.
인옥아 ! 새집에 이사한 기분? 없어. 그냥 발에 걸리는게 일꺼리일뿐이야.
명주야 ! 고마워. ' 친구니까 싸게 잘해 줄꺼지? ' 뭐 그런 소리 안한걸 참 잘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
왜 그렇잖아. 그만 놀고 공부하려는 참인데 엄마가 ' 공부해라 ' 그러면 김 새는 것 처럼.
총무 맡아서 수고했던 경자
서로 본 적 없어도 그냥 바로 어색함이 없어지더라. 너하고도 그렇겠지.
인옥아 어른들을 챙기긴 뭘 챙겨.
어려서 외할머니가 우리 형제들을 많이 키워주셨어. 막내딸인 우리 엄마가 애를 다섯이나 낳는 바람에.
좀 커서도 외할머니가 우리집에 오시면 깡총 깡총 뛸 정도로 좋아하고 가시지 못하게 붙잡고 매달리고했지.
한번은 신발 감추면 못 가실거라고 우리끼리 공모해서 할머니 고무신을 감춰놓고 학교에 간거야.
근데 학교 갔다가 오니 우리 할머니가 가셨어. 우리 엄마 고무신 신고.
학교갔다 오는 애마다 할머니가 가셨다고 울거나 심술을 냈어.
그러다가 나중엔 우리엄마한테 총채자루로 한대씩 맞았을거야.
요즘의 엄마들은 애들이 그러면 끌어안고 조근조근 얼르고 타이르고 통사정까지 하더구먼
우리때는 괜히 징징거리거나 심통이 나서 퉁퉁증을 내면 한대씩 맞아야 해결됐지.
우리 엄마가 유난히 포악스럽거나 엽기적이어서가 아니라
뉘집이나 고만고만한 애 많은 집은 다 그랬어.
내가 지금도 노인들에게 붙임성있게는 굴고 싫어하지는 않는데 좀 부담스럽다.
우리 시어머니부터도.
자기 부모에게는 효자 자식노릇 못한 사람이 다른 노인들한테는 열심히 봉사다니는 사람들
난 충분히 이해가 돼. 어떤 사람이 그러드라.
할 수 있는 만큼 책임지면 되고 가다갈 수도 뿌리칠 수도 있는 남남간이라선지
임의롭다고 무작정 기대는 부모, '의무'라는 뚜레를 씌워준 천륜 보다
순수한 마음에서 측은지심이 생긴다고.
내가 동네 노인에게 남이 안 하는 선심을 쓴게 아니라
촌은 동네마다 텃세들이 있어. 주로 노인들이지.
우리동네도 외지사람들이 집을 많이 짓는데 공사하면서 중장비 소음이니 길에 흙을 흘렸느니
말이 많고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는데 우리집 지을 땐 아무도 그런 잔소리들 못 했어.
그 동네에 우리 시이모가 사시기 때문에 ' 우리 조카다 ' 그 한마디면 뚝.
우리 시이모 면을 봐서라도 그 동네 노인들하고는 잘 지내야 하는데
벌써 한 할머니는 나한테 찍혔어. 지난 가을 우리한테 말도 안하고 스쩍 우리 목재 갖다가
즈그 늙은 호박 밑을 고여놨던걸 나한테 걸렸거든. 물바가지도 빌려가더니 그만이더라고
그때 내가 암말안했지만 마음속에 가께표 해뒀지.
찬정아, 드디어 이사했구나
나는 이민와서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하는 훼미리 촤일드 캐어(어린이 집)를 시작하였어
고만고만한 아이들 일곱명을 보살피는데 손은 많이 가도 아이들하고 웃는 재미로 살아간다
다운타운으로 출근할 때는 길에 뺏기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제는 마음으로 시간이 널널해진 느낌이야
참, 언젠가 이야기 했지. 남편이 너의 팬이라고... 신혼 초에 우리는 거제도 대우조선 사원아파트에 살았거든.
네 글이 올라온 것도 사실은 남편이 알려주었어
언제고 기회가 되면 거제도 일운면 옥림아파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그곳에 가고싶다
찬정이 너네집도 들러야겠지
금재야 오랫만이야. 집에서 어린이집을 할거라더니 시작했구나.
네가 감당할 만큼만 번창하기 바래.
너희가 살던 옥림아파트를 가끔 지나는데 그때마다 네 생각난다.
그뿐이 아니야. 요즘 아침마다 남편하고 5개월된 세파트 개를 데리고 뒷산으로 산보를 가는데
거기서도 그 아파트 단지를 건너다 본다.
거기서 신혼의 단꿈을 꾸던 너는 천리 먼 곳에 가 있는데 그 아파트는 색이 날아가면 다시 색칠을 해가며
그 바닷가 언덕에 그대로 있다.
여기는 요즘 맨날 꾸무레한 날 아니믄 비야. 많이 오는 비는 아니고 옷이 축축해지는 만큼.
왜 우리가 해가 반짝나길 바라냐하면 지붕위에 태양열 온수기(진공관 유리)를 설치했어.
완공한지 열흘이 넘었는데 그동안 딱 하루만 해가 반짝했어.
개똥도 약에 쓸라고 보면 없다더니만 맨날 쨍쨍 내리쬐는것 같던 햇빛도 써먹으려니 참 인색하게 구네.
우리집은 완전히 우리 남편의 실험용주택이야. 패시브 하우스라나 뭐라나. 철저한 단열 그리고
에너지를 공급받아서(사서) 쓰는 기존 시스템만이 아니라 자연에서(태양, 지열, 지하수) 얻어
에너지로 바꾸어 쓴대. 외국에는 많다는데 한국에는 흔치 않아서 관심을 갖고 견학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고, 맨날 새로운 일을 만들어서 본인은 재밌는지 몰라도 조수노릇하려니 나만 죽어난다.
차세대 에너지라 말하지 않더라도 에너지를 자급자족하고자 궁리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더라.
물론 해가 나지않는 날이나 여의치 못한 날을 대비해 가스, 화목 보일러야 기본으로 다 하지.
남편은 그런 걸 시도해보고 싶어서 일본에서 잘 있는 나를 부득 부득 잡아끌고 여길 왔는가보다
그런건 낭중에 차차 살아가면서 하든지 하고
난 그냥 빨리 별채나 하나 지어서 느그들이나 불러 밤을 패 수다나 떨면 좋겠구마는.
금재야 건강하게 잘 지내라. 너의 서방님한테도 안부.
찬정아!
집들이 하는겨?
얼마전 통화할려구 전화했더니 영 안받더니만
이래저래 바쁜일이 있구먼.
새집으로 이사들어간것 추카 추카
가족 모두 건강하고
부부화합하고
만사여의하고
복덕길상이 가득하시라~
혹시 핸펀 번호 바뀐건지도 모르니까
내 핸폰으로 네 번호 문자로 보내줄려?
011-8900-2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