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일요일 저녁!

5시50분! 신문에서 ‘EBS 세계태마기행종합방송’을 확인하고

하루 종일 계속 시계를 쳐다본다.

드디어 5시50분 방송이 시작 되었다.

내가 이렇게 애타게 이 시간을 기다린 이유는

중고등학교 때 보고, 보지 못한 친구가 보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다녀온 윈난성을

그 친구(신화학자)는 또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며

4번에 걸친 방송을 하였을까 궁금해서다.

 

-광활한 중국 대륙을 구성하는 56개 소수민족 중

25개의 민족이 윈난성에서 다양한 문화를 향유하며

소박한 삶을 일구고 있다는 신비의 땅!

우리를 황홀케 했던 그 곳의 기억을 떠올리며 바라본다.

 

1부 ‘대지의 예술’에서는

중국 최대의 계단식 논밭이 있는 위안양을 찾아간다.

하니족이 1300여년에 걸쳐 만들었다는 다랑논을

얼마나 아름답게 찍어냈는지 숨이 막힐 정도다.

티벳 부터 삶의 장소를 찾아 나선 이들이 만들어낸

끝없는 계단식 논밭은 장관을 이루지만

그 속에 그들의 애환이 함께하기에 더 가슴이 먹먹해진다.

친구는 푹푹 빠지는 논에 들어가 일도 거들고 대화도 나누며

따뜻한 시선으로 안내하고 있다.

 

2부 ‘순례자의 길’에서는 윈난성 최고봉 매리설산을 찾는다.

티벳인의 성지로 불리는 매리설산은

해마다 수많은 티벳인이 순례한다고 한다.

한겨울 눈 속에 자리하고 있는 영산엘 가족이 함께 가는데

한 시간 남긴 곳에서 눈폭풍을 만나자

기다리지 않고 선선히 발길을 돌리는 그 들이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자연에 겸손하게 순응하며 사는 모습이 다른 감동을 주기도 했다.

 

3부 ‘마방의 옛길, 호도협’에서는 차마고도의 흔적을 따라간다.

길이 5000㎞, 평균 해발고도가 4000m인 차마고도는 8개 노선으로 나뉜다.

중요한 무역로였던 그곳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지만

그 후예들은 관광객을 실어 나르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

친구는 옛길을 따라 역사의 향취는 물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신화를 들려주며

순수의 문화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4부 ‘고성의 향기’에서는 차마고도의 주요 거점지 다리와

샤시구진의 옛 마을들을 소개한다.

우리가 리장의 거리를 거닐 때 어둠이 내리자

환상의 세계로 변했던 그 곳을 친구도 보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감사하게 된다.

 

ㅅㅈ야, 너를 방송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참 행복했어.

그리고 그 곳의 신화와 역사, 현재의 삶의 모습들을 안내해 주는 모습을 보며

너의 내공이 느껴지며 자랑스러웠어. 보고 싶다. 너의 순수와 열정이 아름답다.

 

친구들아, 난 방송 보는 내내

그 곳 중 몇 곳을 너희들과 함께 여행 할 수 있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이었나 생각했다.

힘든 과정 속에서도 함께 하기위해 애쓴 친구들! 고맙다.

그런데 우리 또 언제 가나?

부탁해요! 사랑해요! 그리고 더 많은 친구들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