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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날 낮 두시쯤, 교회를 다녀 오는 길이었다.

보스톤 심포니 건물을 지날 때 보니 POPS 라고 써있고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고 있었다.

와~ 이시간에도 공연이 있네... 나도 가기 전에 한번 가 봤으면 참 좋겠다....

 

이 생각을 한지 만 26시간 만에 나도 바로 그곳에 들어가 앉아 있게 되었다.

이렇게 재미진 일이 세상에 또 있을까?  

전생에 나도 모르는 좋은 일을 해서 상을 받는다는 느낌이 있다면 이런 것인가? ㅎㅎㅎ

 

보스톤 사는 지인이 쪽지를 보내 월요일날 시간을 같이 보내자고 한 것은 가뭄에 비 내리듯 즐거운 소식이었다.

8 월에도 보스톤 교외 월든 호수에 우리 부부를 데려가 주었던 친절한 분인데 또 시간을 내 주신다니!

그런데 그날 아침 픽업 오면서 전화하기를 오후 4시에는 팝스 공연을 보러 갈 티켓이 두장 있다며

같이 가지 않겠느냐 물었다. 다른 소리 나올까 무서워 얼른 예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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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 심포니 합창단원 중에 한분과 친구인데 티켓 다섯을 준비하여 친구들과 만나는 데

표가 두장 남았다며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 행운의 자리에 곱사리를 끼게 될줄이야!

아들 집에서 그곳까지는 걸어서 십 분 밖에 안 걸려서 차를 집에다 두고 가기로 하였는데

아차 하는동안 시간이 지나는 줄 모르고 있다가 막 뛰어 갔다. 간신히 시간에 대었고.

 

상당히 앞쪽 좋은 자리였고 작은 테이블 하나에 다섯 의자가 둘러있었다.

그런식으로 테이블과 의자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교향악단의 정규 음악회에는 테이블을 놓지 않고 팝스 공연때만 그리 하는 줄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딱딱한 분위기를 없애고 와인도 팔고 음료, 스낵등을 팔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라고.

한번에 수천명씩 들어가는 홀이 벌써 완전히 사람으로 가득했고 화려한 성탄 장식도 아주 볼만하였다.

 

백년도 넘는 역사와 신선함으로 유명한 보스턴 팝스의 인기는 아주 대단해서

할러데이 시즌의 16 일 동안(12월 7일부터 24일)의 티켓은 어느 시간이던지 항상 다 팔린다고 한다.

주일에는 세번이나 하는데 낮 11시에도 사람들이 꽉꽉 차게 오는 것을 보면 그 합창 단원도 참 신기하다고 한다.

 

몇마디 나눌 새도 없이 막이 오르고 오케스트라와 100 명 이상 되는 합창단원이 늘어선다.

처음 시작부터 즐거운 성탄 캐롤들이 나오니 얼마나 흥겨운지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거의 다 아는 노래요, 음악이니 얼마나 더 즐거우랴!

 

기쁘다 구주 오셨네,

메시야 중 할렐루야로 시작하여 그 맑고 환한 밤중에..

Go Tell It On the Mountain,

We Gather Together 등의 노래와 연주들을 듣고

동화와 음악의 어울어지는 연출을 대형 스크린에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하는데 너무나 실감이 나게 잘 한다.

할렐루야를 하면 의례 일어서는 줄로 알았더니 아무도 안 일어서서 엉거주춤 주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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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시간이 있고 나서 조금 더 현대 감각이 나는 곡들이 나오기 시작,

The Twelve Days of Christmas 가 나올 때는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번호를 올렸다 내렸다하며 얼마나 재미있게 노래 하는지!

 

썰매를 타고, 마리아의 작은 남자 아기,

루돌프 사슴, 산타의 방문이란 시 낭송,

조금 가사가 야리꾸리 한 산타 베이비라는 노래는 처음 들었다.

'화잇 크리스마스'가 조용히 울릴 때 내 마음은 대학시절 그 어느 때론가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따라부르는 싱얼롱 노래시간에 징글벨등 여러 캐롤을 돌려가며 부르는데

가사를 비춰줘서 다 잊어먹은 노래도 따라 부를 수가 있었다.

특히나 지휘자가 다리를 흔들기도 하며 재롱을 피우고 온몸으로 즐거우니 덩달아 모두가 기쁨으로 충만했다.

 

열렬한 앵콜로 두곡을 더 얻어 듣고 나니 두시간도 뚝딱하고 다 가버렸다.

팝스와 함께 휴일을...이 음악회에 오니 정말 크리스마스가 다가 옴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보스톤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이 지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오케스트라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이번에 처음 이렇게 가까이 앉아 구경을 하는데 제일 바이올린 연주자로 한국 2세인 엘리카 강이 나오는데

한 순서에서 그녀의 독주까지 있어 따로 박수를 받았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명단을 보니 한국사람이 그녀 말고도 또 있고 아시안도 제법 눈에 뜨인다..

일본인 오자와 세이지를 상임 지휘자로 30 년이나 세운 사람들이니 아시안을 알아주는데 앞서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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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칭 미국의 교향악단, 보스톤 팝스가 시작된 것은 1900년.

여름 6 개월을 놀아야 하는 보스톤 교향악 단원들에게 일거리를 주기위해

가볍고 인기있는 Popular Concerts를 소개하여 대중에게 더 다가가게 된 것이라고.

POPS는 Popular Concerts(인기음악회)의 줄인말.

미국태생의 전설적인 지휘자 아서 피들러가 거의 50 년 동안 이끌었을 때 보스톤 팝스는

가히 미국의 최고의 사랑받는 교향악단으로 자리를 굳혔다.

챨스강변의 해프 돔(쉘)에서 독립기념일날 야외 음악회를 하는 전통도 그가 처음 시작하였다.

 

그 뒤를 이은 쟌 윌리암스는 히트 영화 음악등 모든 장르의 음악을 작곡한 탁월한 사람으로

45 번의 아카데미상 후보를 기록하는 등, 팝스를 더욱 성공적으로 만드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여

퇴임한 지금도 탱글우드 안에서 살고 있는 특우대 계관 지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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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적인 POPS 현재 지휘자 키잇 랔하아트(Keith Lockhart)는 1995 년에 20 번째 지휘자가 되어

17 년동안 1300 개의 음악회를 지휘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125 년이나 된 보스톤 심포니 오케스트라(BSO)를 이끄는 탁월한 사람으로 폭넓은 애청자를 확보하며 

무수한 상을 휩쓸고 TV 방송, 영화, 음반 DVD 도 수없이 만들어 방영, 애청되었다. 

미국내에서 카네기 홀과 여러곳에서 공연 했을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단원들을 데리고 공연을 많이 다닌 사람이다. 일본과 한국도 다녀 왔단다. 

 

함께 공연하는 합창단의 공식 이름은 탱글우드 페스티발 코러스(TFC)라고 하는데

250 명 이상의 단원이 있고 지휘자는 쟌 올리버이다.

그는 BSO와 함께 900 번 이상의 공연을 하기위해 카네기 홀이며 유럽이며 극동이며 어디든지 따라 다녀왔다고.

또한 그도 1985 년부터 TFC와 함께 했다고 한다. 지휘자만 오래하는 것이 아니라

합창단원 중에도 25 년 이상, 35 년 이상 심지어 40 년 이상 한 사람도 있으니 

한 우물을 오래 파는 그들은 얼마나 멋진가!

 

이번 보스톤 팝스와 함께 했던 저녁시간은 내게는 잊지 못할 행복한 자랑거리가 될 것 같다.

크리스마스 정신, '기쁨의 좋은 소식'의 주인공, 아기 예수의 탄생을 제대로 축하하며

즐겁게 보내도록 해준 팝스,

그리고 처음 만난 친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나는 이제 아리조나에 가도 된다.ㅎㅎㅎ(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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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달 후면 만나게 될 선후배님들
성탄절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