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회 - 게시판담당 : 김성자
해마다 절임 배추 때문에 속을 끓이면서도, 편한 것 밝히는 나는 올해도 30K를 주문하고 말았다.
아예 맘을 느긋하게 먹고, 시장을 당일 아침에 봐다가 다듬고 씻고썰고 갈고 다지며 시간을 흘려 보낸다.
무채는 택배회사에서 전화 오면 썰리라 결심하고, 턱 괴고 기다린다.
점심도 일찌감치 먹고 '혹시나?'했더니, '에이,역시나'다.
웬걸?, 3시가 지나도록 전화조차 없다.
아마 미리 연락하면 재촉들 하니 아예 배달 시간 맞춰 전화 주려나 보다.
그래, 기다리자.
..........
5시가 넘어 해남에 전화.
안 받는다.
주문할 때도 문자 남겼더니 밤 11시쯤, 죄송하다며 일이 지금 끝났노라고 했다.
나는 그때 왜 전화 너머로 그분의 진실함과 성실함이 느껴졌는지 모른다.
첫 느낌 때문일까?
아직도 일하고 있구나. 택배가 잘못이지 어쩌겠냐. 으이구 기다리자,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남편이 졸고 있다. ㅋㅋ
저녁을 먹고있는데 전화가 온다.
'앗싸, 택배다!'
궁둥이도 가볍게 받고 보니 S후배다.
반가워야 할 그녀의 전화가 오늘은 나를 김빠지게 한다.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가 애교스럽게 묻는다.
"언니, 배추 왔어요? 생새우는 샀어요?"
"안왔어, 생새우는 신포시장엔 아예 없어. 너무 비싸서 주문받은 것만 사온 데."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글쎄 지가 다른 시장에 가서 생새우를 사오겠단다.
배추도 없는데 무슨 생새우냐고 해도 알았다며 빨리 끊으란다.
몇 시간 있다가 배추 왔냐고 또 전화가 왔다.
안 왔다니까 잘 됐다며,직장에서 근무 마치고 이제 새우를 사가지고 오는 길이니 버스 정거장으로 나오란다.
기막혀라.
고맙고 미안함에,
"넌 왜 그렇게 바보 같으냐?"
밤 늦도록 근무를 하고 버스를 타고 가서 장을 봐서 들고 온 그녀에게 못난 내가 한 말이 고작 그거다.
눈을 흘기면서도 받아올 건 날름 받아 챙긴다.
아, 내가 이런 사랑을 받아도 되는지 집으로 오는 내내 코끝이 찡하다.
대답없는 문자와 씨름하다가,
아, 이건 뭔가 이상하다.
부랴사랴 배추 홈피에 들어가 보니,
앗 뿔 싸! 일이 터졌단다.
비가 와서 어쩌고저쩌고, 종이박스가 어쩌고저쩌고, 핸폰이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육두문자가 난무하고 고소 운운하며 아수라장이다.
그 홈피를 보면서 내뱉은 말,
"이 사람 얼마나 당황스럽고 힘들까?"
남편이 한심한 듯 날 보며 하는 말.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아마 유옥순이 밖에 없을 거다. 천당 가겠다." ㅎㅎ
아직도 배추는 오지 않고
생각다 못해 미리 버무려 놓은 배추속이 김치 냉장고 속에서 홀로 익어가고 있다.ㅠㅠ
..........
댓글 51개, 페이지 2,
이만하면 너 역시 대형 지남철 아니니?
영신아!! 너도 대형 지남철!!
맞아, 무언지 모르지만 나를 끌여 들였어.
옥순아 표현 참 잘했다.
순옥아, 너도 어쩜 옥순이의 대형 지남철 능력을 그리도 잘 집어내는거니?
맞아, 우리가 이 마당에서 처음의 그 김장 얘기도 아닌데
이상하게 계속 수다로 떠날줄을 모르게 하잖아.
그나저나, 순옥아, 보고싶다. 네 사랑스런 딸들에게도 내 안부 전해주고
나를 감동시킨 선물은 계속 내 목에서 떠날줄 모르고 있다는 것도 꼭 알려주렴!
아참, 개판집에 세들어 사는 처지가 됀 불쌍한? 친구야,^^
요즘 그 개님들은 잘 지내시는가?ㅎㅎㅎ
또 이번에 이민간 좌니는 문화충격과 시차에서 잘 적응하시는지?ㅋㅋ
하하하하! 연복이, 복자 모두 강아지 닮은 복스럽고 사랑스런 모습들인데
혹시 저희 닮아 사죽 못쓰고 좋아하며 키우는것 아니니?ㅋㅋㅋㅋ
근데 아이고 그 벨라님, 정신대 고통을 갖는건 아니고 오히려 대장노릇?ㅎㅎㅎ
그리고 짱이?^^
그래.힘들게 뭔 좌니래~?
그냥 주인이름 닮아 구수하고 순박하게 짱이로 나두는게 낫겠다!^------^
김장얘기에서 이젠 개판 얘기로까지 발전! 하하하!
어휴, 이제 내가 댓글 61번째 돌파시켰음! 역시 대형 지남철 맞아!
어때? 이왕 붙었으니 우리 100번 넘어가게 해볼까나?ㅎㅎㅎ
지남철!!!
그런 의미였군요.
근데 지남철이란 아무거나 다 땡기지는 않쟎아요?
그러니까 요기 달라붙는 우리도 쇠붙이 라는 이야기가 되네요.
전 뭐든지 지한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이기적인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ㅎㅎㅎ
명옥후배!
정말 인터넷이란것! 참, 마력을 가진 마당인것 같네!.
직접 얼굴도 대면안했건만 이리 벌써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허물없이 주고 받는 기분이 들고 가뜩이나 음악을 좋아하는 내게
후배의 피아노 소리까지 늘 익숙한듯, 지금도 들리는것 같으니! ..
이리되면 내가 좀 오버하는건가?ㅋㅋㅋ
암튼, 스스로 자기 pr을 하든, 유리한 쪽으로 해석을 하든
후배 말마따라 분명 재주라고 할수 있는건
남을 기분좋게 하는 특별한 재주이니 사랑스러움을 끌어내는 재주인거지!^^
또 이렇게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하는 칭찬이라면 얼마던지 할수 있는 일!
우리 친구 옥순에게도 더 맛좋은 대접이 옯겨 갈수 있겠지?ㅎㅎㅎ
??명옥동생~
은성아~옥수나~수노가~
나는 3초기억력 닭인가벼!
꼬꼬댁~ 앞장 다 까먹고는 여기앉아서 지남철? 쇠붙이? 이러고있네
아무튼지 어울리기 쉬운 사람들이 모인거가터
?우리 모두
끌어 당기면 못 이기는 척 끌려가 주자고요.
뻐팅기면 나만 손해지요.
우리 그렇게 서로 끌어 안고 살자구요.
추울 땐 끌어 안는 게 최고!!!
본론!
김장이야기로 가서...
최정애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김장을 할 정도는 아닌데
고맙게도 한 친구가 배추 김치, 총각김치, 물김치까지...
아~~~~
이런 친구 있으면 나와보라구 그래~
세상에나! 어떤 친구가 그리 멋진 일을 해주었다니?
내가 살아온 삶이 다 부끄러워 지려한다.
정말 정애는 어떻게 그런 친구를 두었을꼬?
하기야, 사람은 심은대로 거두는데 정애가 그리 살아온거겠지.
근데 하긴 나도 그 비슷한 사랑을 받고 살고있시요.
우리 친구들, 몇달만에 한국에 나가면 우리집에 아무것도 없을것을 걱정해주고
내가 온다는 소식을 알고 미리 이것저것 챙겨 놓았다가 갖다주는 친구도 있고...
직접 와서 먹을것을 만들어도 주기도 하고...
정말 갚을수 없는 사랑들을 해주는 나의 친구들!...
난 이렇게 받기만 하고 살면서
몸이 아픈 정애에게 그동안 난 아무것도 해준것이 없으니
너무 얼굴이 따가울 정도구나.
그 고마운 친구! 누구인지 몰라도 나도 더욱 그리 배우며 살아야겠다.
날씨가 추워도 꽁꽁 싸매고 걷는대요~
어제는 눈이와서 전화를 했더니
아 글쎄 벌써 나갔더라구.
지팡이 집고 볼일 보러 나왔대.
서울은 눈이 다 녹았다고 하면서...
나도 정애(최)한테 김장때문에 전화 했었는데 한 발 늦었더라.
아프면서도 여기저기 보살피며 사는 살가운 정애야,
미끄러운 길 조심 또 조심, 알지?
대형 지남철이라고?^^
옥순아, 어쩜 넌 그런 표현을 할수가 있는거니?
정말 대형 지남철이란 말, 진짜 재미있는 표현인야.ㅎㅎㅎ
그리고 칭찬은 미제들이 해주고 맛있는건 네가 얻어 먹겠다는 말도
저절로 웃게 만들어 주는구나.
네가 맛있는것 계속 얻어 잡술수만 있다면 그까짓 칭찬 쯤이야,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닌 그저 사실을 사실로 인정해 주는거인디
뭔 힘든일이겄어?
사명갖고 할터이니 맛있는것 계속 대접받으며 부디 건강만 하거라.^^